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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투톱' 정현-권순우, 태극마크 포기한 이유 [데이비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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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투톱' 정현-권순우, 태극마크 포기한 이유 [데이비스컵]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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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테니스 ‘투톱’ 정현(139위·제네시스 후원)과 권순우(84위·CJ 후원·당진시청)가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않는다. 한국 최고의 실력자들이 빠지게 된 경위는 뭘까. 

12일 대한테니스협회는 3월 6~7일 예정된 데이비스컵 이탈리아 원정에 나설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정희성(부천시청)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이덕희(218위·서울시청), 남지성(245위·세종시청), 정윤성(328위·CJ 후원), 송민규(983위·KDB산업은행), 정홍(1326위·현대해상) 등 5명을 이끈다.

데이비스컵은 4단식-1복식으로 진행되며 이탈리아를 꺾을 경우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에는 18개 나라만 나설 수 있다. 국가랭킹 29위 한국에 11위 이탈리아는 벅찬 상대다. 역대 2차례 맞대결에서도 모두 졌다. 정현과 권순우의 빈 자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정현의 데이비스컵 출전이 무산됐다. [사진=AP/연합뉴스]

정현은 협회 후원사 관련 규정 탓에 대회에 나설 수 없고, 권순우는 올림픽 진출을 위한 세계랭킹 유지에 힘쓰고자 불참을 선언했다.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은 “권순우, 정현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선수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현은 참가의사를 전했지만 후원사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협회 규정 상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가대항전에 출전할 때 협회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 의류와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현은 개인 후원사를 두고 있다. 의류는 라코스테, 신발은 나이키다. 특히 잦은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정현은 후원사로부터 의료 목적의 개인 맞춤형 신발을 제공받고 있다.

단 예외 조항도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50위 이내의 경우 개인 후원사 물품을 착용하고 국제대회에 나가도 된다. 하지만 정현은 현재 세계랭킹이 139위까지 떨어져 예외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협회는 "개인 후원사 제품을 착용해도 로고만 가리면 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정현 측은 꾸준히 협회 측의 양해를 구해온 상황이다. 결국 협의점에 이르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불참하게 된 것이다. 손바닥 부상으로 호주오픈에 불참했던 정현은 이달 말 열리는 ATP 500시리즈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 출전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어렵게 된 정현의 데이비스컵 출전 의지가 결여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상표를 가릴 경우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현의 매니지먼트사 IMG코리아는 “데이비스컵을 보면 선수들 모두 개인 후원사 제품을 착용하고 출전한다. 프로 테니스선수에게 개인 후원사는 중요한 부분이니 협회에서 존중해줬으면 하는 입장”이라 전했다.

권순우는 데이비스컵보다는 올림픽 출전에 무게를 두고 세계랭킹 유지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이 후원사 규정 때문에 정현은 지난해 9월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예선 중국전에도 뛰지 못했다. 2018년 9월 44위였던 정현은 이 조항에 따라 개인 의류와 신발을 착용한 채 데이비스컵에 출전한 바 있다.

권순우는 미국에서 계속 투어 일정이 잡혀 있다. 도중에 이탈리아로 이동할 경우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거란 판단 하에 데이비스컵을 포기했다.

그는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권순우는 지난해 데이비스컵 단식 2경기에서 승리하며 활약했기에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남자 단식 티켓을 받을 수 있는 안정권에 들려면 올해 6월 기준 세계랭킹 8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투어 대회에 집중해 현 세계랭킹을 방어하겠다는 심산이다.

정현, 권순우가 빠졌지만 이덕희, 남지성이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이덕희는 "최종예선 출전은 처음"이라면서 "이탈리아는 쉽지 않은 상대지만 데이비스컵은 단체전인 만큼 팀워크를 다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의지를 불태웠다. 

남지성 역시 "최근 훈련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또 호주오픈과 같은 좋은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향상됐다"면서 "데이비스컵은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에 항상 철저히 준비하는데 선수들끼리 잘 뭉쳐 어떻게든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송민규와 짝을 이뤄 호주오픈 복식 본선에 출전한 경험을 살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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