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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도 펩도 '실패'가 아니다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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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도 펩도 '실패'가 아니다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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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올 시즌 믿기 힘든 페이스로 선두를 질주 중인 리버풀과 그 뒤를 쫓기에는 너무나 크게 뒤처진 맨체스터 시티지만 지난 주말만큼은 희비가 엇갈렸다. 리버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패 우승이 무산된 반면 맨시티는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3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 역대급 우승 경쟁을 벌인 위르겐 클롭(53) 감독의 리버풀과 펩 과르디올라(49) 감독의 맨시티는 올해 지난해와는 다른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시즌 서로가 차지했던 타이틀을 제1 목표로 전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롭은 리그, 과르디올라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제패를 노린다. 

현대 축구를 선도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무패 우승에 실패한 클롭이며, 맨시티에서 아직까지 UCL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펩일지언정 박수 받기 충분한 행보다.

위르겐 클롭(사진) 감독의 리버풀이 왓포드에 패하면서 리그 무패우승이 무산됐다. [사진=AP/연합뉴스]

◆ 리버풀, ‘유럽최고’를 부정할 수 있을까

리버풀은 1일(한국시간)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로드에서 열린 왓포드와 2019~2020 EPL 28라운드 방문경기에서 0-3 완패했다. 개막 28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26승 1무 무패를 달리던 리버풀의 2003~2004시즌 아스날 이후 16년 만의 EPL 무패 우승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아스날 팬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지 모르겠다.  

리버풀이 써내려가던 각종 기록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18연승에서 멈추면서 2019년 1월 맨시티(18연승)를 넘어 단일 시즌 최다연승 기록 단독 1위가 될 기회를 놓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리버풀은 지난 시즌 포함 EPL 44경기 무패(39승 5무)를 달렸다. 아스날이 무패 우승할 당시 세운 리그 최장무패 기록(49경기) 경신을 6경기 앞두고 걸음이 멎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진행 중인, 달성이 유력한 기록들이 많다. 미국 NBC스포츠에 따르면 클롭은 경기를 마친 뒤 “때때로 충격요법이 필요한 법”이라며 “패배가 도움이 될 것”이란 말을 남겼다. 

1989~1990시즌 이후 30년 만의 EPL 우승까지 매직넘버는 4다. 1992년 EPL 출범 이래 첫 우승은 시간 문제다. 1972년 선배들이 세운 홈 21연승 타이기록을 갖고 있는데, 오는 7일 본머스전에서 이기면 이를 새로 쓴다. 

또 역대 최다승점 및 최다승 우승도 가능하다. 지난 시즌 맨시티가 따낸 승점 100까지 남은 승점은 21이다. 남은 10경기에서 평균 2.1점을 따내면 되는데, 앞서 치른 28경기에서 2.82점씩 획득했으니 수치상 충분하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유럽 최강의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진=EPA/연합뉴스]

또 역대 최다승 우승도 넘본다. 지난 2시즌 연속 맨시티가 거둔 32승 고지를 돌파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역대 최다승점 차 우승도 해봄직하다. 현재 2위 맨시티(승점 57)와 승점 차는 22다. 역대 1-2위 간 최다 승점 차는 2017~2018시즌 맨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9점 앞섰을 때인데 이보다 3점 더 벌려놓은 상태다.

클롭 감독 부임 4년 반 만에 리버풀은 2시즌 연속 UCL 결승에 올라 한 차례 우승하고, 2년 연속 역대급 승점을 쌓으며 리그 정상을 다투는 팀으로 변모했다. 유럽 최강팀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리버풀의 무패 우승이 좌절된 날 미국 CNN은 이집트 출신 전 EPL리거 호삼 미도의 말을 빌려 클롭의 업적을 재조명했다. 매체는 “그는 선수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며 “클롭이 리버풀에서 해낸 일들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클롭 휘하에서 모하메드 살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앤드류 로버트슨,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조던 헨더슨 등이 기량을 만개했다. 맨시티, 맨유,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보다 적은 돈을 쓰고도 더 높은 효율로 재밌는 축구를 하고 있다.

리버풀이 조기에 리그 우승을 확정할 경우 트레블(3개 대회)을 향한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우선 4일 첼시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을 치르고, 12일에는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와 UCL 16강 2차전에 나선다. 클롭의 아이들은 1999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유 이후 EPL 클럽으로는 21년 만에 UCL 포함 트레블에 성공할 수 있을까.

펩 과르디올라(가운데) 감독은 맨시티에서 실패한 걸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펩은 맨시티에서 실패했다?

맨시티는 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아스톤 빌라를 제압하고 카라바오컵 정상에 섰다. 1981~1984년 4년 연속 트로피와 입 맞춘 리버풀 이후 3연패는 맨시티가 처음이다. 

지난 시즌 자국 트레블을 달성한 과르디올라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지속성을 말하고 싶다. 지난 업적을 돌아보면 우리 선수들이 정말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럽을 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우승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과르디올라 감독은 개인 통산 29번째 트로피를 챙겼다. 바르셀로나에서 UCL 2회 포함 14개, 바이에른 뮌헨에서 7개를 챙겼고 맨시티에서 8번째다. 2016년 부임 후 리그컵 3연패 포함 리그 2회, FA컵 1회, 커뮤니티실드 2회 등 총 8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리그 왕좌가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에서 UCL 대권에 도전한다. 지난달 27일 ‘난적’ 레알과 16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겨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개인 통산 UCL 토너먼트 28번째 승리였다. 축구통계전문 업체 옵타에 따르면 퍼거슨 감독, 카를로스 안첼로티 에버튼 감독, 조세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 등을 따돌리고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2017~2018시즌 EPL 역대 최다연승(18) 기록을 세우며 최다승점(100) 우승했고, 지난 시즌 최다승(32) 우승까지 성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 부임 후 8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EPA/연합뉴스]

과르디올라는 UCL 2회 우승을 이끈 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UCL 타이틀이 경력에 흠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당대 최강 멤버를 보유했던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뮌헨에서 3시즌, 맨시티에서 3시즌을 보내는 동안 UCL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년 천문학적인 이적료 지출을 한 덕에 완벽에 가까운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UCL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펩시티는 실패했다’는 야박한 평가가 따르는 배경이다.

맨시티는 최근 UEFA로부터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다음 시즌부터 2년 동안 유럽대항전 출전 자격을 상실할 위기다. 더불어 FA 자체 징계를 통해 강등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항소가 기각될 경우 팀의 공중분해까지 점쳐지는 만큼 이번 시즌이 UCL 우승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레알 원정에서 보여준 이례적인 두 줄 수비는 과르디올라의 간절함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허나 올 시즌 과르디올라가 UCL 타이틀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가 맨시티에서 보낸 4년을 ‘실패’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퍼거슨 전 맨유 감독 이후 과르디올라만큼 EPL을 지배한 지도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이 모이는 리그로 최근 5년간 상향평준화가 도드라지는 EPL에서 가장 꾸준히 일관된 철학으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다. 2000년대 중후반 UCL을 휩쓸었던 EPL이 다시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데 과르디올라 감독의 공을 배제할 수 없기도 하다.

클롭과 과르디올라가 올 시즌 말미 어떤 성적표를 들고 어떤 평가와 직면하게 될지 지켜보는 일은 해외축구를 즐기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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