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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국가대표 코로나19 확진-배드민턴 팀 자가격리, 기약 없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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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국가대표 코로나19 확진-배드민턴 팀 자가격리, 기약 없는 기다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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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도 불구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와중에 한국 펜싱 국가대표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배드민턴 대표팀이 자가격리에 돌입하자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에 출전했다가 15일 귀국한 여자에페 대표팀 8명 중 3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펜싱계에 큰 위기감이 감돈다.

선수 A(25)는 17일 목이 아파 자택이 있는 울산의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는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료의 확진 소식을 들은 선수 B(35)는 이튿날인 1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충남 태안으로 1박 2일간 여행을 떠났던 선수 C(36) 역시 A의 확진 소식을 접한 뒤 18일 태안 선별진료소 검사에서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펜싱 여자에페 대표팀 8명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비상이 걸렸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19일 “같은 숙소를 쓰고 함께 훈련하며 음료도 나눠 마시는 특성상 여자에페 대표팀에 확진자가 더 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다행히 A와 같은 방을 썼던 룸메이트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협회는 나머지 대표팀 자원 4명의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자에페 대표팀뿐 아니라 같은 대회에 나섰던 남자에페 대표팀, 그리고 그랑프리 대회 직후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를 준비하고자 헝가리에 왔다가 남녀에페 대표팀과 같은 버스에 동승했던 남자사브르 대표팀 선수들의 검진 결과에도 시선이 쏠린다.

남녀에페 대표팀은 선수 8명씩 모두 16명과 코치, 트레이너, 의무관계자 포함 20명으로 구성됐다. 남자사브르 대표팀도 10명으로 이뤄졌다. 협회는 이미 결과가 나온 4명(양성 3명, 음성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6명 중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협회는 대표팀이 귀국했을 때 자가 격리를 권고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할 것을 지시했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이상 없다’는 검사 결과지를 가져온 선수만 입촌을 허락한다. 입촌 전 선수들은 선수촌 웰컴센터에서 개별적으로 체육회의 2차 검사를 따로 받고 있기도 하다. 선수 B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진천선수촌에 들렀지만 선수촌 내부에 진입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허나 불안감을 지우기 쉽지 않다.

대한펜싱협회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던 대표팀 내 다른 인원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추가 확진자가 없기를 기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체육회 훈련기획부 관계자는 “협회가 귀국한 선수들에게 선수촌에 들르지 말고 곧바로 귀가해 자가 격리할 것을 지시했지만, 일부 선수들이 두고 간 차를 찾고자 선수촌에 들렀다”며 “체육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자 미리 선수들의 차를 선수촌 외부에 있는 주차장에 빼놨고, 선수 B는 선수촌 밖에서 차를 가지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영국 버밍엄에서 막을 내린 전영오픈에 참가한 뒤 18일 귀국한 배드민턴 대표팀 역시 전원 자가 격리에 돌입했다. 원래 스위스오픈에도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스위스오픈을 시작으로 4주간 유럽과 아시아에서 열릴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돼 곧장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유학생과 교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항공권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대표팀은 결국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안재창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코로나19가 확산해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에서 4월 말까지 대회를 잠정 중단해 당황스럽다다”는 입장을 전했다.

14일 간 자가 격리할 예정이니 당분간 훈련도 없다. 헝가리에 다녀온 펜싱 대표팀에서 확진자가 나왔으니 더욱 더 조심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전영오픈 현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 감독은 “전영오픈에 온 덴마크 응원단에서 확진자가 3명 정도 나왔다고 들었다”며 “유럽 선수들은 마스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유럽은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전영오픈을 마치고 돌아온 배드민턴 대표팀 전원은 2주 간 자가 격리에 돌입한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영국에서 우리 선수들은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 음식도 배달해 먹고, 코트에서도 악수 대신 두 손을 모아 존중을 표현했다”며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 상황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도쿄 올림픽의 정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안 감독은 “선수들은 매뉴얼대로 훈련 중이었는데 사기가 떨어졌다. 계획한 모든 게 어긋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전영오픈에서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조와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 조가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거는 성과를 냈기에 더 상황이 뼈아프다.

현재 신치용 진천 선수촌장은 몸이 아주 좋지 않아 병원 치료가 필요한 선수를 제외하고는 선수촌에 있는 선수, 지도자들의 외출·외박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와중에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던 종목의 대표팀이 직격탄을 맞았으니 비상이 걸린 셈이다. 

언제 상황이 잠잠해질지,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어 불안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동기 부여 역시 어려운 환경이다. IOC는 6월 말까지 대표팀 선발만 마칠 수 있다면 정상 개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선수단의 속앓이, 기약 없는 기다림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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