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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20승 박인비, '올림픽 여제'는 그렇게 부활했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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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20승 박인비, '올림픽 여제'는 그렇게 부활했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1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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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림픽의 해가 밝았고 박인비(32)도 기지개를 켰다. 통산 20번째 트로피를 수확하며 ‘여제’의 해를 만들 준비를 마쳤다.

박인비는 16일(한국시간)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시턴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파73·663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오버파 74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2위 에이미 올슨(미국)을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박인비가 1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오랫 동안 기다렸던 정상 탈환이다.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이후 1년 11개월만. 올림픽의 해에 아홉수의 악몽을 깰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었다.

박인비는 2008년 6월 US오픈에서 처음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고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무려 16승을 몰아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16년엔 116년 만에 정식 종목에 오른 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든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던 그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영광의 순간 이후 시련이 찾아왔다. 2017년 3월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한 번씩 우승의 감격을 맛본 박인비는 2019년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준우승만 5차례 할 만큼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번 대회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3라운드까지 2위 조아연에 바짝 쫓긴 박인비는 이날 첫 홀부터 보기를 기록했다. 조아연의 매서운 추격을 당했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박인비. [사진=AFP/연합뉴스]

 

하지만 박인비는 노련했다. 버디로 똑같이 응수하며 다시 격차를 벌렸고 조아연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후 류위(중국)가 2타 차까지 쫓았지만 3연속 보기로 또 스스로 무너졌다. 박인비는 17번 홀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침착히 버디를 만들어 낸 뒤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박인비의 부활이 유독 반갑다. 오는 7월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6월 LPGA 랭킹 15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 박인비는 17위.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단숨에 순위권 내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또 이겨내야 할 상대들이 있다. 15위 안에 진입해도 국가 당 최대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 현재 고진영(1위), 박성현(2위), 김세영(6위), 이정은(9위)까지 톱10에만 4명이 포진해 있고 김효주(12위)도 박인비보다 위에 자리해 있다.

누구보다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인비는 대회를 앞두고 “도쿄올림픽에 나가려면 상반기에 2승 정도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승 후 동료들에게 샴페인 세례를 맞고 있는 박인비(가운데). [사진=AFP/연합뉴스]

 

그러나 남들에게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기에 ‘여제’ 아니겠는가. 박인비는 이미 다 계획한 것처럼 2년 가까이 무관에 그친 것이 무색할 만큼 뛰어난 기량으로 올림픽 진출의 꿈을 키웠다.

20승 달성도 큰 의미다. 25승을 거둔 전설 박세리(43·은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이자 LPGA 역대 28번째 대기록이다. 최다승 1위는 캐시 휘트워스(81·미국)로 무려 88승을 챙겼는데, 현역 중에선 카리 웹(46·호주)의 41승이 최다승이다.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2억3045만 원)를 추가한 박인비는 시즌 상금 32만7163달러로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박인비가 LPGA 투어 상금 1위를 차지한 것은 6승을 몰아쳤던 2013년이었는데, 올림픽의 해를 맞아 7년 만에 영광 도전에 나선다.

경기 후 박인비는 “한국에서 ‘아홉수’라는 말이 있는데 호주가 행운의 장소가 됐다”면서도 “국가대표가 되기 쉽지 않다.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더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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