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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피겨 해설위원이 본 '김연아키즈' 유영-차준환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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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피겨 해설위원이 본 '김연아키즈' 유영-차준환 [SQ인터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3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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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왕’ 김연아(30·은퇴)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 소치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화려하게 은퇴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보고 축구선수 꿈을 키운 손흥민(28) 등 이른바 ‘2002 키즈(Kids)’가 그러하듯 김연아 활약을 지켜보며 피겨에 입문한 차세대 피겨스타들이 여럿 있다. 이른바 김연아 키즈다. 

안방에서 열린 지난 2018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피겨는 최다빈(20·고려대) 김하늘(18·수리고)이 각각 여자 싱글 7위, 13위 그리고 차준환(19·고려대)이 남자 싱글 15위에 올랐다. 최다빈 차준환은 남녀 싱글에서 각각 김연아 이후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비록 메달 획득은 실패했지만 김연아 부재에도 한국 피겨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준 대회였다.

이제 2022 베이징 올림픽까지 두 시즌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달 목동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유영(16·수리고)이 은메달을 거머쥐고, 차준환이 5위에 오르며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해인(15·한강중)과 위서영(15·도장중)이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5, 6위에 랭크돼 기대감을 조성한다. 이해인의 경우 넘어지지 않았다면 입상이 유력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이호정 SBS 피겨 해설위원과 만나 '연아키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진=스포츠Q 손힘찬 기자]

원래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유영, 김예림(17·수리고), 차준환이 출격을 앞두고 있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개막 직전 취소되고 말았다.

대회가 취소됐을 때 선수들 못잖게 아쉬움을 삼킨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호정(23) SBS 피겨 해설위원이다. 선수 시절 싱글과 아이스댄싱 종목에서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던 경험을 살려 지도자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 “우리 세대는 김연아 언니를 보면서 피겨를 시작한 세대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굳이 규정하자면 김연아와 ‘연아키즈’ 그 사이 ‘낀 세대’로 볼 수 있다.

이호정 해설위원과 인터뷰를 통해 ‘연아키즈’의 특징, 그리고 한국 피겨 저변이 얼마나 확대됐는지 살펴보고 향후 전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호정 해설위원이 기억하는 '레전드' 김연아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진=스포츠Q DB]

#연아_키즈

- 이호정 해설위원도 김연아를 보며 꿈을 키웠나? 접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 들어갔던 팀에 김연아 언니가 있었고, 여자 싱글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있었을 때 언니는 소치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어 함께 훈련했다.”

“연아 언니는 정말 말로 표현이 안 되는 사람이다. 타면 탈수록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나왔을까. 선수로서도 커리어가 어마어마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도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정말 대단한데, 겸손하기까지 하다. 이미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였는데도 소치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 후배들보다도 열심히 했다. 그래서 우리 또래 친구들이 ‘김연아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라며 선생님들께 많이 혼났다.”

“우리 또래는 사실 연아 언니를 보고 시작하진 않았다. 진짜 ‘연아키즈’는 유영, 차준환 등 현 대표팀 세대가 아닐까 싶다.”

- 유영, 김예림, 임은수, 이해인, 위서영 등 후배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

“김연아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줘야 (한국) 피겨가 이어질 수 있다. 그 세대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주고 있기 때문에 더 어린 선수들도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얻고 있다. 내 나이에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열심히 해줘 고맙고, 대견하다. 이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지만 대단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 현 대표팀 후배들과 연락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선수들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는지?

“부상으로 힘들었던 2010~2011시즌, 임은수(17·신현고)가 같은 팀에 있었다. 그때는 완전 어린 아이였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많다. 내가 점프를 뛰면 신기한지 와서 빤히 보고 있더라. 코치님들로부터 점프 경로에 방해된다고 쫓겨나기도 했다. 또 밖에서 몸 풀고 있으면 ‘언니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하고 물어보곤 해 (임은수가) 잘 될 줄 알았다. (차)준환이도 그랬다.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 본인이 선수였던 때와 비교하면 선수층이 많이 넓어진 것 같나?

“선수층이 넓어져야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올 것이다. 내가 운동하던 때와 비교하면 선수층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밴쿠버나 소치 대회 등 올림픽이 끝난 직후 가장 많이 늘어나곤 했다. 워낙 힘든 운동이라 시작하고서 얼마 되지 않아 관두는 아이들도 많은 편이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이호정 해설위원의 제자이기도 한 이해인(왼쪽)과 위서영은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나란히 5, 6위에 올랐다. [사진=ISU 제공]

#제자_집중탐구

- 2017년 은퇴한 뒤 곧장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맡았던 아이들이 바로 이해인과 위서영이라고. 이번에 두 사람의 주니어세계선수권을 직접 중계하기도 했다.

“이해인은 항상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목표가 굉장히 뚜렷하다. 물론 이번에는 (넘어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늘 중요한 대회 때마다 모두 ‘클린’ 연기를 펼쳐왔다.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를 모두 ‘클린’ 했는데, 주니어 때부터 그렇게 하는 게 쉽지가 않다. 시니어 가서 강점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해인이나 위서영이나 모두 그게 강점이다.”

