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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추효주, 여자축구 세대교체 선봉 "지소연 언니 뒤따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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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추효주, 여자축구 세대교체 선봉 "지소연 언니 뒤따를게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2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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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좋은 성적 내서 나 또한 후배들에게 좋은 발판이 되고, 여자축구를 더 알리고 싶다.”

2000년생 추효주(20·울산과학대)는 한국 여자축구 세대교체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해 10월 부임하며 “16세던 36세던 실력만 출중하다면 언제든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을 남겼던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바로 19세 이하(U-19)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추효주를 A대표팀으로 ‘콜업’했다.

추효주에게 지난해는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한국의 U-20 월드컵 진출을 견인한 뒤 A대표팀에 발탁돼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른바 ‘황금세대’ 그 뒤를 이을 그는 스포츠Q(큐)와 인터뷰에서 자신도 롤 모델 지소연(29·첼시)처럼 여자축구를 알리고 후배들에게 좋은 발판을 놔주고 싶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20세 신예 추효주(가운데)는 지난해 12월 A매치에 데뷔했고, 이달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만과 2차전을 통해 첫 A매치에 나선 그는 이달 제주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베트남과 최종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플레이오프(PO)행에 앞장섰다.

추효주는 키 164㎝로 체구는 작지만 최전방은 물론 윙 포워드와 사이드백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자원이다. 그만큼 축구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특정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때로 어린 그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의연한 대답을 내놓았다. “공수 가리지 않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한 자리보다 여러 자리를 소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장)슬기(26·마드리드 CFF) 언니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수비의 경우 많이 서 본 자리가 아니라 부족한 점이 많은데 언니들, 감독님, 코칭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줘 실수를 하더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허정재 감독이 이끄는 U-19 대표팀은 호주와 AFC 챔피언십 3·4위전에서 승리해야만 U-20 월드컵에 갈 수 있었다. 추효주는 멀티골을 작렬하며 9-1 대승을 이끌었다. 그를 눈여겨 본 벨 감독이 그를 A대표팀 예비소집 명단에 포함했고, 동아시안컵 최종명단에도 승선했다. 이어 올림픽 예선에서도 중용됐으니 출발이 남다른 셈이다.

그는 “(A매치 데뷔골 넣고) 많은 축하를 받았다. 주변에서 데뷔골 기념 케이크를 만들어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는 목표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A대표팀에서 뛸 거라고 생각지는 못했다”며 얼떨떨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챔피언십에 갔을 때 허정재 감독님께서 ‘(A대표팀) 감독님도 바뀌었고, 중계도 해주니까 너희에게 좋은 기회다. 부담 갖지 않고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다. 너희를 많이 지켜볼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셔서 동기부여가 됐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AFC U-19 여자챔피언십 일본전. [사진=본인 제공]

U-19 대회를 치른 뒤 불과 한 달 만에 A대표팀 소속으로 국제대회를 누볐다. 처음 경험한 성인 레벨은 어땠을까. 

추효주는 “(처음에는) 항상 TV에서만 보던 언니들과 공을 차는 게 안 믿겼고. 너무 잘 한다고만 느껴졌다”며 “판단의 속도가 중요하다. 대만전(데뷔전) 때 근육경련이 났는데 경기 템포와 속도, 강도 차이에 기인했던 것 같다”는 소감을 꺼내놨다.

현 대표팀은 지소연, 김혜리(30·현대제철) 등 2010 U-20 월드컵 3위, 장슬기, 이금민(26·맨체스터 시티), 여민지(27·수원도시공사) 등 같은 해 U-17 월드컵 우승 주역이 주축을 이룬다. 주전 골키퍼 윤영글(33·한국수력원자력), 주장 조소현(32·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은 더 고참이다.

