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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성근, 이 시국에 부주장이... 수원삼성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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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성근, 이 시국에 부주장이... 수원삼성 왜 이러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04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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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성근(29·수원삼성)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일본식 표현을 썼다가 질타 받고는 사과했다.

최성근은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팀 동료 조성진, 김민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조센징 행복하자”는 문구를 남겼다.

동료 선수 조성진을 겨냥해 쓴 듯한 ‘조센징’은 ‘조선인’의 일본식 발음이다. 과거 조선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혐한 감정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해 8월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자회사인 DHC테레비가 “조센징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했고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해 지금의 한글이 있다”는 거짓 주장을 실은 유튜브 콘텐츠를 내보냈다가 한국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사죄한 바 있기도 하다.  

최성근은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련의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최성근 인스타그램 캡처]

한일 양국의 현 관계, ‘조센징’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안다면 이 시국에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쓸만한 '상식적인' 표현으로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일관계가 경색됐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한 이유가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최종 확정한 판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해당 게시물이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기사화되자 축구팬들은 “진짜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저런 건 초등학생들도 알겠다. 장난으로도 쓰면 안 된다는 걸 어휴”,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는 인간이 부주장이란 감투를? 팀도 생각 없는 건 매한가지” 등 의견을 남기며 그와 그에게 부주장을 맡긴 구단을 비판했다.

논란에 최성근은 3일 같은 공간에 사과문을 올렸다.

최성근은 “부족하고 생각이 짧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 앞으로 더 주의하고 반성하겠다”며 “특히 저희 팀 동료와 구단 관계자, 팬 분들께 좋지 않은 모습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조센징’은 조성진의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과 발음이 유사해 최성근뿐만 아니라 많은 축구선수 동료 사이에 해당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의적절하지 못했고,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기 충분한 표현이었음에 틀림없다.

최성근은 한국인을 비하하려는 뜻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SNS 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성근은 2009,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 바 있다. 2012년 J2리그(일본 2부) 반포레 고후에서 데뷔한 뒤 사간 도스, FC기후 등을 거치며 2016년까지 일본에서 활동했다. 2017년부터 수원 유니폼을 입고 K리그1(프로축구 1부)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30경기 포함 34경기에 출전, 팀의 핵심으로 간주됐다.

수원은 올 초에도 골키퍼 김다솔이 SNS 상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달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내의 손 편지를 공개했는데 코치와 구단을 비난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돼 곤혹을 치렀다.

아내가 전지훈련을 떠나는 김다솔을 응원하는 메시지뿐 아니라 김다솔과 김봉수 골키퍼 코치의 불화, 이적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다솔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닫았다. 구단을 통해 “경솔한 행동이었다”며 사죄 의사를 전했다.

최근 몇 년 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투자가 없어 팬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 수원이다. 지난 시즌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하며 자존심을 지킨 그들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 역시 기대보다 조용하게 보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오는 12일에는 안방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조별리그 1차전에 나서며 시즌을 시작한다.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하는 시점에서 최성근의 본 목적은 재활 중인 동료를 응원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상식 밖의 표현까지 감싸줄 수는 없다. 더불어 구단 자체에서 SNS 활용에 대한 교육이 절실해 보인다.

프로축구는 지난 시즌 1, 2부 도합 23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흥행가도를 달리던 프로야구가 선수들의 잇단 음주 파문과 원정도박, 폭행 사건으로 팬심을 서서히 잃어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프로축구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말과 행동이 갖는 의미와 영향력을 잘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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