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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성용 놓친 FC서울, 나무만 바라보다 잃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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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성용 놓친 FC서울, 나무만 바라보다 잃은 것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11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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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해 50% 관중 증가세를 보인 K리그에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다. K리그 복귀 의사를 타진한 기성용(31)으로 인해 축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축구 팬들은 마음만 먹으면 기성용의 플레이를 수시로 직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한여름 밤의 꿈이 되고 말았다. 기성용은 친정팀인 FC서울은 물론이고 협상을 진행했던 전북 현대 등 어떤 K리그 팀으로의 복귀도 없다고 공언했다.

2009년 셀틱 이적 때 복귀 시 우선협상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FC서울이 위약금을 빌미로 협상서 우위를 점하려 했던 게 결정타였다.

 

K리그 복귀를 타진하던 기성용이 11일 친정팀 FC서울과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던 전북 현대 양 구단에 협상 종료를 알렸다. [사진=스포츠Q DB]

 

2007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한 기성용은 3년간 팀에서 뛰며 최연소 베스트11에 선정됐다. 2009년 셀틱으로 이적한 기성용은 2012년 스완지 시티로 옮기며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이후 지난 시즌까지 줄곧 프리미어리그에서만 뛰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이룩했고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피치를 누볐다. 특히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주장 완장을 차며 ‘기 캡틴’으로 불렸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불운 속에 최근 몇 년간은 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대표팀에만 오면 남다른 클래스를 보였다. K리그 복귀설에 기대감이 커졌던 이유다.

기성용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며 커지는 관심에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졌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에도 연일 이름을 올렸다. 그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이 효과가 흥행에 어떻게 불을 붙일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정작 계약은 난항을 겪었다. 서울은 기성용의 셀틱 이적 때 우선 협상권과 함께 타 구단 이적시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을 내걸었다. 기성용 또한 당연히 서울로 복귀를 생각했다.

 

K리그 복귀시 대표팀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었지만 해외 리그 이적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이마저 쉽지 않아졌다. [사진=스포츠Q DB]

 

문제는 서울의 안일한 태도였다.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에 연봉을 후려쳤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30억 원에 가까운 고액 연봉을 받고 있었던 기성용은 팬들과 K리그를 생각해 선의로 국내무대 복귀를 고려했지만 서울의 태도는 그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다. 이에 전북과 협상에 나섰는데, 국내 최고 대우를 보장받았지만, 위약금을 내세우는 서울의 고압적 태도로 이 또한 쉽지 않아졌다.

조금만 더 내다봤다면 전북만큼은 아니라도 충분히 더 좋은 대우를 해줄 가치가 있는 서울이었다. 기성용 복귀로 인한 관중 증대와 광고 촬영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한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그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위약금에 부담을 느끼던 전북이 예상보다도 더 폭발적인 대중의 반응에 이를 부담하면서라도 기성용을 영입하려고까지 했던 이유다.

나아가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여전히 기성용의 복귀를 내심 바라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긴 비행시간이 무릎에 치명적이란 이유 등으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내비쳤던 기성용이기에 K리그에 복귀한다면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서울이 제대로 사태를 파악한 시점은 너무도 늦었다. 기성용의 마음은 이미 돌아설 수 없을 만큼 굳혀진 뒤였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인 씨투글로벌은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는 걸 경계했지만 “기성용은 K리그 복귀 무산에 대해 상당히 상심하고 있다”는 말만으로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기성용은 해외 리그 이적을 타진 중이다.

축구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K리그 흥행몰이 기회를 서울 때문에 놓쳤다”는 게 주된 반응이다. 물론 각 구단의 자금 사정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다만 숲을 바라보지 못한 채 팀과 나아가 리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를 놓쳤다는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많은 K리그 팬들을 등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음껏 웃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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