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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구본승, 남자배구 신인왕 '1순위'의 갑작스런 은퇴 내막은?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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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구본승, 남자배구 신인왕 '1순위'의 갑작스런 은퇴 내막은?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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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던 윙 스파이커(레프트) 구본승(수원 한국전력·23)이 느닷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구본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배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배구는 단체생활이고 단체운동인데, 어렸을 때부터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저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은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라는 말로 코트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팀을 떠나면서도 한국전력의 응원을 당부하며 “진짜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 팀 동료였다”며 한솥밥을 먹은 식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구본승이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KOVO 제공]

구본승은 경희대에서 3학년까지 마친 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특유의 에너지로 한국전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166점, 공격성공률 48.41%를 기록하며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다.

한국전력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구본승은 지난달 28일 의정부 KB손해보험과 경기 후 합숙소를 무단 이탈한 뒤 음주를 하고 “배구를 그만둘 것”이라는 발언을 남겼다. 지금껏 수 차례 팀 분위기를 흐렸다는 이유로 근신 징계를 받았고, 1일 부로 숙소에서 짐을 싸서 떠난 상태다.

구본승은 프로에 온 뒤 여러 차례 단체 생활과 훈련에서 고충을 토로했고, 코치진과 동료들 역시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그를 지도한 김찬호 경희대 감독 역시 제자의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만큼 드래프트에 나간다고 할 때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프로 입단 후에도 그는 대학 시절과 마찬가지로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팀을 이탈하며 “그만 두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동료 선수들과 스태프 모두 어르고 달래가면서 그와 동행을 이어왔지만 그 스스로 문제를 외부에 노출하면서 일이 커진 셈이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재능 있는 선수이기에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깝다. 그간 수차례 면담할 때마다 설득했지만,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구단 내규를 어긴 적도 있어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징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본승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배구를 안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구본승 인스타그램 캡처]

이어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지만, 한창 재건 중인 팀이 와해할 수 있는 위기였기에 근신 처분을 내렸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구단 관계자 역시 “근신 처분을 내린 뒤 장 감독이 ‘당분간 조용히 있으라’며 신신당부했는데, SNS에 글을 쓰면서 파문이 일었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구본승의 재능이 아까웠던 한국전력은 일찍 군에 다녀와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에 상무(국군체육부대) 지원도 주선해줬지만 이제 이마저 어렵게 된 듯 보인다.

한국전력은 이번주 내로 구본승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또 구본승이 다시 코트로 돌아온다면 그가 계속 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장 감독은 “배구 선배로서 구본승이 다른 팀에서라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줄 참”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개막 직전에도 레프트 김인혁이 잠시 팀을 나갔다 돌아온 기억이 생생한 한국전력이다. 배구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한국전력 팀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두고 있는 이유다. 한국전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겠지만 의심의 눈총을 받는 것은 물론 전력 약화라는 이중고와 맞닥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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