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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수비 불안으로 흔들린 리버풀, '본머스 킬러' 살라가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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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수비 불안으로 흔들린 리버풀, '본머스 킬러' 살라가 구했다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3.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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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리버풀FC(이하 리버풀)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수비 실수에서 시작된 선제골을 내주며 위태로운 흐름이 지속됐다. 하지만 뛰어난 활동량과 결정력을 뽐낸 모하메드 살라가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리버풀은 7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AFC본머스(이하 본머스) 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리버풀은 전반 10분 윌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전반 25분 살라의 동점골과 33분 마네의 역전골로 승리를 따내며 선두 자리(승점 82)를 굳건히 지켰다.

전반 25분 동점골을 터뜨린 리버풀 살라 [사진=연합뉴스]
전반 25분 동점골을 터뜨린 리버풀 살라 [사진=연합뉴스]

승승장구하던 리버풀의 최근 하락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 시작은 지난 2월 19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T 마드리드 전부터였다. 리버풀은 상대 질식 수비에 막혀 유효슛 한 차례도 날려보지 못하는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지난 27라운드 웨스트햄 전에서 3-2 짜릿한 역전승으로 부진을 끊어내나 싶었지만 직전 라운드 왓포드에 0-3 대패, FA컵 첼시 전 2-0 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트레블(EPL-챔피언스리그-FA컵) 꿈도 산산 조각났다.

그러나 리버풀은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반등이 필요했고, 이번 경기를 앞두고 칼을 갈았다. 위르겐 클롭 감독도 지난 첼시 전 직후 “챔피언스리그 16강 상대인 AT 마드리드엔 관심이 없고, 본머스 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을 만큼 이번 경기 총력전을 예고했다.

# 이날도 이어진 수비 불안

하지만 시작은 불안했다. 리버풀은 전반 10분 만에 윌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조 고메즈가 윌슨과 몸싸움에서 버티지 못한 채 무너진 것이 가장 뼈아팠고, 이후 레르마가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을 수비수들이 아무런 방해를 하지 못했다.

이는 리버풀의 불안한 수비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리버풀 실점 상황을 되짚어 보면 수비수들이 1대1 상황에서 열세를 보인 모습이 많았다. 마치 벽과 같은 수비를 뽐내는 반다이크-조 고메즈 조합이 잦은 상황 판단 미스와 패스 실수를 노출하고 있고, 공격성이 짙은 로버트슨과 아놀드 등 양측 풀백이 빠르게 수비 라인에 복귀하지 못하면서 수적 열세를 맞으니 다시 센터백들이 뚫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날도 수비 개개인이 너무 쉽게 무너졌다. 수비수들의 마킹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자 전체적인 수비 라인이 흔들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짜임새 있는 수비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고, 프레이저와 윌슨 등 빠른 스피드를 가진 상대 공격수에게 연속해서 뒷공간을 노출했다. 크로스 상황에서 수비 불안도 같은 맥락이었다. 수비수들이 자신이 막아야 할 선수를 제대로 잡지 못해 상대 공격수들에게 노마킹 찬스를 허용했고, 전반 14분 아케의 헤딩슛이나 후반 33분 솔랑케의 기습적인 공격 등 상대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좋았더라면 충분히 실점으로 이어질만한 장면이 다수 존재했다.

주전 미드필더 헨더슨의 부재도 리버풀 수비 불안의 원인이었다. 헨더슨은 올 시즌 리버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누구보다 잘 수행해 주고 있었는데 지난 AT 마드리드 전 부상으로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선과 3선을 넘나들며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데 능한 선수여서 아쉬움이 컸다. 클롭 감독은 헨더슨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경기서 체임벌린-파비뉴-바이날둠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구축했으나, 수비력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 이어졌다. 이들은 1차 저지선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했고, 수비 상황 시 집중력 떨어지는 수비로 상대에게 위험한 득점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다.

# ‘본머스 킬러’ 살라

클롭 감독 지시를 받고 있는 살라 [사진=연합뉴스]
클롭 감독 지시를 받고 있는 살라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불안한 경기 운영이 이어진다면 리버풀은 쉽게 무너질 공산이 높았다. 최근 경기에서도 선제골 허용 이후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어려운 경기를 끌고 갔다.

그러나 리버풀이 경기를 뒤집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기의 리버풀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살라였다. 살라는 본머스만 만나면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리버풀은 최근 본머스 전 5경기서 전승을 거뒀는데 살라가 그 5경기에서 해트트릭 한 차례 포함, 7골을 집어넣는 대단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전반 초반부터 호시탐탐 상대 골문을 노린 살라는 전반 25분 동점골에 성공했다. 스티브 쿡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심슨이 위험 지역에서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자 마네가 강한 압박으로 끊어내고 살라에게 연결했다. 패스가 정확하지 않았지만 이를 정확히 골문 구석으로 차 넣는 살라 특유의 결정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경기를 빠르게 원점으로 돌린 리버풀은 상대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살라도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 수비 실수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경기에서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마네와 스위칭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는가 하면, 크로스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박스 안 침투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져갔다.

살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피르미누와 마네 등 동료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공격진의 시너지를 일으켰다. 공격수들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빠른 공격 찬스를 만들거나, 상대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는 동료에게 적절한 패스를 넣어주는 등 헌신적인 장면도 돋보였다. 전반 33분 마네의 역전골도 살라가 상대 수비 둘을 잘 묶어줬기에 가능했던 득점이었다.

살라와 마네의 연속골에 힘입어 연패 탈출엔 성공했으나 이날 경기는 리버풀의 명암을 가감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최근 이어진 수비 불안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숙제로 남았다. 수비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순탄한 리그 우승 도전에 제동이 걸릴뿐더러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하지만 살라가 주춤했던 팀 득점력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쉽게 트레블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팀 주포인 살라가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리버풀의 ‘더블(리그-챔피언스리그)’ 달성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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