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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용의 귀환' 이청용,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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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용의 귀환' 이청용,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3.05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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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크리스탈 팰리스 시절 이청용(32·울산 현대)을 바라보는 축구 팬들의 마음은 늘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가 감독을 잘못 만나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때 이미 한 차례 K리그 복귀 기회가 있었다. 흔들릴 법 했지만 이청용은 늘 그렇듯 버텼고 독일 2부리그 보훔에서 1시즌 반을 더 보낸 뒤에야 K리그로 돌아왔다.

커리어의 큰 발전을 이뤘다고 보긴 어려웠다. 출전 기회는 늘었지만 크게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청용은 왜 당시 K리그행을 거절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게 된 걸까.

 

울산 현대 이청용이 5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K리그 복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블루드래곤’ 이청용이 친정팀 FC서울이 아닌 어찌 보면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울산 현대 푸른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청용은 5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울산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든 27번이 아닌 복합적 의미를 지니는 72번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특유의 선한 건치 미소를 보였다.

축구 팬들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손꼽아 기다렸던 K리그 복귀다. 보다 먼저 돌아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이청용의 유럽 커리어를 돌아보면 판단의 시점이 아쉬움을 남긴 적이 많았다.

FC서울에서 맹활약하던 이청용은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 원더러스로 향했다. 천부적인 센스와 뛰어난 발재간 등을 앞세워 첫 시즌부터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한 차례 큰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상승곡선이 꺾였고 팀까지 강등되며 이청용의 커리어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했지만 감독의 성향과 잘 맞지 않아 좀처럼 기용되지 못했다. K리그 복귀설이 돌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부터였다.

그러나 이청용은 유럽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길 원했다. 보훔에서 주축으로 뛰며 경기 감각을 회복한 이청용은 유럽 생활에 미련을 거뒀다. “국내 들어오기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쳤다. 유럽 축구에 대해선 미련이 없어 국내 복귀를 고려했다”며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했고 앞으로 무얼하면 좋을까 생각한 결과 국내 복귀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명확한 생각이 있었다. “무엇보다 더 나이가 먹어서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준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돌아와 10년 전 볼튼 시절이나 월드컵 때 활약을 기억하는 팬분들께 경기장에서 그러한 기량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어서 결정했다”는 것.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청용(가운데)이 김광국 울산 현대 단장, 마스코트 미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복귀 결정이 오래된 건 아니다. 그의 마음 속에 불씨가 지펴진 건 불과 한 달 보름 가량 전. 과거 완강히 거절했던 이청용이지만 이번엔 그답지 않게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름보다는 시즌이 시작하는 시점에 들어오고 싶었다”는 그는 보훔에 직접 계약 해지를 요청해 울산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울산을 미리 점찍어놨던 건 아니다. 이청용은 “서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국내 돌아올 때는 서울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선수가 가고 싶다고 꼭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진 않는다. 서로 입장차이는 있었지만 서로 존중했고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이 아니라면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던 걸로 보인다. 이청용은 울산의 삼고초려에 감명을 받았다. “팰리스서 경기에 못 나갈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다. 당시엔 유럽 축구에 미련 있어 정중히 거절했지만 고마운 일이 가슴 속에 남아 있었던 게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겸손을 미덕으로 아는 이청용이기에 수치를 목표로 정해 두진 않았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달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면서도 “특별한 부상은 없기에 조금만 운동하면 금방 몸 상태는 올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럽 축구로부터 얻은 간절함이 그 중심에 있다. “11년 전과 플레이스타일이나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며 “마음 가짐은 오히려 더 간절해졌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더 소중해졌다. 간절함이 있기에 경기력이 더 기대된다. K리그서 못 이룬 우승 꿈을 울산과 함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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