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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컬링명가' 경북체육회, 임명섭 코치가 밝히는 암흑기 극복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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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컬링명가' 경북체육회, 임명섭 코치가 밝히는 암흑기 극복법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0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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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경북체육회란 이름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생소하지 않다. 이름만 들어도 컬링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경북체육회는 컬링의 대표격이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선 남녀, 혼성듀오(믹스더블)가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부 ‘팀 킴’은 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을 안기며 컬링 열풍을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럼에도 마냥 웃을 순 없었다. 온갖 갑질로 이들을 괴롭힌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북체육회가 코리아 컬링리그에서 동반 선전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대체 어떻게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임명섭 코치(가운데)가 이끄는 경북체육회 컬링팀은 코리아 컬링리그 남녀부와 믹스더블에서 모두 정규리그 우승팀을 배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 대한컬링경기연맹은 2019~2020 코리아 컬링리그 출범을 선포했다. 평창 올림픽 이후 컬링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이 관심을 살려나가기 위한 일환이었다.

5일을 끝으로 남녀부와 믹스더블 정규리그 일정이 모두 종료됐는데, 세 부문 모두 우승팀은 경북체육회였다. 여자부는 스킵 김은정, 서드 김경애, 세컨드 김초희, 리드 김선영, 핍스 김영미)로 구성된 ‘팀 킴’이, 남자부는 스킵 김창민, 서드 이기정, 세컨드 김학균, 리드 이기복으로 이뤄진 ‘팀 창민’, 믹스더블은 현 국가대표인 장혜지-성유진이 아닌 신예 송유진-전재익이 그 주인공이었다.

분명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올림픽 이후 ‘팀 킴’은 수많은 광고 요청과 방송 출연 문의를 받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지만 실상은 달랐다. 경북체육회를 쥐고 흔든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일가의 갑질 파문 때문. ‘팀 킴’은 눈물의 호소문을 발표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감사결과 수많은 인권침해 행위와 상금 횡령, 보조금 부적절 집행 등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김경두 전 부회장과 그의 사위이자 팀 감독을 맡았던 장반석은 횡령·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맡겨져 있다. 부당한 행위들이 밝혀졌지만 아직까진 현재진행형인 사안이다.

이후 팀 킴은 지난해 5월에서야 무려 13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지도부 갑질에 시달린 이들은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태극마크까지 반납해야 했다.

그러나 첫 출범한 코리아 컬링리그에 발맞춰 팀 킴을 비롯한 모든 팀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정규리그 우승 석권이라는 값진 선물을 얻게 됐다.

 

[의정부=스포츠Q 손힘찬 기자] 송유진(왼쪽)과 전재익이 5일 예선 최종전 도중 밝은 미소로 대화를 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많은 부담을 짊어진 임명섭 코치의 공을 빼놓을 수 없었다. 선수들을 더욱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어야 했고 경기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그는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선수나 팀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진행형인 문제이기도 하다”면서도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경북체육회에서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많이 도와주셨다. 선수들도 흔들리지 않고 씩씩하게 훈련에만 전념했다. 뭐 하나라도 삐걱거렸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임 코치는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선수들이 멘탈이 좋다. 앞서 팀 장점으로 ‘희노애락을 다 겪은 강철멘탈’을 꼽기도 했다”며 “씩씩하게 경기할 땐 거기에만 집중해준다”고 칭찬했다.

아직 끝이 아니기에 기뻐할 수만은 없다. “경북체육회가 지원해준 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초대 대회에서 3팀 다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 기쁘다”면서도 “결승까지 이겨야 의미가 있다. 더 집중하라고 했다. 다 끝나고 웃으려고 만반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결과와 별개로 기회의 장이 열린 것에 대해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보였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대중 관심을 끌어냈다면 이후 탄력을 받아서 저변을 넓혀야 하는 시기였다”며 “코리아 컬링리그가 그런 역할을 해준 것 같아서 감사하다. 특히 컬링을 좋아하지만 여건상 경기를 많이 할 수 없었던 선수들에겐 더 없는 기회다. 더불어 상향평준화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보시는 분들께도 좋은 경기력과 방송적 재미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더 노력해야 한다”며 컬링인의 분발도 촉구했다. 컬링 명가의 지도자이자 컬링을 사랑하는 컬링인으로서 사명감이 듬뿍 느껴졌다. 그러한 책임의식이 경북체육회 동반 선전을 이끈 또 하나의 비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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