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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규-농구협회 어설픈 마무리, 본질 피해간 결론도 공모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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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규-농구협회 어설픈 마무리, 본질 피해간 결론도 공모제도 문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19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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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나서게 됐지만 올림픽 개막을 5개월 남긴 상황에서 새 사령탑 물색에 나서게 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8일 서울시 송파구 협회 회의실에서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고 오는 이달 말로 만료되는 이문규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론이었지만 그 과정은 다소 아쉬웠고 어설펐다.

 

이문규 농구 대표팀 감독(왼쪽)이 18일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 향상위원회에 참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문규 감독은 이달 초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팀을 이끌고 1승 2패를 기록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나섰던 대표팀이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올림픽과 인연이 끊겼다.

그런 대표팀을 이끌고 영국을 잡아내며 도쿄행 티켓을 따낸 건 분명 반가운 일. 하지만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문규 감독을 향한 따가운 눈총이었다.

1승을 안은 영국전 운영이 문제였다. 이문규 감독은 12명 엔트리 중 강이슬과 박혜진, 김단비를 풀타임 출전시켰고 박지수와 배혜윤의 체력부담을 덜기 위해 김한별이 6분 뛴 것에 그쳤다. 전체 엔트리 중 절반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

혹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이문규 감독은 “오래 뛰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
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정작 이들의 체력은 경기 막판 급격히 저하됐고 15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점 차까지 추격을 당해야 했다.

또 19위 한국에게 버거웠던 상대라고는 해도 스페인(3위)과 중국(8위)에 46-83, 60-100으로 무기력하게 패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선수단과 불화설도 제기됐다.

그러나 경기력 향상위원회 위원장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불화나 혹사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선수 혹사에 대해선 단기전 특성상 어느 지도자라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이문규 감독이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듣고는 씁쓸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일승 위원장은 “다만 이문규 감독께서 팬이나 미디어, 연맹 등의 단체와 소통이 미흡했다는 점에서는 위원회에서 문제를 공감했다”며 “그런 점이 결과를 내고서도 안 좋은 분위기로 가게 된 이유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발생하자 이문규 감독이 여자 농구의 현실을 운운하며 더욱 비판을 키운 건 소통의 문제가 맞다.

다만 전술적 부재로 인해 선수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던 것, 혹사를 어쩔 수 없는 측면으로 평가한 건 다소 아쉽다.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없었기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한다고 해도 문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협회는 오는 23일 이사회에서 이 결정에 대해 최종 승인을 내릴 예정이다. 다음달 16일까지 예비 엔트리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전까진 감독 모집을 완료할 계획이다.

협회는 대표팀 사령탑을 공모제로 구하고 있다. 추 위원장은 ”올림픽만을 위한 감독을 선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현직 프로 사령탑들을 포함해서 더 많은 인재 풀을 확보해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전했다. 물론 이문규 감독이 부족했던 소통 문제까지도 갖춘 인물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까지 5개월만을 남겨둔 가운데 본선에 진출 시킨 감독도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감독직에 얼마나 뛰어난 자질을 갖춘 이들이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협회는 이문규 감독도 다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부족함을 이유로 계약 연장을 포기한 이를 공모방식으로 다시 뽑는 것도 웃지 못할 그림이 될 것이다. 여러모로 큰 고민에 직면하게 된 농구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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