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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에 드리운 ‘북런던 앙숙’ 아스날 암흑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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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에 드리운 ‘북런던 앙숙’ 아스날 암흑기의 그림자
  • 김대식 명예기자
  • 승인 2020.04.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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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토트넘도 북런던 라이벌 아스날과 비슷한 암흑기에 빠지게 될까?

토트넘이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 19 여파로 2019-20시즌이 멈추면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이득을 본 팀이라는 평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외부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팬들은 토트넘도 2000년대 후반 암흑기로 접어든 아스날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원하는 영입을 토트넘을 해줄 수 있을까 [사진출처=토트넘 공식 SNS]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무리뉴의 토트넘 [사진출처=토트넘 공식 SNS]

현재 토트넘의 흐름을 보면 암흑기로 접어들었던 아스날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스널과 순서는 약간 다르지만 토트넘도 똑같이 새로운 경기장을 개장했고 UCL 결승 패배를 겪었다. 경기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여파에 시달리는 모습마저 비슷하다.

# 암흑기로 접어든 아스날

원래 아스날은 2000년대 중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EPL을 대표하는 클럽이었다. 당시 아스날은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2005-06시즌 팀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올랐다. 아쉽게도 FC 바르셀로나에 1-2 역전패를 당하면서 우승에는 실패했다.

UCL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스날은 2006-07시즌 정든 하이버리 스타디움을 떠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런던에서 가장 큰 경기장을 소유하면서 아스날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보였지만 새 구장은 오히려 팀이 암흑기로 빠지는 원인으로 전락했다.

2000년대 중반 무패우승까지 달성했던 아스널 [사진출처=아스널 공식 SNS]
2000년대 중반 무패우승까지 달성했던 아스날 [사진출처=아스날 공식 SNS]

경기장 건설비용 때문이었다. 약 4억 파운드(한화 6005억 원)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경기장 건설에 투입되면서 팀은 재정난에 빠지게 됐다. 구단 운영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주축 선수를 팔고 새로운 유망주를 키우는 방식은 아스날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벵거볼’의 중심이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부터 로빈 반 페르시까지 아스날에서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선수들이 우승하고자 다른 빅클럽으로 이적한 사례는 축구 팬이라면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스날 전력은 약해졌고 암흑기에 빠졌다. 2013-14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할 때까지 자그마치 9년 동안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 토트넘은 다시 중상위권팀으로?

지난해 토트넘은 UCL 결승 진출로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생긴 부채 때문에 늘어난 수익이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다수 해외 언론은 “레비 회장이 조세 무리뉴 감독이 원하는 만큼 이적자금을 마련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해리 케인은 정말로 이적을 원하고 있을까 [사진출처=토트넘 공식 SNS]
해리 케인은 정말로 이적을 원하고 있을까 [사진출처=토트넘 공식 SNS]

그러던 와중 토트넘 간판이자 주장 해리 케인의 폭탄 발언이 이어졌다. 케인은 최근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토트넘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팀으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팀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남을 사람은 아니다. 내가 팀에 영원히 남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 이적 가능성을 넌지시 내비쳤다.

케인이 말한 ‘올바른 방향’이 의미하는 바는 선수단을 향한 투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수익대비 임금지출 부분에서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가장 낮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현재 토트넘 선수들은 시장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다. 토트넘 선수들도 점차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밝혔다.

지출한 이적료도 경쟁 클럽에 비해 적다. 토트넘이 우승권으로 진입한 2015-16시즌부터 지금까지 지출한 이적료는 약 4억 2천만 파운드(한화 약 6400억 원)로, 이는 해당 기간 동안 EPL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EPL 빅6 클럽 중 가장 적을뿐더러 에버튼과 레스터 시티보다 적은 이적료를 지출했다. 선수단 보강을 위한 투자가 적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도 레비 회장에게 확실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포체티노 감독도 레비 회장에게 확실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코로나 19 사태로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향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 8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의 UCL 진출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UCL 진출에 실패하면 당연히 수익이 감소하면서 이적자금에도 제한이 생길 것이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인터 밀란으로 떠나고 얀 베르통언이 이적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이적자금이 줄면 토트넘에 치명적이다. 선수단 보강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우승권에서 멀어지게 된다. 2000년대 후반 암흑기로 들어선 아스날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번 이적시장마다 손흥민과 케인이 괜히 이적설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적은 연봉에 우승가능성도 없다면 주축 선수들이 토트넘에 남을 이유가 없다.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후 토트넘은 단 한 차례도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토트넘이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빅클럽이 되기 위해선 결과물을 팬들과 축구판에 증명해야하는 시기다. 안팎으로 흔들리는 토트넘이 진정한 빅클럽으로 남을 것인지, 다시 중상위권으로 돌아갈 것인지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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