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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농구-우승반지-김병철 대행, 오리온 떠나는 추일승 유산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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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농구-우승반지-김병철 대행, 오리온 떠나는 추일승 유산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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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고양 오리온을 대표 스타 추일승(57) 감독의 마지막은 아름다웠다. 하락세를 걷는 팀에서 스스로 물러날 때임을 직감했고 후배의 길을 응원하기 위해 박수를 받으며 지휘봉을 내려놨다.

고양 오리온은 19일 “추일승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사의를 수용하고 김병철(47) 코치가 남은 시즌 감독 대행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비롯해 봄 농구가 보장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안겼던 명장의 퇴장이다.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가운데)이 19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사진=KBL 제공]

 

추 감독은 유재학 감독과 함께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선수시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은퇴한 뒤 기아자동차 공장 노무관리팀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며 농구와 연이 끊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팀 내 파벌갈등이 생겼고 팀에선 홍익대 출신 추일승이 구단 프런트로 다시 농구계로 돌아온 계기가 됐다. 이후 5년간 운영팀장을 맡았던 그는 1997년 상무 농구단 코치와 감독, 이후 부산 KTF 감독 등으로 경력을 이어갔다.

오리온과 만남은 추일승 감독의 농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2년간 야인 생활을 끝내고 2011년 오리온의 지휘봉을 잡은 추일승 감독은 포워드 농구를 표방하며 팀을 재건했다. 2012~2013시즌엔 팀을 봄 농구로 이끌기도 했다.

‘공산농구’를 펼치는 ‘추일성’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선수들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9시즌 동안 6차례나 봄 농구를 경험했다. 특히 2015~2016시즌엔 팀에 챔피언 반지를 선사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비주류’로 불리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갔고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공부하는 지도자로 귀감이 됐다. 지난 시즌엔 초반 10연패를 당하고도 봄 농구에 나섰는데, 이는 KBL 역사 최초였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기대를 모았던 마커스 랜드리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팀은 최하위까지 추락했고 추 감독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난달 27일 추일승 감독(위)는 김병철 코치(가운데)에게 작전 지시를 맡기며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KBL 제공]

 

추 감독은 “시즌 도중 사퇴하게 돼 구단과 선수단에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결심했다”며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과 묵묵히 따라와 준 선수단, 아낌없이 지원해준 구단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오리온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끝인사를 남겼다.

그의 뒤엔 김병철 코치가 있었다. 1997년 오리온 창단 멤버로 팀의 전성기를 이끌며 영구결번(10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농구대잔치 시절 함께 영광을 누렸던 이상민(삼성), 문경은(SK), 현주엽(LG) 등은 이미 감독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자질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농구계에서도 차기 감독감으로 평가받던 김 감독대행이다.

추일승 감독의 뛰어난 업적으로 쉽사리 기회를 얻지 못했던 김 대행이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추 감독은 한 발 먼저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제자가 보다 감독직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식 계약을 한 뒤 새 시즌을 꾸려나가기 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추일승 감독은 경기 중 작전타임을 요청한 뒤 김병철에게 권한을 넘겼다. 추 감독은 김병철 코치가 작전을 지시하는 걸 뒤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코치들은 도움 설명 정도로 역할이 국한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꽤나 파격적이었다. 이때부터 이미 추 감독은 마음 속으로 떠나가야 할 때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

새 시대를 맞게 되는 오리온이지만 팬들은 박수를 이끌어내며 떠나는 추일승 감독과 함께한 영광의 시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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