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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새벽의 축구 전문가' 페노(上), 어디서 굴러와 어떻게 박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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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새벽의 축구 전문가' 페노(上), 어디서 굴러와 어떻게 박혔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19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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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스포츠Q(큐) 글 김의겸 · 사진 손힘찬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축구계가 ‘올 스톱’ 됐다. K리그(프로축구)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운 이때, ‘랜선’을 활용해 축구 팬들과 접점을 만들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연맹이 올 시즌 유튜브 채널 ‘새벽의 축구 전문가(이하 새축전)’와 손을 잡고 K리그 전술 분석 콘텐츠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새축전’은 유튜버 페노(28·본명 안민호)가 운영 중인 축구전술 전문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 12만 명을 보유한 채널이다. 다른 축구 전문 채널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외축구 팬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 입소문이 자자하다. K리그와 협업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이제 K리그에서도 페노의 전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며 반겼다.

스포츠Q(큐)는 축구업계 밖에서 굴러와 축구 팬들 마음에 ‘콕’하고 박힌 ‘새축전’이 타 채널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음에 주목했다.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 인근에서 페노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페노는 어디서 왔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까.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K리그 전술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유튜브 채널 '새벽의 축구 전문가'의 페노(안민호).

◆ 페노, 어디서 굴러온 돌?

- 왜 ‘페노’일까.

“어려서부터 호나우두(브라질)를 좋아했다. 호나우두 별명이 ‘Fenomenon(경이로운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 아이디로 사용했던 단어기도 하다. 내 이름(안민호)과 합성해 ‘페노미노’라는 닉네임을 만들었는데, 네 글자는 너무 길어 ‘페노’로 줄여서 쓰게 됐다.”

- 축구는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축구계 종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

“나는 소위 말하는 2002 월드컵 키즈(Kids)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열린 한일 월드컵을 감명 깊게 봤다. 신설 초등학교를 나왔는데 축구부가 없어 친구들과 팀을 만들었다. 두 팀이나 나왔으니 어린이들을 위한 조기축구회를 만든 셈이다. 당시 유니폼이 아직도 있다. 중학교 코치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진학하지는 못했다.”  

“중학생이 된 뒤 축구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형욱, 박문성 등 1세대 비선수 출신 축구 해설위원들이 올라오던 때다. 그 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신문방송학과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 ‘신방과’를 나오면 보통 PD나 기자를 꿈꾸던데, 왜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게 됐나.

“전역한 뒤 대학교 2학년 때 수원 삼성에서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경험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축구 지식이나 의견을 말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싶었는데, 취재 과정을 지켜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는 환경이겠구나’ 생각했다.”

“이후 책을 소개하는 SNS 페이지 ‘책 끝을 접다’에 친한 친구 대신 투입됐다. 규모가 커지면서 대표가 회사를 창업하게 돼 휴학하고 팀원으로서 지분을 갖고 일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 재미가 없었다. 현재는 큰 업체에 인수될 만큼 꽤 큰 채널이 됐는데, 더 이상 발이 묶이면 안 될 것 같아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전후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사실 이전에는 신방과를 다니면서도 영상을 다루거나 편집하는 일을 등한시할 만큼 영상 쪽에 관심이 없었다. 관련된 과목도 들어본 적 없을 정도였다.”

- '신방과'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일까. 스크립트에서 기사체 향기가 난다

“직접 나와서 말하는 콘텐츠가 아니다보니 정리된 문체로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용을 많이 다듬고, 말도 더 또박또박한다. 그래서 신문을 읽어주는 형식 또는 뉴스 데스크에서 앵커가 말하는 형식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2002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에 푹 빠졌던 페노는 이제 축구를 업으로 하게 됐다.

◆ ‘새축전’은 뭔가 다르다?

- 일부러 말을 빨리한다고 들었다.

“초기 영상에서는 더 빠르다. 영상 길이를 5분 이내로 끊어야 다소 어려운 전술 이야기를 해도 구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긴 분량을 줄이고자 더 빨리 말했다. 기계로 말을 빨리 돌리면 말이 뭉개진다. 따라서 발음 연습을 많이 했다. 말이 빠른 걸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너무 빠르다'는 의견도 있어 이를 조금씩 반영하면서 평균치를 맞추게 됐다.”

