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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풍' 주역, 지금의 이재영 이다영과 든든한 '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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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풍' 주역, 지금의 이재영 이다영과 든든한 '빽'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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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이자 V리그 여자부 흥행몰이의 주역들이다. 이 1996년생 쌍둥이 자매는 지난달 국가대표팀의 3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에도 앞장선 여자배구의 ‘미래’이기도 하다. 11일에는 이재영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불펜 서진용의 열애 사실이 보도됐고, 이튿날까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재영과 쌍둥이 동생 이다영이 모두 올라오며 대중들의 핫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 데뷔 6년차. 이번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뒤 도쿄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며 더 높게 비상할 두 사람이다. 사실 지금의 둘이 있기까지는 그들의 배구인생에 영향을 끼친 많은 은사들이 있었다. 그들의 지금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스승과 합을 조명하며 그동안 어떻게 성장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여자배구 '훈풍'의 주역 이재영(왼쪽)-이다영 쌍둥이 자매. [사진=연합뉴스]

◆ DNA 물려준 ‘배구 선배’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체육인 DNA를 타고났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때 육상 해머던지기 국가대표였던 이주형 익산시청 육상팀 감독과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대표팀 세터로 활약했던 김경희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전북 익산에서 이름을 날리며 전주 근영여중-진주 선명여중 시절부터 이미 배구 관계자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두 사람의 첫 배구 스승은 어머니인 셈이다.

자매에게 배구공을 처음 쥐어줬을 김 씨는 현재는 조력자로 두 사람의 옆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그는 V리그가 열리는 체육관에서 자주 목격된다. 평소 전국을 돌아다니며 딸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응원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은 TV로 지켜봤지만 대를 이어 올림픽에 도전할 두 딸을 응원하느라 가슴을 졸였단다.

지난 7일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장한 어버이상'을 수상한 김경희 씨(오른쪽).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김 씨는 큰 딸의 성실함과 책임감, 작은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 시즌 리그 통합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쥔 언니 이재영보다는 같은 세터 포지션 후배 이다영을 향한 걱정이 앞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연합뉴스를 통해 그는 “(이)재영이는 이제 스스로 이겨낼 줄 아는 경지에 올랐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세터는 공격수보다 많이 예민하다. 결승전 때 (이)다영이의 손가락을 보면서 많이 긴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한 뒤 이다영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배구에 더 큰 재미를 붙인 이다영이 최근 더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쌍둥이 딸을 국가대표로 키운 김경희 씨는 지난 7일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개최한 2020 배구인의 밤 행사에서 ‘장한 어버이상’을 받았다.

“둘이 나란히 올림픽에 출전해 다치지 않고 큰 경기를 즐기면 좋겠다. 무엇보다 김연경(엑자시바시) 등 언니들이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꿈을 이루도록 우리 딸들이 옆에서 잘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에서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인 동시에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인 김 씨의 복합적인 심경이 잘 느껴진다.

김양수(윗줄 오른쪽 첫 번째)감독의 선명여고는 이재영-이다영(윗줄 왼쪽 3, 5번째) 쌍둥이를 앞세워 2014 전국체전 여고부에서 우승했다. [사진=선명여고 제공]

◆ 선명여고, 그리고 김양수 감독

이재영과 이다영은 아직 프로 6년차에 불과하지만 아시안게임을 벌써 2차례나 경험하며 금, 동메달을 수확했다. 둘은 선명여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 간판으로 활약했고, 일찌감치 성인 대표팀에 승선했다.

당시 둘을 지도한 건 청소년(U-19) 대표팀 사령탑을 겸했던 김양수(55) 선명여고 감독이다. 1998년 배구부를 맡기 시작해 2008년을 기점으로 선명여고를 여고부 배구 최고 명문으로 부활시킨 명장이다. 

심판 2급 자격이 있는 강경종 이사장의 배구 사랑을 등에 업은 선명여고는 선수들에게 일체의 돈을 받지 않고 숙식이며 훈련, 대회 참가 등 모든 비용을 대주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재영 이다영은 최고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일찍이 가능성을 꽃 피웠다. 둘을 앞세운 선명여고는 2014년 춘계전국중고대회, 전국종별선수권, 전국체전 등 3관왕을 달성했다.

선명여고 시절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재영(오른쪽)-이다영은 이제 대표팀 간판으로 거듭났다. [사진=FIVB 제공]

두 사람은 2학년이던 2013년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재영은 이듬해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에서 경기당 15점 이상 내며 ‘제2의 김연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다영도 이효희(한국도로공사)의 백업으로 제 몫을 다했다. 둘은 그 해 김양수 감독과 함께 U-19 팀을 아시아여자선수권 3위에 올렸고, 고교생 신분으로 아시안게임까지 접수했다. 

차해원 당시 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다영은 신장도 좋고 서브와 블로킹 능력까지 갖췄다. 어린 나이지만 센스도 뛰어나다. 여자배구 세터 계보를 충분히 이을 수 있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이다영 스스로도 “경험이 부족하지만 주전 욕심이 없지는 않다. 쉽지 않겠지만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할 만큼 당찼다.

고교 때 이미 태극마크를 쟁취한 이재영 이다영은 졸업반이던 2014년 각각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 2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첫 시즌이 한창이던 2015년 2월 김양수 감독은 지역지와 인터뷰에서 “(이)다영이가 메신저를 통해 ‘선생님 보고 싶어요. 힘들지만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할게요‘라고 연락을 해주는데 참 기특하다. (이)재영이는 언니라 그런지 힘들어도 내색을 안 한다”고 했다. 두 제자와 김 감독의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미희(사진) 감독은 이재영이 프로 무대에서 처음 만난 지도자다. [사진=스포츠Q DB]

◆ 강하게 키우는 어머니, 박미희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이재영은 데뷔전 11점을 작렬, 화려하게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3, 4라운드 들어 목적타에 시달리며 리시브가 흔들렸고, 차츰 공격력도 떨어졌다. 6라운드 MVP를 받은 덕에 만장일치 신인상을 따냈지만 레프트로서 수비력 보완이 절실했다. 

