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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이즘] LG전자는 '건조기 집단 소송'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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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이즘] LG전자는 '건조기 집단 소송'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이선영 기자
  • 승인 2020.03.0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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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은 ‘대중문화의 겉 과 속’ Ⅲ권에서 ‘사이버 공간의 리플은 개인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집단의 움직임이 나의 행동이 되는 사이버 공간의 한국인의 삶의 증거들이다. 리플의 리플에 의한 리플을 위한 한국형 인터넷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댓 저널리즘’이란 말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댓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반영하는 신조어다. 사실 Reply를 가리키는 ‘리플’(댓글)은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한가지다. ‘리플이즘’은 리플을 통한 동시대인들의 생각 또는 마음 읽기다. [편집자 主]

[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LG가 핸드폰으로는 삼성에 밀려도 가전에서는 그나마 근소하게라도 나은 거 같더니 이젠 가전에서도 밀리는 느낌이 납니다.”(khw7****)

“진심 써보면 욕 나와요. 189만 원짜리 돈지랄한 기분입니다. AS기사님이 친절하면 뭐하나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안되는데.”(oar2****)

“LG 정신 차려라.”(alan****)

“리콜한 결과 추가로 배수 밸브를 설치하여 배수호스가 2개가 되었습니다. 1개는 자연 배수이고 추가된 한개는 주기적으로 고인 물 빼는 배수 입니다. 완전 코미디 하는 것 같아요. 조잡하기도 하고. 사용 안할 때는 문을 열어서 내부 고인 물을 건조하라고 문 닫힘 방지 커버를 끼우라고 하네요. 즉 평상시에는 문을 열어두라고 함. 참 복잡하지요.”(tta9****)

LG전자 CI.
LG전자 CI.

‘명품가전’을 표방하는 LG전자로선 뼈아픈 댓글입니다. 일반인이 보더라도 너무 독해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 들 정도입니다. 한데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지난 1월 31일 ‘LG전자 의류건조기 소비자 324명 집단소송’을 보도한 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그 보도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비자 324명이 LG전자 의류건조기가 광고와 다르게 옷에 먼지가 쌓이고, 무상리콜을 받아도 피해가 여전하다는 이유로 법무법인을 통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제품은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의류건조기다. 그들은 해당 의류건조기가 광고와 다르게 일정 조건에서만 자동세척이 되고,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결함이 있어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해 보상금액은 1인당 100만원 총 3억3200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은 LG전자의 의류건조기에 대한 성능평가를 한 뒤 "자동세척 기능을 통한 콘덴서 세척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내부에 고인 잔류 응축수가 악취와 곰팡이를 유발한다"면서 소비자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LG전자는 위자료 지급을 거부하고 대신 자발적인 무상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무상리콜 대신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9일 스포츠Q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사에는 시점과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은 LG전자의 의류건조기에 대해 ‘논란들은 사실과 달리 문제가 없지만,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에 대한 예전 광고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권고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시 LG전자는 위자료 지급 대신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사 의류건조기의 문제점을 인정해 무상리콜을 실시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최근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신제품 출시로 고객 신뢰 회복과 함께 시장 점유율을 다시 늘릴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입니다. LG전자는 1위로 질주하다가 지난해 건조기 논란으로 국내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50% 아래로 떨어졌고 삼성전자가 빠르게 점유율을 치고 올라와 각축이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왼쪽부터 LG전자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와 삼성전자 '그랑데 AI'. [사진=각각의 해당 업체 제공]
왼쪽부터 LG전자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와 삼성전자 '그랑데 AI'. [사진=각각의 해당 업체 제공]

라이벌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말 인공지능(AI) 건조기 신제품 '그랑데 AI'를 출시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고 합니다. 그랑데 AI 건조기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기존 16kg 건조기가 국내 시장에서 1만대를 판매하는데 8주가 걸린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빠른 수준이라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건조기 1위 경쟁이 본격화된 양상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건조기 최종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물론 승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비록 1위를 한다 하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쩌면 소비자들이 독하디 독한 비판과 비난을 가한 것은 ‘믿는 사람’에게 발등이 찍혀 더 큰 배신감과 상처를 받은 탓은 아닐는지요?

LG전자가 ‘건조기 집단 소송’ 악몽을 어떻게 극복해 갈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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