- ‘비(非)선출(선수 출신)’이다. 전술 공부는 어떻게 하나.

“축구 관련과를 나온 것도, 직접 축구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내외 서적을 많이 접하고 여러 해외 사이트를 참고했다. 하지만 팀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팀의 축구를 많이 보는 거다. 그 팀이 기본적으로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다른 곳에서 어떤 분석관이나 코치가 오더라도 그 팀을 가장 오래 봐온 팬들이 더 잘 알기 마련이다. 축구를 오래 또 많이 보면서 그 팀이 어떻게 굴러가고, 어떤 전술을 쓰고 있는지 파악해 쉽게 설명하고자 연구한다.”

- 영상 하나를 업로드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프리뷰, 리뷰, 특정 팀 전술분석 등 주제를 선정한 뒤 △경기를 보고 서치하면서 분석하고 기획한다. 이후 △기획한 내용에 맞는 영상을 찾는다. 설명에 맞는 예시가 대부분이다. △대본을 작성하고 △녹음한 뒤 △녹음에 맞춰 전술판을 편집한다.”

“주제를 정하면 하나의 영상이 나오기까지 보통 4일 정도 걸린다. 잠 안자고 밤을 새면서 하면 3일 안에 끝낼 때도 있다. 때문에 수면 습관이 불규칙하다. 리뷰의 경우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날 못 자고 바로 시작할 때가 많다. 하나의 작업을 마치면 잠을 몰아자기도 한다.”

'전술 분석'이라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하는 '새축전'. [사진=유튜브 '새벽의 축구 전문가' 캡처]

- 경기 분석을 위해 한 경기를 여러 차례 돌려보는지?

“한 경기를 여러 번 볼 때도 있고, 한 팀의 여러 경기를 돌려볼 때도 있다. 하나의 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1~2경기만 봐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편집보다 기획 과정이 더 오래 소요된다. 이번 시즌 전술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지난 시즌, 그 전 시즌 선수들의 역할과 변화 등을 꿰고 있어야 해 예전 경기도 찾아보곤 한다.”

- 스스로 확신이 있어야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확신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처음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축구업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먼저 콘텐츠로 사람들 신뢰를 얻으면 그 이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신뢰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부터는 전문가로서 나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에 K리그 인정을 받게 된 셈이기도 하다.

“채널이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대로 이룬 것 중 하나다. 축구계 지인들로부터 축하 연락도 받았다. K리그와 협업 사실에 많은 구독자와 축구 팬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줬다. 분석할 줄 아는 것과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일은 다르다. 내가 사람들의 신뢰를 받으면, 업계 사람들이 내 경계선 안으로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 연맹에서 연락 왔을 때 기뻤다.”

K리그와 협업하게 된 '새축전'은 지난 14일 첫 콘텐츠로 지난 시즌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강원FC와 포항 스틸러스 간 맞대결 분석 영상을 내놓았다. [사진=유튜브 '새벽의 축구 전문가' 캡처]

- 스스로 다른 크리에이터와 구분되는 차별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분석’이다. 조회수를 생각하고 만든다면 손흥민, 이강인 등 자극적인 주제를 많이 다룰 것 같다. 그보다는 스스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빨리 대박을 터뜨리기보다 내실을 다지고 싶었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했을 때 돈은 벌 수 있겠지만 전문가로 인정받는 게 중요한 목표였다. 전술적인 전문성에서 차별성을 갖는 데 치중했다.”

- 콘텐츠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도달했다고 들었다.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매달 직장인 월급 정도는 벌고 있다. 채널을 시작하고 6개월쯤 지난 지난해 1월께 달마다 구독자가 1만~1만5000명씩 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형성되면 그 이후에는 구독자와 조회수가 쭉쭉 오른다. 그 때 수익이 제법 나서 '이걸 업으로 삼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저작권 문제로 영상을 다 내리게 됐다. 이후 다시 알고리즘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니 잠시 정체된 시기로도 볼 수 있다.”

- 그런 시점에 K리그와 손을 잡게 돼 반등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좀 더 규모가 커진다면?