이정철 당시 IBK기업은행 감독은 레프트 박정아(현 한국도로공사)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 공격력을 극대화한 반면 박미희 감독은 “이재영을 수비도 되는 선수로 키워내겠다”고 선언했다. 

이재영은 다음 시즌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는 없다는 듯 베스트7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박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첫 시즌 36.32%였던 리시브효율을 2, 3번째 시즌 각각 43.67%, 45.91%까지 끌어올리며 공수겸장으로 거듭났다. 2016~2017시즌 팀을 리그 정상에 올리며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이듬해 혹사 논란 속 팀이 최하위로 곤두박질쳤지만 지난 시즌 박미희-이재영 사제지간은 V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공격 부담을 덜어줄 레프트 김미연, 센터 김세영, 이주아가 가세한 뒤 이재영은 훨훨 날았다. 박미희 감독은 한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처음으로 통합우승 대업을 달성한 여성 사령탑이 됐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좌절했던 두 사람은 오랜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펑펑 울며 기쁨을 만끽했다.

박미희 감독과 이재영은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사진=KOVO 제공]

박 감독은 당시 “부임하자마자 (이재영을) 데려왔으니 운명이지 싶다. 그동안 에이스로 고생을 많이 했다. 어린 선수로서 무거운 짐이었는데 잘 이겨냈다”면서 “스스로 워낙 배구를 좋아한다. 좋은 유전자를 받았는데 노력도 많이 한다. 방향만 제시하면 습득이 빠르다. 열정이 넘쳐 지치지도 않으며 항상 긍정적이니 멘탈 갑(甲)”이라며 고마워했다. 

이재영 역시 “선수는 팀과 감독을 잘 만나야 한다고 했다. 나는 꾸짖기보다 믿고 맡겨 주면 더 힘을 얻는다. 감독님은 뭔가 지적할 때 '왜 그렇게 못해'보다 '이렇게 하면 더 잘했을 것 같아', '한번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라고 해 주신다”며 “감독님과 은퇴할 때까지 같이 배구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박 감독은 또 “사실 (이)재영이를 칭찬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잘 못하고 있는 점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절제한다”고 했고, 이재영은 “칭찬을 거의 받지 못해 섭섭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재영을 위하고, 이재영도 스승의 마음을 충분히 잘 헤아리고 있다.

이도희(사진) 감독은 현대건설에 부임하면서 이다영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사진=스포츠Q DB]

◆ 이도희가 심고 라바리니가 피운 꽃

이다영은 데뷔 시즌 염혜선(현 KGC인삼공사)의 백업으로 많은 시간을 소화하진 못했다. 부상까지 겹쳐 이재영에 비해 조용히 보냈다. 2년차 여전히 백업이었지만 큰 신장을 활용한 블로킹과 특유의 패스 페인트로 존재감을 나타냈고,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한 몫 보탰다. 

이다영 배구인생의 변곡점은 명세터 출신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은 2017~2018시즌이다. FA가 된 염혜선이 팀을 떠나면서 처음 레귤러로 자리매김한 시즌.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물론 이다영이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도 안고 있었다는 것을 놓고 보면 파격적인 기용이었다.

이도희 감독은 이다영이 선명여고 2학년이던 2013년 당시 대표팀 코치였다. 이 때 이다영의 재능을 알아봤고, 프로 데뷔 4번째 시즌 풀타임 주전으로 뛸 기회를 줬다. 그는 “(이)다영이를 믿는 게 크다. 3년간 백업으로 뛰면서 프로 분위기를 익혔을 것”이라며 “내가 세터 출신이다 보니 많은 걸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밑에서 얼마나 성장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해당 시즌 마땅한 백업 없이 혹사한 탓에 기복이 있었고, 지난 시즌에는 팀이 전반적인 난조에 빠졌다. 당연히 이다영을 향한 의문부호 역시 여전했다. 

이다영은 대표팀에서 스테파노 라바리니(사진) 감독을 만난 뒤 한 차원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사진=FIVB 제공]

주전으로 맞는 3번째 시즌 이다영은 마침내 리그 톱 세터이자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날아올랐다. 올 시즌 여자부 1위를 질주 중인 현대건설 토털배구의 중심에 그가 있다. 180㎝, 세터로서 큰 키를 가진 그는 매 경기 블로킹을 잡아내고 틈이 보이면 2단 토스 페인트로 득점에도 가세한다. 경기당 4점 이상 내는 최고의 공격형 세터로 꼽힌다.

라바리니 감독이 대표팀에 온 뒤 이다영을 주전으로 활용, 많은 경험을 쌓게 했다.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올림픽 세계예선, 아시아여자선수권, 월드컵에서 속도감 있는 분배 배구를 익힌 그는 라바리니 감독을 만나 한 차원 더 성장했다. 지난달 올림픽 아시아예선 결승에서 태국 베테랑 세터 눗사라 톰콤과 맞대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셧아웃 승리를 견인했다.

이도희 감독은 “이다영이 굉장한 압박 속에 태국 전을 치른 게 큰 공부가 됐을 것”이라며 “이후 세트가 훨씬 자유롭고 정확해졌다.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로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올 시즌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이다영은 MVP 후보 1순위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한국여자배구의 중추로 압축성장·고속발전 하는 데에는 타고난 자질과 노력 외에도 든든한 ‘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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