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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세터 고민, 올해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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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세터 고민, 올해도 계속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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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난 4시즌 연속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2차례 우승한 천안 현대캐피탈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어김없이 인천 대한항공과 ‘2강’으로 분류됐다. 그리고 현재 3위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부터 그들의 불안요소로 꼽힌 게 있었는데, 바로 세터였다. 국내 최고연봉자(6억5000만 원) 한선수를 보유한 대한항공, 노재욱이 자리한 서울 우리카드와 달리 확실한 주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즌 초 부상자가 많았던 현대캐피탈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지명한 요스바니가 두 번째 경기 만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하위권을 전전했다. 새 외인 주포 다우디 가세 후 상승세를 타며 선두권에 진입했지만 다시 제동이 걸렸다.

최태웅(오른쪽) 감독의 세터 고민은 올해도 계속된다. [사진=KOVO 제공]

현대캐피탈은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방문경기에서 우리카드의 10연승 제물이 됐다. 셧아웃 완패였다. 5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승점 6짜리' 경기였던 2위 대한항공(승점 50), 1위 우리카드(승점 56)와 2연전에서 모두 진 것이다. 우리카드와 승점 차는 10까지 벌어졌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후 “실력에서 올해는 안 되는 것 같다. 리시브에서 버티는 힘, 세터와 공격진의 호흡 면에서 약하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데, 우승을 다투는 팀의 세터진이 5라운드까지도 안정되지 않았다. 현역시절 명세터로 이름을 날린 최 감독은 “오늘 토스가 좋지 않았다. 선수들 대부분 2단 연결의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황동일이 선발 출전해 모든 세트를 소화했다. 2세트 때 황동일을 잠시 빼고 이승원을 투입한 뒤 최 감독이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있었다. 

최 감독은 “나는 세터들이 감독에 의해서 고정화 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 선수들이 원하는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황)동일이가 가끔은 누가 봐도 너무 어려운 공을 속공으로 연결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아까 ‘우승하기 위해선 그런 위험한 플레이는 자제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줬다”고 설명했다.

적장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아무리 좋은 공격수도 세터와 리듬이 맞지 않으면 토스 구질에 따라 공격의 각이 달라진다. 마지막의 경우 전광인이 아웃으로 때릴 수밖에 없었던 공”이라며 현대캐피탈 공격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유를 분석했다. 

이날 날개 공격뿐만 아니라 현대캐피탈의 장점인 중앙 속공도 난조에 빠졌다. 다우디(23점·공격성공률 53.49%)가 그나마 제 몫을 했지만 문성민과 전광인의 공격효율은 각각 14.29%, -9.09%에 그쳤다.

지난 시즌 막판 잠재력을 보여줬던 이승원(등번호 6)의 남은 경기일정 활약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사진=KOVO 제공]

이제 6년차가 된 세터 이승원은 지난 시즌 내내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며 주전과 백업을 오갔다. 5, 6라운드부터 자신감이 붙은 그는 포스트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올 시즌 후방십자인대 염증을 안고 시작했고, 몸 상태가 좋아진 뒤에도 베테랑 황동일, 2년차 이원중보다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이승원은 22경기 74세트에서 701개의 세트(세트당 9.47개)를 성공했다. 황동일(385개·세트당 6.01개), 이원중(83개·세트당 5.92개)보다 나은 수치지만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게 공격수와 호흡, 경기를 읽는 눈이다.

최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작년에 ‘이승원으로 되겠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올해는 ‘언제 돌아와’하며 궁금해 할 만큼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고 설명했지만 5라운드를 치르고 있는 현재 기대보다 아쉬운 상황임에 틀림 없다.

당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한선수는 공만 주면 알아서 다 한다. 나보다도 배구를 잘 안다”며 “유광우와 입대한 황승빈까지 좋은 세터가 3명이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 감독도 “세터가 좋으면 공격수들도 덜 다친다”는 말로 세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원중을 제3세터로 분류하면 남은 경기일정에서도 이승원과 황동일이 번갈아 투입될 전망이다. 두 사람 개인의 컨디션만큼이나 공격수들과 호흡이 좋아져야만 한다. 6라운드에서 우리카드, 대한항공을 한 번씩 더 만날 예정이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또 상대할 공산이 크다. 남은 10경기가 정말 중요하다.

최 감독은 “문제가 있으면 고쳤을 때 더 좋은 팀이 되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발전하는 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최 감독의 세터 고민은 지난 시즌만큼이나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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