“사실 디자인을 바꾸고 싶다. 기획할 때 전술판에 어떤 모션을 줄지 생각하면서 대본을 쓰는데, 파트너에게 설명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클 거라 생각한다. 나처럼 축구 콘텐츠를 만들면서 전술판도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조만간 그런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함께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다른 채널과 통합보다는 협업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페노는 최근 얼굴을 공개하며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 알 깨고 나오겠다는 ‘새축전’, 궁극적인 지향점은?

- ‘새축전’의 단기적인, 또 장기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 콘텐츠 수량을 늘리고자 한다. 현재 일주일에 1, 2개 정도 나가고 있다. 사실 축구는 팀도, 경기도 많은데 분석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다룰 수 있는 경기 수가 적다. 그런 점이 아쉽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새벽의 축구 전문가’를 영입해 콘텐츠 총량을 늘려가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지금은 분석 콘텐츠만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축구 문화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예를 들면 유니폼 스타일링이나 직관(직접 관람), 축구 게임 등이다. 현재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 올 초 얼굴을 공개했다. 다른 채널과 협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궁금하다.

“이제 제법 많은 분들께 알려졌고, 전문가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좀 더 갈고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일부러 협업을 피하기도 했다. 대중들이 ‘전문가도 아닌데’, ‘선출도 아닌데’라는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내공을 쌓을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나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직접 나와 말을 하는 건 작업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면 콘텐츠 총량도 늘어날 것이다.”

- 업계 출신도 아니고, 누구 밑에서 배운 것도 아니다. 정말 바닥에서부터 다져온 셈이다. 축구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을 법하다.

“축구계에 있지 않다보니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기존 축구인과 ‘케미’를 바랄 때가 많은데, 접점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따른다. 축구계 밖에 있으니 정보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현직자들을 많이 만나려하고 있다. 몇몇 코치, 전력분석관 분들이 내가 어떻게 축구를 공부했는지 궁금해 하더라. 또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하는 현직자들이 많이 연락을 주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축구 콘텐츠를) 처음 제작하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 ‘축구 전문가’라고 달아났지만 현업에서 축구를 분석하는 사람과는 다른 영역에 있다. 나는 ‘현대축구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전술판 관련 질문을 하루에 10개가량 받는다. 초심자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하우를 들려주고자 한다. 그게 곧 나를 위한 길이라고도 생각한다.”

다른 채널과 협업하는 등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새축전'은 한 단계 더 도약하고자 한다.

- 비단 ‘새축전’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페노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하다.

“축구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국내 축구 문화를 살펴보면 다양성이 부족하다. 콘텐츠의 경우 경기를 해설하고 리뷰해주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축구를 더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고 싶다.”

“축구는 스포츠를 넘어 문화 콘텐츠다. 꼭 전문가 딱지를 받고, 권위가 있어야만 음악, 영화를 리뷰하고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축구 역시 대중적으로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산업의 파이가 더 커질 거라 생각한다.” 

“‘축구 전문가’보다 ‘축구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우리 세대, 크리에이터계의 한준희 위원과 같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예전에 만났을 때 진심어린 조언들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됐다. 물론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는 데 따르는 스트레스가 있지만 아직은 정말 축구가 너무 좋다.”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장인의 명품 구두처럼 축구 전술분석 전문 유튜브 채널 ‘새벽의 축구 전문가’의 콘텐츠 하나하나 역시 각고의 노력과 인내를 거친 끝에 세상에 나온다. 페노는 “저는 축구를 세상에서 제일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술을 조금만 알면, 더욱 재미있게 축구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축구 '아는 척' 해봐요!!”라는 말로 채널 운영 취지를 설명했다. 

업계 밖에서 굴러와 박힌 ‘새축전’은 또 어디로 굴러 축구판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전체 파이를 키우고 싶다는 담대한 포부, 누구나 쉽게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대를 꿈꾸는 그의 행보가 사뭇 기대감을 조성한다. 

※ [SQ인터뷰] ‘새벽의 축구 전문가’ 페노(下) 편에서는 페노가 축구 크리에이터 초심자를 위해 건넨 팁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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