“해인이는 지도할 때 어떤 점이 잘 안 됐는지 본인이 먼저 이야기한다.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시키는 것만 하면 거기까지다. 넘어지는 영상을 스스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해인이는 일부러 보면서 뭐가 잘못됐는지 찾아본다더라. ‘얘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친구가 많지 않다.”

“서영이는 올 시즌 주니어세계선수권을 통해 안무 표현력에서 발전한 면모를 보여줘 기대된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고, 훌륭한 기본기를 갖췄다. 특히 쇼트프로그램 트리플 콤비네이션(트리플 러츠-트리플 토) 점프에서 전체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같은 점프를 뛰어도 수행점수(GOE)를 더 잘 받는 게 중요하다. 그만큼 (위서영의) 점프 질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해인, 시니어 가서도 잘 할까?

“올해 시니어에 처음 데뷔한 유영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첫 시즌에 그렇게 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못잖게 기대할 수 있는 게 바로 이해인이다. 이미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멘탈이 강하기 때문에 엄청 강력한 무기가 될 거다. 잘 하는 선수들일수록 큰 대회에서 중압감이 커져간다. 생각이 많아져 실수로 이어지곤 한다. 이 아이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연기를 보면 얼마나 연습했고, 열정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 이해인이 주니어세계선수권 프리스케이팅 도중 넘어지고 말았다. 많이 속상했을 텐데.

“내가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본인은 얼마나 떨릴까’하며 응원했다. 실수가 나왔을 때 ‘얼마나 속상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4대륙선수권에 출전했던 김예림. 세계선수권 취소가 아쉽다. [사진=스포츠Q DB]
이호정 해설위원은 임은수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며 치켜세웠다. [사진=스포츠Q DB]

#연아키즈_해부

- ‘피알못(피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일반인 입장에선 ‘연아키즈’ 각각의 특징을 잘 포착하기 어렵다. 해설위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면?

“임은수는 타고난 끼가 많다. 음악 해석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나다. 어린 나이부터 안무 표현과 표정이 좋은 걸로 유명했다. 손, 몸을 사용하는 선이 아름다운 게 강점이다. 그게 또 피겨스케이팅의 매력 중 하나다.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다.” 

“유영은 예전부터 이미 4회전 시대가 올 거라 예상하고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을 연습해온 친구다. 트리플 악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다. 그동안 연습했기 때문에 이제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생각할 수는 있어도 이를 실제 훈련 프로그램에 넣기는 쉽지 않다. 지금 쿼드러플(4회전)도 연습하고 있다. 피겨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고 이에 맞춰 훈련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다른 트리플 기술도 모두 완벽히 해내고 있다.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트리플 악셀이 더 돋보이기도 한다.”

“김예림은 이제 시니어다운 성숙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색깔이 아쉽다는 평가가 따랐는데 매 시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점차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이번 (4대륙선수권) 프로그램을 통해 더 발전했음을 알 수 있었다. 랭킹대회 우승한 선수다. 팔의 표현이 섬세하고, 고난도 점프를 충분히 갖췄기에 경쟁력이 있다.”

“차준환은 어렸을 때부터 피겨만 해 머릿속에 온통 피겨밖에 없다. 어린 나이부터 타지(캐나다)에서 운동하기 쉽지 않은데, 그만큼 목표가 확고하다. 시즌 초 부츠가 흘러내리는 문제도 있었고 많이 흔들렸지만 최근 4대륙선수권 등에서 쿼드러플 점프가 자리 잡았다는 인상을 줬다. 세계선수권대회도 기대했는데 아쉽다. 자신의 캐릭터가 굉장히 뚜렷하다. 남자지만 음악 표현력이 남다르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익혀 '연아키즈' 중에서도 치고나가는 분위기다. [사진=스포츠Q DB]
차준환은 2022 베이징 올림픽 메달 기대주 중 하나다. [사진=ISU 제공]

- 유영이 4대륙선수권에서 잘했기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 취소가 더 아쉽게 느껴진다.

“세계선수권은 그랑프리보다 규모도 훨씬 크고 분위기가 다르다. 좋은 컨디션 속에서 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 취소 사실을 듣고 (유영이) 울었다고 하더라.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비했을 것이다. 김예림도 2주 전 미리 캐나다에 가서 적응 훈련을 하며 착실히 준비 중이었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 유영도 그렇고, 본인도 영어를 잘한다. 4대륙선수권 당시 여자 싱글 우승했던 키히라 리카(일본)는 의사소통에 애를 먹더라. 반면 한국 선수들은 기본적인 회화는 하는 편인 것 같다.

“나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며 캐나다에서 혼자 지내기도 해 기본적인 회화는 한다. 유영도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살았다. 최근 소속사가 있는 선수들은 영어 교육도 받는다고 들었다. 물론 소속사 지원을 받는다고 다 편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낫다. 그 위치까지 간다는 것은 곧 국내 톱이 된다는 의미인데, 그게 어려운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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