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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다이어 관중석 난입, 칸토나-지단보단 안정환 '누가 돌 던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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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다이어 관중석 난입, 칸토나-지단보단 안정환 '누가 돌 던지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3.06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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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에릭 칸토나는 1995년 크리스탈 팰리스전 돌연 한 팬에게 ‘쿵푸킥’을 가했다. 25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축구사의 충격적인 일로 손꼽히는 사건 중 하나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의 동료 에릭 다이어(26)는 칸토나를 소환했다. 5일(한국시간) 노리치 시티와 2019~2020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 경기에서 1-1로 비기고 승부차기 끝에 패한 뒤 갑자기 관중석으로 뛰어들었다. 한 팬과 예상치 못한 추격적을 벌였다.

 

토트넘 홋스퍼 에릭 다이어(가운데)가 5일 노리치 시티와 FA컵 16강 종료 후 관중석에 난입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다이어는 누가 봐도 흥분해 있었다. 다이어의 경기력에 불만을 품은 한 팬이 심한 욕설을 퍼부었는데 옆에서 이를 제지하던 다이어의 남동생 패트릭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를 목격한 다이어가 참지 못하고 난입하게 된 것.

다이어의 난입에 그의 동생은 물론이고 토트넘 팬들이 몰려들어 말리기 시작했고 위협을 느낀 팬은 황급히 경기장을 떠났다.

관중과 마찰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칸토나가 연상되기는 하지만 그 어떤 물리적 충격도 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크게 다르다. 물론 동생 등의 제지가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론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후 다이어의 행동의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쏠렸다.

이유는 동생이 모욕적인 일을 당했다는 것. 영국 매체 더선과 가디언 등이 공개한 유튜브 영상 속 다이어는 관중석 사이를 빠르게 오르며 모욕을 당한 사람이 자신의 동생이라고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프랑스 영웅 지네딘 지단이 떠오른다. 지단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팀을 우승문턱까지 이끌었다. 대망의 결승전. 페널티킥을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뛰어난 존재감을 보였지만 연장전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에 박치기를 하며 퇴장당한다. 결국 프랑스는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다이어(가운데)가 동생을 모욕한 관중을 향해 손짓하며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사진=더선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가장 임팩트가 큰 퇴장에 프랑스 축구를 응원하던 이들은 분노했다. 대체 왜 지단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지단은 마테라치가 자신의 누나를 향해 성적 모욕을 안겼고 이에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축구 팬들 사이에선 지단 옹호론이 생겨나기도 했다.

어찌보면 다이어와 가장 흡사한 케이스는 안정환이다. 그는 유럽 생활을 마치고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은 2007년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FC서울 2군과 R리그 경기에 나섰다. 그때 상대팀 응원석에서 야유가 나왔는데, 한 관중이 안정환을 향해 아내 이혜원 씨를 모욕하는 음담패설과 욕설을 쏟아냈고 안정환은 참지 못하고 경기 도중 관중석에 난입해 설전을 벌였다.

결과는 가혹했다. 안정환은 벌금 1000만 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관중에겐 위협이 될 수 있는 행동이었던 건 분명하다. 그러나 팬들은 “가족은 건들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안정환과 지단, 다이어를 감싸고 있다.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 사람은 다이어의 동생을 모욕했다.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해한다”며 “다이어가 잘못한 건 맞지만 구단이 징계를 내린다면 나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옹호했다.

징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더선은 “선수의 가족과 관련된 사항이고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반폭력(욕설)을 기조로 삼고 있기에 관대한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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