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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떠나는 가빈, 끝까지 박수 받는 이유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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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떠나는 가빈, 끝까지 박수 받는 이유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1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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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남자부 수원 한국전력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가빈 슈미트(34·캐나다)가 시즌을 모두 마치지 못한 채 고국으로 돌아간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언제 V리그가 다시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추후 고향으로 돌아갈 항공편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한 몫 했다.

한국전력은 11일 “외국인선수 가빈이 13일 캐나다로 출국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여자부 김천 한국도로공사 다야미 산체스 사본(26·쿠바) 역시 같은 이유로 팀을 떠나게 돼 지금껏 코로나19 사태로 계약을 해지한 V리그 외인은 총 4명으로 늘었다.

비록 중도 하차하게 됐지만 구단과 팬들은 가빈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가빈이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모두 마치지 못한 채 팀을 떠나게 됐다. [사진=KOVO 제공]

구단은 “가빈은 정규리그가 끝날 때까지 팀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탓에 3월 넷째 주 이후로 리그 재개가 지연되고 있어 추후 캐나다 입국 제한 조치 등의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며 “구단이 가빈의 출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리그 최하위에 처진 한국전력은 잔여 4경기 모두 승리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없다. 순위 이슈에서 멀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을 안고 격리 생활을 버텨줄 것을 부탁할 명분이 부족하다. 가빈을 배려한 결정이다.

가빈은 구단을 통해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픈 마음이 크지만 가족들의 걱정과 리그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팀을 떠난다”며 “조기 출국을 건의해 준 코칭스태프와 이를 흔쾌히 수락한 구단주의 배려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가 조기 종식해 무사히 리그를 마치길 바라며 팬들께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팀인 한국전력을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까지 팬과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가빈은 2009~2010시즌부터 3년간 대전 삼성화재에서 활약하며 팀의 리그 연속 제패를 이끌었다. 3시즌 연속 정규리그 득점왕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지난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꼴찌’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으며 7년 만에 V리그로 돌아왔다.

가빈은 올 시즌 코트 안팎에서 리더 구실을 했다. [사진=KOVO 제공]

그의 위력은 여전했다. 올 시즌 29경기에서 경기당 41.45%의 공격을 책임지며 689점(공격성공률 46.62%)을 획득했다. 최하위 팀에서 전체 득점 2위에 오르며 분투했다. 지난 시즌 4승에 그쳤던 한국전력은 현재 6승 26패를 기록 중이다. 개막 미디어데이 때 가빈은 “최소 5승 이상 따내겠다”며 좋은 성적을 다짐했으니 최소한의 약속은 지킨 셈이다.

본인을 뒷받침해줄 윙 스파이커(레프트) 자원이 아쉬운 상황에서 가빈은 코트 안팎에서 리더 노릇을 했다. 삼성화재 시절과 비교하면 타점도 낮아지고, 체력적인 부침도 보였지만 개막전부터 트리플크라운(서브에이스, 블로킹, 후위공격 각 3점 이상)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성숙한 태도가 압권이었다. 지난해 12월 가빈은 왼 종아리 부상을 입고 회복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출전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경기에 뛸 수 없다면 응원전에라도 힘을 보태겠다며 원정경기에 동행했던 그를 장병철 감독이 치켜세운 바 있다. 장 감독은 당시 “국내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 내가 오히려 출전을 말리는 중”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가빈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한국 배구판을 떠나게 됐지만 그가 올 시즌 보여준 팀을 위한 헌신은 그가 왜 과거 V리그를 호령할 수 있었는지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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