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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국 공식 간담회' 기생충, 현실에 발 붙인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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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국 공식 간담회' 기생충, 현실에 발 붙인 이야기의 힘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2.19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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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스포츠Q(큐) 글 김지원 · 사진 손힘찬 기자]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긴 영화 '기생충'. 약 11개월 간의 숨가쁜 여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금의환향'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 연출진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이 참석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기자회견으로, 현장에는 500명 이상의 국내외 취재진이 모여 뜨거운 열기를 자아냈다.

지난해 4월 제작발표회 이후 11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게 된 봉준호 감독은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 마침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 기분이 묘하다"며 감회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스카 캠페인' 여정과 차기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세밀한 검증의 과정"… 6개월 간의 '오스카 캠페인'을 돌아보며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최초의 기록을 연일 갱신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에 이어 국제 장편 영화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칸 영화제 이후 세계 굴지의 영화제에서 약 200여개의 상을 받은 '기생충' 팀은 지난 8월부터 배급사 CJ ENM,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와 북미 배급사 '네온'과 함께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봉준호 감독은 "후보에 오른 모든 작품이 '오스카 캠페인'을 펼친다. 캠페인 당시 북미 배급사 네온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중소 배급사였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마치 '게릴라전'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 그 말은 저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인터뷰만 600차례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었다"며 "다른 영화들 큰 광고판이 있고 거대한 프로모션을 한다면 저희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저뿐 아니라 노아 바움백, 토드 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 바쁜 창작자들이 왜 일선에서 벗어나서 시간 들여서 캠페인을 하며, 왜 많은 예산을 쓰는지 낯설고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면서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작품들을 밀도있게 검증하는구나,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세밀하고 진지하게 점검해보는 과정으로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로컬'이라고 말한 것이 캠페인 전략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다 계획이 있던 것이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제가 처음 캠페인을 해보는 입장에서 무슨 도발씩이나 하겠나. 단순히 영화제 성격에 대해 '칸이나 베를린은 인터내셔널이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이라고 비교하는 의미였는데 미국에서 반응이 있더라"며 웃었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캠페인 과정을 함께 한 송강호는 "6개월 간 최고의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내가 아니라 타인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내 자신이 더 작아졌다"면서 "'기생충'을 통해서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과 공감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 연출진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이 참석했다.

 

# '기생충' 흑백판부터 美 TV시리즈까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봉준호 감독은 앞선 다른 작품들에서도 빈부격차, 사회부조리를 이야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이 유독 전세계적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된 이유를 묻자 봉준호 감독은 현실에 발을 붙인 이야기의 힘에 대해 설명했다.

"'괴물'은 한강 괴물이 뛰어다녔고 '설국열차'도 SF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기생충은 동시대 이야기고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실에 기반한 톤의 영화를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했기 때문에 더 폭발력을 가지지 않았을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CNN 기자가 '기생충이 한국 사회 불균형에 대한 어두운 면을 묘사하는데도 지지를 받은 특별한 이유'에 대해 묻자 봉준호 감독은 "자주 들었던 질문"이라며 담담하게 답변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본질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엔딩까지 현대사회의 씁쓸한 부분을 정면돌파한다. 불편해하고 싫어하실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겉에 달콤한 데코레이션을 입히고 싶지는 않았다"고 답변하면서 "솔직하게 나타낸게 대중적으로는 위험해 보일 수 있겠지만 영화가 가져가야할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생충'의 엄청난 성과 이후,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을 향한 궁금증도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어 영화와 영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두 편의 작품은 몇 년 전 부터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기생충 결과와 상관 없이 평소 하던대로 계속 준비하고 있다"면서 "기생충도 어떤 목표를 가지고 찍은 영화는 아니고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해서 찍은 영화다"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26일 국내에서 흑백판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 HBO에서는 TV시리즈를 제작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 흑백판 제작에 대해서 "거창한 의도라기보다는 고전 영화나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 소위 말하는 로망이 있어서 만들었다"면서 "흑백판을 통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이나 연기 디테일, 뉘앙스를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직접 보시면서 느껴보시면 재밌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관람 '팁'을 줬다.

미국에서 제작하는 TV시리즈에 대해서는 "이야기 방향과 구조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기생충이 애초에 갖고 있는 주제의식을 더 밀도있게 다룰 것 같다"면서 "'설국열차' TV시리즈를 2015년부터 준비했는데 올 5월에 방영이 된다. 기생충도 그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작년 5월 칸부터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사가 있다보니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지만 영화 자체가 오래오래 기억됐으면 합니다." (봉준호 감독)

 

최초, 최고의 역사를 써내리며 세계의 영화 산업을 뒤흔든 '기생충'은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프로모션을 마무리한다. 이날 이선균은 "지난해 한국 영화 100주년 이후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저희의 결과가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큰 믿거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작년 5월 칸부터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사가 있다보니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한다"며 '기생충'을 마무리하는 애정어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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