2015·2019년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사상 첫 16강 쾌거를 이룩한 황금세대는 지난해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미래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언니들을 보면서 꿈을 키운 추효주, 강지우(20), 조미진(19·이상 고려대) 등이 벨 감독 체제를 경험하며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추효주의 주 포지션은 윙어이자 공격수다. 자연스레 지소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 한국축구 간판 공격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 그 중에서도 지소연은 그에게 유독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베트남전에서 강채림(인천 현대제철)과 함께 최전방에 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지소연과 호흡을 맞췄다. 감회가 남다를 터.

추효주는 손흥민(오른쪽)과 마주한 순간을 떠올렸다. [사진=본인 제공]

“(지소연 언니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항상 어린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실수해도 격려하고 옆에서 도와준다. 후배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좋은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 같다”며 “윙 포워드다보니 골 욕심이 없지 않다. 지소연 언니처럼 되고 싶다. 경기도 많이 뛰고, 골도 많이 넣고 싶다”고 했다.

그는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손흥민과 마주한 적도 있다. “손흥민 선수는 한 번 봤다. 롤 모델이라고 하니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서 ‘챔피언십 잘하고 오라’고 격려해줬다”며 그 때를 떠올렸다. 손흥민과 찍은 사진은 메신저 프로필에도, 그의 SNS에도 올라갔다. 그가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손흥민과 접점은 자연스레 더 많아질 터다.

추효주에게 기회를 준 벨 감독은 국내 여자축구 판에 흔치 않은 외국인 사령탑이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25년지기이자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끈 명장과 함께 해본 소감도 궁금했다. 

추효주는 “(벨 감독은) 마인드가 깨어 있고 긍정적이다. 어린 나이 선수들에게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실수를) 많이 보여달라’ 하시며 자신감 심어주려 하신다. 유머감각도 있으셔서 장난도 많이 치신다”며 친숙하다고 했다.

또 “현재 리버풀에 빗댄 설명도 많이 해주신다. 늘 고강도를 중요시한다. 포지션 별로 상대를 압박하고, 항상 상대보다 많이 뛰는 축구를 강조하신다”고 설명했다. 팀 컬러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자 “쉽게 지지 않는 팀, 항상 이기는 걸 목표로 한다. 한국 선수들은 슛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기회가 나면 때리라고 하신다”고 덧붙였다.

추효주를 발탁한 뒤 자신감을 강조하며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는 콜린 벨(오른쪽) A대표팀 감독. [사진=본인 제공]

추효주와 한국 여자축구의 당면 과제는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이다. 3월 6일 용인시민체육공원 주경기장에서 중국과 올림픽 최종예선 PO 1차전, 같은 달 11일 원정경기(이상 중계 미정)를 치른다. 추효주는 PO 대비 소집훈련에 참가할 25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2일 소집을 앞두고 있다.

그의 롤 모델 지소연은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올림픽 무대를 노크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소연은 후배들 앞에서 ‘본선에 진출할 때까지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말로 간절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 마음은 추효주에게도 전달됐다.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가 올림픽에 가게 되더라도 팀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라며 “(지소연이) 월드컵 등 많은 대회를 모두 나가봤는데 올림픽은 못 나갔다고 했다. 이번 대회 북한도 안 나오고 기회다보니 더 간절함이 느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자 팀이 올림픽에 나갔으니, 이제 우리가 나갈 차례가 아닌가 싶다. PO 나가서 올림픽 티켓도 따고, U-20 월드컵(8월 코스타리카-파나마 개최)에서도 좋은 성적 내서 나 또한 후배들에게 좋은 발판이 되고 싶다. 여자축구를 더 알리고,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잘하고 싶다”며 2020년 이루고 싶은 바를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최종예선 당시 부상으로 빠졌던 손화연(창녕WFC)과 정설빈(현대제철) 등 언니들은 물론, AFC U-19 챔피언십을 함께한 박혜정(고려대), 조미진 등 친구들도 소집명단에 들었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효주로서는 매 순간이 성장의 장이기도 하다.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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