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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 즈음] 반 컵 물의 낙관과 비관 그리고 CJ 이선호와 KT&G 백복인의 이중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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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 즈음] 반 컵 물의 낙관과 비관 그리고 CJ 이선호와 KT&G 백복인의 이중시선
  • 이선영 기자
  • 승인 2020.03.1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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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우리네 삶은 신산스럽고 복잡다기(複雜多岐)합니다. 청춘은 청춘대로,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그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중간 허리를 단단히 받쳐야 하는 세대로서 우리의 삶과 일상 그 속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여기 물이 반쯤 차있는 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어떻게 보시나요?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비관적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염세주의)를 설명하는 하나의 예시로 곧잘 거론되곤 합니다.

‘컵에 물이 반쯤 차 있다’는 사실을 놓고 각각의 성향에 따라 가치 판단을 다르게 합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그저 다름을 인정할 수밖에요.

물이 반쯤 차있는 컵. [사진=Flickr, Steve Johnson 제공]
물이 반쯤 차있는 컵. [사진=Flickr, Steve Johnson]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복잡 그 이상입니다. 요즘 뉴스를 읽다 보면 도통 뭐가 뭔지 헷갈리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진보와 보수 언론에 따라 논조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19 기승으로 전 국민의 일상이 마구 헝클어진 요즘, 하나의 사안을 놓고도 해석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을 목도하게 됩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진영에 따라 하나의 사실을 놓고도 아전인수식 분석과 진단을 내놓습니다.

어디 정치권뿐이겠습니까.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개개인의 성향 외에 자신이 처한 입장과 위치에 따라 분명한 ‘팩트’를 갖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요리하기 일쑤입니다. 스포츠와 연예 문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팬심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신종 코로나19의 확산 책임을 놓고도, ‘타다 금지법’ 국회통과를 놓고도 이견이 나옵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닙니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은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최근 보도된 뉴스 중 두 가지만 추려보겠습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연합뉴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연합뉴스]

CJ그룹 이재현 오너 일가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 대한 정직 처분을 놓고도 수군거립니다. 이선호 부장은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김승주 박성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이선호 부장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원심에서 내리지 않았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도 같이 명령했습니다. 한데 그 뒤 CJ제일제당이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선호 부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전해지면서 징계 수위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오갑니다. ​

​통상 중징계는 파면, 해임 등인데 정직(CJ제일제당 징계 중 정직 최대 기간은 3개월이지만 이선호 부장의 정직 기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처분을 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책임 면피용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입니다.

CJ 오너 일가의 장남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법원과 CJ그룹에서 각각 집행유예와 정직으로 끝날 일이었느냐며 ‘재벌 찬스’ 또는 ‘아빠찬스’ 아니냐고 발끈하는 이들도 없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SPC그룹이 지난 2018년 8월 SPC 회장 차남이 액상대마를 몰래 들여오고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논란을 빚자 경영에서 영구배제하기로 한 사실을 거론하며 CJ그룹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합니다.

케이티엔지. [사진=연합뉴스]
케이티엔지. [사진=연합뉴스]

이번에는 KT&G 백복인 사장에 대한 이중 시선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KT&G가 2011년 2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인도 '트리삭티'와 관련된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고, 지난달 KT&G에 검찰 통보 및 임원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 내용을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7년 11월 KT&G 감리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8~10월에 KT&G 소속 임원들을, 그해 11월에는 백복인 사장을 소환조사한 바 있기도 합니다.

KT&G는 현재 금감원 감리가 진행 중인 만큼 별도의 반론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회사 소명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합니다. 금감원의 KT&G 감리 조치안은 이달 중 금융위원회 산하 전문 회계기구인 감리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만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를 두고도 해석과 전망이 분분합니다.

먼저 백복인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그는 지난 2018년 연임 시도 당시 2대 주주인 기업은행 연임 반대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기업은행이 연임을 반대한 데에는 백복인 사장이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인 것은 물론 단 이틀에 걸쳐 사장 공모를 받아 사실상 '셀프 연임'을 시도했다는 비판 때문입니다. 하지만 KT&G 이사회는 금감원의 혐의 입증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연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백복인 사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으로 2015년 첫 CEO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KT&G를 '글로벌 톱 5' 담배 제조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나름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일각에서는 백복인 사장을 향한 표적 감리라며 정치적 공세를 펼칩니다.

‘낙관주의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든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근거 없는 비난과 비방도, 반대를 위한 반대도 난무합니다. 하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대전제 아래 낙관과 비관, 긍정과 부정, 당근과 채찍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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