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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1차전 답답한 공격 문제점 해결하지 못한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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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1차전 답답한 공격 문제점 해결하지 못한 수원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3.0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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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 공격은 여전히 답답했다. 1차전 이후, 2주간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점은 뚜렷하지 않았다.

수원은 3일 오후 9시 45분(한국시간) 술탄 이브하힘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 AFC 챔피언스리그 G조 2차전 조호르 다룰 탁짐(이하 조호르) 전에서 1-2로 패했다. 전반 12분 만에 카브레라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한 수원은 후반 6분 안토니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28분 마우리시오에게 추가 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지난 2020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패배를 아쉬워하는 수원 염기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2020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패배를 아쉬워하는 수원 염기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경기에서 수원 발목을 잡은 것은 답답한 공격력이었다. 수원은 지난 2월 19일 열린 1차전 비셀 고베(이하 고베) 전에서도 빈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는 안정감을 갖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좀처럼 전진하지 못한 공격이 말썽이었다. 부족한 부분을 확인한 수원은 지난 2주 동안 상대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공격 패턴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문제점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지난번보다 악화된 공격력을 노출하고 말았다.

물론 수원 입장에선 극악의 원정길이었다. 현지 도착부터 쉽지 않았다. 원래 싱가포르를 경유하면 8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싱가포르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따라서 수원 선수단은 이동에만 18시간이 걸렸다. 장거리 이동으로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와 현지 적응에 애를 먹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의 덥고 습한 날씨도 선수들을 괴롭혔다.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30℃에 육박하는 기온과 60% 습도의 고온다습한 기후가 유지됐다. 특히 술탄 이브하힘 스타디움이 하프 돔의 막힌 형태로 돼 있어 통풍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수원 선수들의 발걸음이 경기 초반부터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전력 차는 분명 존재했다. 최전방 공격수 디오고를 제외하면 수원에 위협을 가할만한 상대 선수는 극히 적었다. 이임생 감독도 상대적으로 우세한 스쿼드를 활용해 선발 명단서부터 큰 힘을 줬다. 최전방 공격수에 타가트를, 염기훈-김민우-김건희로 2선 라인을 꾸리며 공격적인 선수들을 배치했다.

특히 지난 1차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2·3선 미드필더 구성이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2선 라인은 공격적인 선수로 배치했고, 3선에는 최성근 짝으로 1차전 기용됐던 고승범 대신 이종성이 선발로 투입됐다. 고베 전에서 이 부분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아 패배를 면치 못했던 이임생 감독은 고심 끝에 전진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이종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낙점했다. 롱패스와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에 장점을 보이는 이종성이 공격 시발점 역할을 해준다면 수원은 순조로운 공격을 풀어갈 수 있었다.

공격적인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조호르에 1-2로 패한 수원 [사진=조호르다룰탁짐]
공격적인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조호르에 1-2로 패한 수원 [사진=조호르다룰탁짐]

그러나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이번에도 3선이 삐끗거렸다. 최성근과 이종성이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자 공·수 허리가 끊겨버렸다. 회심의 카드로 꺼낸 이종성은 활동량 자체도 적은 가운데 다수의 수비 실수까지 저지르며 경기 내내 아쉬운 모습이었다. 전반 12분 나온 첫 실점도 3선에서부터 시작된 패스 미스가 결정적이었다. 디오고에게 찔러주는 파이즈 패스가 아무런 방해 없이 흘러갔고, 민상기가 뒤늦게 발을 뻗어봤지만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순식간에 리드를 뺏긴 수원은 급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공격이 좀처럼 전진이 되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잦은 백패스로 공격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자 측면 미드필더들이 어쩔 수 없이 중앙까지 공을 받으러 들어오는 등 전체적인 포메이션이 흔들렸다. 공을 끊어냈을 때 앞선 선수들이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하니 수비수들이 앞으로 공을 배급하지 못했고, 곧바로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주며 위협적인 재역습을 맞기도 했다.

수비 성공 후, 역습을 이어가려 하더라도 타가트와 김건희의 역습 속도를 살리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였다. 수원 역습이 통하기까진 염기훈과 김민우, 최성근 등 미드필더들의 빠른 공격 지원이 필요했는데, 이들은 볼 간수와 탈압박 등 공을 갖고 있는 상황에선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다거나 공격적인 패스 줄기를 뽑아내기란 어려웠다. 역습 템포가 늦어지니 조호르는 빠르게 수비 라인을 갖추고 수적 우세를 갖춘 상황에서 수원 공격을 막아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임생 감독은 후반전 과감한 돌파가 가능한 한의권과 한석희를 투입했으나 그 효과 역시 미지근했다. 두 선수는 무리한 드리블과 패스 미스로 일관했고, 오히려 조호르 수비수들이 협력 수비로 그들을 압박하자 수원 공격은 한층 무뎌졌다.

타가트의 고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전방까지 쉽사리 공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공을 받기 위해 후방으로 내려와야 했고, 이마저도 상대 집중 수비에 번번이 끊겨 체력 소모만 늘어날 뿐이었다. 정상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않자 타가트도 득점 찬스에서 골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반 15분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선 슈팅에 힘이 과도하게 실렸고, 후반 2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은 수비벽에 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행히 수원은 안토니스의 감각적인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후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깨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고, 선수들 간 호흡이 맞지 않으며 나와선 안 될 패스 미스도 늘어갔다.

결국 수원은 후반 28분 수비 실수로 실점을 내주며 1차전에 이어 또 다시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호르는 강팀이다. 솔직히 승점 3점을 갖고 가고 싶지만, 당연히 쉽지 않은 목표다. 우리는 승점 3점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며 상대를 얕보지 않았다던 이임생 감독과 선수들이지만 이날 답답한 경기력을 고려한다면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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