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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프로농구 전태풍 홍경기 논란, 동업자 정신 되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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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프로농구 전태풍 홍경기 논란, 동업자 정신 되새길 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28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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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설 연휴에도 프로농구는 계속됐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인천 전자랜드의 치열한 명승부, 원주 DB 두경민과 치나누 오누아쿠가 합작한 환상적인 앨리웁 덩크쇼는 농구 팬들을 열광케 했다.

반면 씁쓸한 미소를 안겨준 장면들도 있었다. 지난 25일 열린 서울 SK와 서울 삼성의 S-더비.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며 삼성이 80-74로 승리하며 시즌 전적을 2승 2패로 맞췄다.

경기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장면이 벌어졌다.

 

지난 25일 서울 삼성전에서 천기범(오른쪽에서 2번째)을 가격하고 있는 서울 SK 전태풍.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1쿼터 막판 SK가 공격권을 쥔 상태에서 공을 넘겨받으려던 전태풍이 천기범과 충돌했다. 천기범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과정에서 전태풍이 팔을 사용해 천기범의 뒤통수와 등 부분을 가격했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즉각 퇴장까지도 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

경기 도중 삼성 선수들도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듯 별 말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당사자인 천기범조차 뒷머리에 충격이 있었다면서도 정확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심판 3명 모두 이 장면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도적인 위협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지적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천기범은 78-74로 바짝 쫓긴 경기 종료 28초 전 전태풍의 슛을 걷어내며 앙갚음을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KBL은 설 연휴가 겹쳐 재정위원회를 열지 못했고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이지만 삼성에서도 KBL에 비디오 자료를 제출하고 SK 자체적으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제재가 내려질 전망이다.

 

전태풍(왼쪽)과 천기범은 경기 내내 매치업을 벌였고 막판엔 천기범이 결정적 블록슛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KBL 제공]

 

27일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고양 오리온 경기에서도 작은 논란거리가 있었다. 갈 길 바쁜 전자랜드는 홈에서 최하위 오리온에 덜미를 잡혔는데, 3쿼터 이후 줄곧 끌려 다니다 맥없이 3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문제의 장면은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발생했다. 74-63으로 앞선 상황, 경기 종료를 28초 앞두고 공격권을 얻은 오리온은 시간을 흘려보내며 전자랜드를 배려했다. 그러나 마지막 2초를 남기고 홍경기가 홀로 상대 코트로 달려갔고 강상재가 패스한 공을 3점슛으로 연결했다.

공격 의사가 없던 오리온 선수들은 홀로 달려나가는 홍경기를 멍하니 쳐다봤고 특히 이승현은 두 팔을 들어올리며 황당하다는 식의 표현을 했다. 버저가 울린 뒤 들어간 것으로 판정돼 득점 인정이 되지 않았음에도 오리온 주장 허일영은 어딘가를 가리키며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어 전자랜드 캡틴 정영삼이 다가와 해명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최근 들어 경기 막판 플레이로 인한 논란이 자주 생겨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SK는 전주 KCC와 경기에서 20점 이상 이기고 있음에도 전력을 다해 100점을 돌파했다. SK는 15일엔 당하는 입장이 됐다. 원주 DB 원정경기에서 이미 승리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장거리 3점슛을 성공시켰다.

 

27일 고양 오리온전에서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3점슛을 던지고 있는 홍경기(위). 오리온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에도 불만을 표했고 정영삼(아래 왼쪽)이 허일영에게 다가가 해명을 했다.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다만 전자랜드 홍경기의 3점슛과 이 두 장면은 차이가 있다. SK와 DB, KCC는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동률일 경우 맞대결 골득실을 따지는 공방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패자를 배려하는 불문율을 따라야 하는가,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이견이 갈릴 수 있다. 무엇이 먼저라고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엔 상황 자체가 달랐다. 오리온은 올 시즌 3할에 그치고 있는 팀이고 사실상 전자랜드와 순위 경쟁을 벌일 형편이 아니다. 심지어 오리온 선수들이 홈팀이자 패자를 배려해 공격을 하지 않고 공을 넘겨줬음에도 홍경기는 보란 듯이 3점슛을 넣은 것이다. 공방률 때문인지, 홈팬들을 위한 것인지, 개인의 스탯 관리를 위한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먼저 배려의 뜻을 보였던 오리온으로선 불만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다.

전태풍이나 홍경기 모두 동업자 정신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내가 저지른 비신사적, 비매너 플레이는 고스란히 되돌아올 수 있다. 팬들마저 같은 생각을 가질 만한 행동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흥행 열기를 살려가고 있는 프로농구이기에 선수들 스스로도 더욱 경각심을 갖고 잘 나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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