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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PBA 장상진 부총재① 완벽했던 프로당구 출범, 80점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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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PBA 장상진 부총재① 완벽했던 프로당구 출범, 80점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3.0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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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골프가 프로 종목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가운데 1년 전 한 종목이 과감히 프로화를 선언했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고 대다수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당구는 보란 듯 6번째 프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초 프로당구협회(PBA) 사단법인을 만들며 과감하게 시작한 여정은 PBA 투어 파이널만을 남겨둔 현재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뛰어난 선수들을 모집했고,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도 이끌어 냈다. 가장 걱정이었던 스폰서 문제까지 완벽히 해결했다. 연착륙 가능성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매 투어 스폰서를 섭외했고 우승 상금을 무려 1억 원으로 책정했다. 선수들은 확실한 동기부여를 가졌고 팬들의 시선 또한 집중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뛰어난 광고효율로 후원사의 반응은 갈수록 뜨거워졌고 갖은 우려를 불식시키며 정규리그를 마쳤다.

 

장상진 PBA 부총재는 2019~2020 PBA(프로당구) 투어 정규리그를 마치며 "100점 만점 중 80점"이라고 평가했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브라보앤뉴의 대표이기도 한 장상진(53) PBA 부총재는 예정된 7차례 투어를 돌아보며 “100점 만점 중 80점”이라고 평가했다. 겸손하게만 느껴지는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음은 장상진 PBA 부총재와 일문일답.

- 한 시즌 마친 소감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투어가 생각보다 선수나 후원사, 미디어의 많은 관심을 통해 잘 이뤄졌다.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정도 주겠다. 대한민국을 당구 종주국으로 만들고 당구 한류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갖고 출발했는데 첫발을 잘 내딛은 것 같다. 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건 선수들이나 후원사외에도 당구장 클럽을 운영하시는 점주님들 혹은 동호인 등이 PBA 투어 성공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기를 바랐는데, 이 의도가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 프로화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앞서 프로화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신뢰도 부족했고 산업이 열악하다보니 이를 기반으로 한 후원 또한 미비했다. 당구계는 올드한 이미지로 전락해 있었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려움도 따랐다. 선수나 당구계 종사자들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말보다는 사단법인을 만들고 투어를 출범시키며 미디어에 효과적으로 노출시키고 영업을 잘한다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1년 정도 지나서 돌아보니 ‘이제는 믿어주시겠지’하는 마음이 생긴다.”

- 성공 비결로 파격적인 상금을 빼놓을 수 없다.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골프를 비롯해 동, 하계 종목 다양한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마케팅을 펼쳐왔지만 당구만큼 오랜 시간을 투여해야 실력이 발휘되는 종목도 흔치 않다. 그런데 그들의 노력에 비해 기존 대회들의 상금 규모는 너무 작았고 직업화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1억 원(남자부)이라는 현재 상금이 최소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는 책정해야 선수들도 상금을 의미 있게 쓰고 직업으로서 이 종목에 뛰어들 용기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PBA는 남자부 우승상금을 1억 원으로 책정하며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안겼다. PBA 챔피언십 7차 투어 우승자 김병호(왼쪽에서 3번째)와 장상진 부총재(왼쪽). [사진=PBA 투어 제공]

 

- 후구 폐지, 뱅크샷 2점제, 세트제  등 과감한 변화도 쉽지 않았을 텐데.
(* 후구 : 선구 경기자가 모든 점수를 획득해도 후구 경기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
(* 뱅크샷 2점제 : 빈쿠션 치기로 득점시 기존 1득점에서 2득점으로 변경)

“스포츠의 짜릿한 묘미를 위해선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구제 폐지가 당구를 가장 스포츠답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를 통해 우승자들은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쳤고 보는 이들에게도 감동을 더 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뱅크샷 2점제 또한 어느 나라에서도 하지 않은 시도였다. 세트제 또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했을 때 70~80%가 반대했다. PBA 내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프로화 정착을 위해 이러한 과감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월드컵 대회에서 후구제가 사라졌는데 PBA가 이같은 변화를 선도한 것 아닌가 싶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 가장 큰 난관이었던 후원사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하다.

“당구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가장 힘들었는데, 몇 년 전부터 당구장 금연이 의무화되면서 누구나 당구장에 출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고 그 덕분에 초중고 인근 당구장 개설 금지 규제도 풀린 점, 이와 같이 당구가 굉장히 스포츠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 미디어 노출 효과 또한 타 종목보다도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후원사 측에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2020~2021시즌 개막 전부터 이미 모든 투어에 스폰서가 재배치된 이유다. 효과 측면을 잘 조사해 믿음을 줬고 신뢰한 스폰서들의 반응이 투영됐다고 생각한다.”

- 시즌을 진행하며 스폰서 반응은 어떻게 달라졌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시청률과 미디어 노출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 스폰서들이 그동안 진행해온 어떤 스포츠 마케팅보다도 가성비 측면에서 너무 월등하다는 내부 평가가 잇따랐다. 모 기업에선 PBA 투어 후원이 회사의 전체 마케팅 중 가장 큰 효과를 냈다며 모범 사례로 선정돼 상을 받기도 했다고 들었다.”

 

PBA는 7차례 투어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스폰서를 마련했다. 사진은 신한금융투자가 후원한 2차전 우승자 신정주(왼쪽), 메디힐이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5차전 여자부 정상에 선 이미래. [사진=PBA 투어 제공]

 

- 그 이유는?

“생방송 시청률이 매우 높았고 타이틀 스폰서의 시간당 점유율이 80% 이상이었다. 5~10%에 불과한 타 종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치다. 방송시간이 길고 2018년 브라보앤뉴에서 인수한 빌리어즈TV가 있어 재방률도 높다. 첫 시즌이기에 광고단가가 높지 않았던 것도 크게 작용을 했다. 2019~2020시즌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갔다면, 이젠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후원을 해야 하는지 굉장히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이젠 스폰서 걱정은 없다.”

- 완벽한 환경 속 선수들도 각종 이변과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초기엔 프레드릭 쿠드롱, 강동궁 같은 선수가 우승을 싹쓸이 하면 어떡하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뱅크샷 2점제, 세트제 진행, 거기에 생소한 생방송 경기 등 많은 변수가 생기며 적응에 애를 먹은 선수들도 있었다. 이변이 속출했던 이유 중 하나다. 남자부에선 매 대회 다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는 꼭 이변의 연속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우승하기까진 7번을 이겨야 한다. 절대 운으로만 이룰 수 없는 결과다. 그만큼 알려진 선수들 외에도 숨은 고수들이 많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고 본다. ‘누구라도 우승할 수 있지만 절대 아무나 우승할 수는 없다’는 걸 보여준 PBA 투어 정규리그였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여자부에선 임정숙 프로가 3승을 차지하며 남녀부가 각각 보기 좋은 다른 그림을 그렸다고 평가를 해주시더라. 내부에선 정말 PBA가 운도 좋은 것 같다는 농담도 주고 받았다.”

-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80점은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무엇 때문인가.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참여해서 혜택을 느꼈으면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PBA도 대한당구연맹(KBF), 세계캐롬연맹(UMB)과 적극적인 노력으로 갈등을 잘 풀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반보다는 훨씬 잘하고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대회 운영, 선수들과 관련된 여러 부분, 전반적 당구인과 소통 등 부족함이 많았다. 다음 시즌엔 적극적으로 해소하면서 슬로건처럼 내세운 ‘대한민국을 당구 종주국으로’, ‘당구의 한류화’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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