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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일본어로 부르는 노래도 '케이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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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일본어로 부르는 노래도 '케이팝'인가?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2.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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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지난해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케이팝 시상식 마마(MAMA)에는 약 4만 명의 관객이 모였다. 또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싱글 앨범을 발매한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 100만장 인증을 받은 해외 첫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몇 가지 일화만 보더라도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도 여전히 일본 속 케이팝의 위상이 공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일까? 최근 일본의 음악시장은 '케이팝'을 주무기로 내세운 아이돌 그룹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CJ ENM과 JYP가 있다.

 

[사진=JYP 엔터테인먼트]
'니지 프로젝트'는 JYP 대표 박진영과 일본 소니뮤직 무라마츠 슌스케 대표가 손을 잡고 일본 현지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사진=JYP 엔터테인먼트]

 

# '한일합작' 케이팝 아이돌, 활동은 일본에서?

'프로듀스 101 재팬'은 엠넷과 정식 계약으로 만들어진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일본판으로, 데뷔조 JO1은 오는 3월 일본에서 데뷔해 활동할 예정이다. '프로듀스 101 재팬'은 첫 공개곡을 '나야 나'를 작곡한 라이언 전이 제작하는가 하면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의 곡을 경연곡으로 사용하는 등 케이팝을 주 콘셉트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을 알린 지난 4월 CJ ENM은 "대규모 한류문화 컨벤션 '케이콘'(KCON)과 글로벌 음악 시상식 '마마'(MAMA)에 참여해 글로벌 팬덤 확보를 노린다"며 CJ ENM 주관 글로벌 케이팝 행사에 JO1을 참가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에는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데뷔조가 한국에 입국해 데뷔를 위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한국 데뷔설'도 제기됐다. 엠넷 측 관계자는 "한국 데뷔나 국내 방송출연 등의 계획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CJ ENM은 지난해 요시모토흥업과 각각 115억원과 50억원을 투자해 라포네엔터테인먼트라는 합작법인을 세웠으며, JO1은 이 곳에 소속돼 데뷔를 앞두고 있다.

 

[사진='프로듀스 101 재팬' 공식 홈페이지]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일본판 '프로듀스 101 재팬' 데뷔조 JO1은 케이팝을 주 콘셉트로 하고 있다. [사진='프로듀스 101 재팬' 공식 홈페이지]

 

‘프로듀스 101 재팬’의 뒤를 잇는 '니지 프로젝트'는 JYP 대표 박진영과 일본 소니뮤직 무라마츠 슌스케 대표가 손을 잡고 일본 현지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젝트로, 박진영은 과거 니지 프로젝트에 대해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트와이스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연습생들은 한국 JYP 트레이닝 센터에서 6개월 간 트레이닝 후 최종 멤버를 추려 오는 11월에 데뷔할 예정이다. 오디션 참가 자격은 '15세부터 22세까지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여성'이다.

박진영은 ‘니지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콘텐츠를 단순히 해외로 수출하는 것을 넘어,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 겸 프로듀싱 하는 ‘가수의 현지화를 통한 국제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현지화를 통한 새로운 차원의 케이팝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JO1'과 니지 프로젝트는 케이팝 콘텐츠를 현지인, 즉 일본인 멤버를 통해 선보이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그룹을 한국식 교육을 통해 데뷔시키겠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트레이닝은 한국에서 맡는다.

 

[사진=CJ ENM 제공]
CJ ENM이 지난 2012년부터 주최 중인 한류 공연 '케이콘'은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사진=CJ ENM 제공]

 

# '케이팝'의 K, ‘Korea'일까, 'Korean Style'일까?

'JO1'과 니지 프로젝트를 접한 한국 가요 팬들은 “일본인을 한국 그룹처럼 포장해서 홍보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케이팝이 아시아뿐 아니라 팝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 이후로 케이팝의 성공전략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데뷔 20년 만에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일본의 국민그룹 아라시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소속사인 ‘쟈니스’는 음반 판매를 위해 온라인 유통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으나 유튜브 채널에 대표곡 및 신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현재까지 발표된 곡들도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를 케이팝이 디지털 시장을 공략해 세계 팝 시장에 안착한 것을 모방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한일 무역 분쟁 이후 일본을 향한 대중의 감정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한일관계 냉각으로 인해 2019년 10월 방송 예정이던 니지 프로젝트는 계획이 미뤄져 2020년이 돼서야 방영을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탄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케이팝 부흥에 큰 역할을 하던 CJ ENM과 JYP가 일본인으로 구성된 ‘케이팝’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다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JO1'과 니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왠지 떨떠름한 이유는 뭘까? ‘케이팝’의 전략을 쫓는 것에 이어 일본인 멤버가 일본어 노래를 하는 ‘케이팝’의 등장까지, 케이팝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EXP EDITION 공식 SNS]
[사진=EXP EDITION 공식 SNS]

 

케이팝은 팝 음악을 뜻하는 ‘Popular music’과 ‘Korea’의 합성어로 '한국 대중음악'의 줄임말이지만 한국 대중음악 전체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케이팝의 성공은 아이돌 중심의 댄스 팝이라는 특별한 장르 하에서만 국한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주류 케이팝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주도하는 댄스 팝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외국인과 외국어로 구성된, 비(非) 한국적 요소를 갖춘 ‘케이팝’은 이미 등장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단역배우 출신 채드 퓨처는 자신의 음악을 ‘에이케이팝(A-KPOP, 아메리카 스타일 케이팝)이라고 정의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데뷔했지만, 대중은 ’영어‘로 부르는 케이팝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 2017년에는 미국 국적의 멤버로 구성된 4인조 보이그룹 ‘이엑스피 에디션(EXP EDITION)’이 데뷔했다. 능숙한 한국어로 노래 부르며 안무를 하는 ‘파란 눈 외국인’들의 등장은 파격이었으나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CJ ENM과 JYP가 만드는 일본 속 ’케이팝‘은 어떤 모습일지 케이팝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런 결과에도 케이팝의 ‘글로벌팝‘화를 위해 CJ ENM이라는 문화 대기업과 JYP라는 정통 케이팝 강호가 뛰어들었다. 한 관계자는 “케이팝이 여전히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그룹의 ‘케이팝’이 이를 혼동시킬까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만드는 ‘케이팝’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케이팝‘의 정의를 새로 세우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향후 ‘케이팝‘은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단어일까? 아니면 ‘한국에서 유래한 대중음악 장르’를 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때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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