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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벗어난 이승우, 이젠 '꽃길'만 걸으리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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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벗어난 이승우, 이젠 '꽃길'만 걸으리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2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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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길고 긴 악몽의 터널에서 헤매던 이승우(22·신트트라위던)가 한줄기 희망의 빛을 봤다. 단 한 경기로 어둠 속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찾은 듯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냈다.

이승우는 24일(한국시간) 벨기에 헨트 겔람코 아레나에서 열린 헨트와 2019~2020 벨기에 주필러리그 27라운드 방문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돼 45분을 소화했다.

30경기를 치르는 주필러리그에서 얻은 2번째 출전. 다시는 없을 수도 있는 소중한 기회를 완벽히 살려낸 이승우다.

 

이승우가 24일 헨트와 2019~2020 벨기에 주필러리그 27라운드 방문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신트트라위던 페이스북 캡처]

 

세계가 주목하는 바르셀로나 유망주였던 이승우는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해외 이적 금지 조항을 어겨 출전 정지 징계 대상이 됐다. 백승호(다름슈타트), 장결희(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참 경기에 나서며 성장해 가야할 시기였지만 이승우의 성장 곡선은 돌연 멈춰버렸다. 징계가 풀렸지만 3년 동안 그 어떤 경기에도 나설 수 없었다.

2016년 1월 이후 징계가 풀렸고 오랜 만에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후베닐A에 복귀한 이승우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성인팀인 바르셀로나B에선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7년 여름 이승우는 출전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로 이적했다. 그러나 1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승격팀은 수비에 중점을 두고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승우에겐 역시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2018년 여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서 금메달 사냥에 일조하며 병역 혜택까지 얻어낸 이승우는 팀이 강등된 2018~2019시즌 세리에B(2부)에서 이승우는 중용됐다. 공격 포인트는 많지 않았지만 빠른 돌파와 적절한 공 배급으로 팀 공격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

 

이승우(왼쪽)가 날린 강력한 슛은 상대 골키퍼의 손을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문 위로 빗겨갔다. [사진=신트트라위던 페이스북 캡처]

 

올 시즌 이승우는 또다시 팀을 옮겼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은 구단 역대 최고인 120만 유로(15억 원)의 이적료를 주고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 공격수를 영입했다. ‘꽃길’을 걷는 것만 남아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장벽에 막혔다. 팀에선 이승우가 적응에 애를 먹고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감독과 불화가 있다는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2차례 감독 교체 후에야 제대로 기회를 얻게 된 이승우다. 닉키 하연 전 감독 대행 체제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승우가 잘 할 수 있는 쉐도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로 피치에 나섰다.

익숙한 옷을 입은 이승우는 훨훨 날아다녔다. 한 차례 과감한 중거리슛을 비롯해 저돌적인 돌파와 현란한 발재간을 뽐냈다. 

 

헨트 수비진을 제치고 돌파하고 있는 이승우(가운데). [사진=신트트라위던 페이스북 캡처]

 

논란이 됐던 피지컬적인 부분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마저 많이 보완한 느낌이었고 스피드와 발기술을 살려 자신의 약점을 덮어냈다. 

더욱 의미 있는 건 맞붙었던 헨트가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단골 손님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라는 것. 실력 논란을 비웃듯 벨기에 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지역 매체인 흣 블랑 반 림부르흐는 이승우의 이적 후 행보에 대해 소개하며 “이승우는 이번 경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패배 속에도 팀이 찾은 위협적인 선수”라며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로 코스티치 감독의 평가도 후했다. “이승우를 투입하며 공격에 신선함이 불어넣어졌으면 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플레이가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승우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옥에 온 것처럼 힘든 시간이었다”며 “출전 기회가 부족해 쉽지 않았다. 항상 그라운드에 나서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이 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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