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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페르난데스, 맨유에 '찐'이 나타났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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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페르난데스, 맨유에 '찐'이 나타났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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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맨유가 달라졌습니다. 전반기까지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순위표 중턱 어딘가를 오르내리던 그들이 2월부터 제대로 반등한 것입니다.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온 이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일까요? 대부분의 팬들은 솔샤르 감독보다 ‘신입생’ 브루노 페르난데스(26)의 활약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벌써부터 이적료 8930만 파운드(1360억 원)의 사나이 폴 포그바(27)보다 낫다고도 말합니다. 그는 대체 누구이고, 그가 맨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아볼까 합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EPL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맨유 공식 트위터 캡처]

◆ ‘돈값’하는 녀석을 향한 기대감

맨유는 겨울 이적시장 마지막 날 오래 공을 들였던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페르난데스 영입에 성공합니다. 주급 7만 파운드(1억1000만 원)에 5년 반짜리 계약을 체결하며 스포르팅CP(포르투갈)에 지불한 이적료가 8000만 유로(1046억 원)에 달하니 기대치를 알 수 있습니다.

2012년 이탈리아 노바라 칼초에서 데뷔해 우디네세, 삼프도리아를 거쳐 2017년부터 고국 포르투갈리그에서 뛰었습니다. 스포르팅에서 137경기 동안 63골 52도움을 적립하며 전천후 2선 자원으로 활약한 덕에 맨유에 입성할 수 있었죠.

페르난데스는 지난 1일 에버튼전 포함 맨유 이적 후 6경기에 나섰고, EPL 적응은 따로 필요 없다는 듯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무패(3승 3무)행진을 이끌고 있습니다. 해당 기간 맨유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6강에 올랐고, 리그에서도 5위로 점프했습니다.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첼시를 1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어요.

폴 스콜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오언 하그리브스 등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배들은 물론 자국 레전드 루이스 피구까지 페르난데스의 실력에 감탄하며 “맨유를 다른 팀으로 바꿔놨다”고 입을 모읍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오른쪽)는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는 물론 개인기량까지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맨유 공식 홈페이지 캡처]

◆ 맨유에 드디어 나타난 10번?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4-2-3-1 전형을 즐겨 쓰는 맨유에서 2선 어디에도 설 수 있습니다. 유기적인 연계플레이는 물론 번뜩이는 개인 기량으로 맨유 축구에 ‘보는 맛’을 배가했습니다. 또 날카로운 킥 능력도 보유해 맨유의 문제 중 하나였던 전담 키커 부재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첼시전 해리 매과이어의 헤더를 코너킥으로 도왔고, 페널티킥도 모두 성공시켰습니다. 에버튼전에는 천금 같은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만듭니다. 

페르난데스가 오고난 뒤 맨유는 경기당 2골씩 넣을 만큼 공격력이 향상됐다는 분석입니다. 그는 팬들로부터 맨유 2월의 선수로 선정됐습니다. 루크 쇼는 “브루노는 뛰어난 리더”라며 극찬했고, 레전드 스콜스 역시 “활력 없던 맨유를 살렸다”는 말로 치켜세웠습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대니 머피는 영국 토크스포츠에 기고한 칼럼에서 페르난데스 중심의 리빌딩 가능성을 주장했습니다. “브루노는 슈퍼스타다. 운동신경이 좋고 빠르며 유연해 상황 파악이 뛰어나다. 그가 공을 잡는 순간 상대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그가 정말 사랑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패스로 기회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그가 빨리 적응했다는 것은 맨유가 4위 안에 들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페르난데스는 왓포드전 팀이 넣은 3골에 모두 관여했습니다. 그가 현 맨유 공격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알 수 있습니다. 모험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편이라 패스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드리블, 슛, 패스, 속도까지 모두 겸비한 그가 맨유의 에이스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맨유는 최근 몇 년 동안 헨릭 므키타리안, 후안 마타, 폴 포그바, 마커스 래쉬포드, 제시 린가드,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등을 ‘10번’ 자리에서 테스트했지만 그 누구도 완벽한 에이스로 거듭나지 못했습니다. 제임스 메디슨(레스터 시티), 잭 그릴리쉬(아스톤 빌라) 등 영입설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죠. 그런 상황에서 페르난데스가 난세의 영웅처럼 등장한 셈입니다.

팬들이 선정한 2월 이달의 선수가 된 브루노 페르난데스. [사진=맨유 공식 홈페이지 캡처]

◆ 맨유의 행복회로, 포그바 대체까지?

솔샤르 감독은 왓포드전 직후 인터뷰에서 “요즘 시장에서 이 정도면 저렴하게 데려온 것이다. 그가 온 뒤 팀 속도가 빨라졌고, 경기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맨유의 전설 스콜스와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을 섞은 선수 같다”며 페르난데스 영입 후 들뜨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영국 더타임즈는 맨유가 클럽 브뤼헤를 5-0으로 완파한 날 “페르난데스는 유럽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해야만 한다”며 “맨유가 (겨울이 아닌) 지난여름 이 마에스트로를 영입했더라면 이번 시즌 그들이 얼마나 덜 고통스러웠을까”라며 경탄하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한 달 만에 유럽 전역을 매료시킨 페르난데스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물러난 2013년 에드 우드워드가 부회장 직책을 단 뒤 7년간 30여 명의 선수를 영입했지만 이만큼 만족도가 높은 영입은 없었던 듯합니다.

이제 어떤 이들은 페르난데스가 있어 포그바를 처분해도 된다고까지 말합니다. 지난 2시즌 동안 꾸준히 포그바는 ‘양날의 검’ 혹은 ‘계륵’ 취급을 받았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이적설이 꾸준히 제기됐고, 팀 분위기를 흐렸다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포그바 영입 후 맨유의 성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니 몸값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지사. 포그바는 올 시즌 부상으로 모든 대회 8경기밖에 나서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페르난데스는 사실상 포그바와 포지션이 겹칩니다. 포그바를 3선 보란치 중 하나로 세우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수비 임무를 덜어준 중앙 미드필더로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머피는 “이제 맨유는 포그바를 놓아줄 수 있게 됐다. 포그바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팀을 꾸릴 수 있다. 포그바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그가 더 효과적”이라는 말로 페르난데스가 포그바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미러에 따르면 페르난데스는 에버튼전 팀을 패배에서 구한 뒤 “이번 무승부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야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겨서 UCL에 진출해야 한다. 우리는 더 시도하고 발전해야 한다. 다가올 경기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가 정말 맨유를 다시 위로 올릴 수 있을까요. 맨유에 모처럼 나타난 ‘진짜’ 페르난데스가 팀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축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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