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17 (목)
사상 첫 '무관중' 레슬매니아36, WWE답게 풀었다
상태바
사상 첫 '무관중' 레슬매니아36, WWE답게 풀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4.08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미국프로농구(NBA)부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 미국프로야구(MLB)까지 미국 4대 스포츠가 모두 가동을 멈췄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황판을 살펴보면 8일 오전 9시(한국시간) 기준 미국 내 확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8만 명을 웃돌며, 현재까지 사망자도 1만2991명(사망률 3.2%)에 달하고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자연스레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 농구,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투어 일정도 멈춰 섰다.

현재 미국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스포츠’는 WWE(미국 프로레슬링)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 6일에는 WWE의 연간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레슬매니아(Wrestlemania) 그 36번째 시리즈가 무관중으로 개최됐다. 평소와 달랐기에 어색함을 지울 길이 없었지만 WWE이기에 가능한 여러 시도들이 호평 받았다.

지난 5, 6일에 걸쳐 열린 WWE의 연간 최대행사 레슬매니아의 본야드 매치. [사진=WWE 공식 유튜브 캡처]

지난 5일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BA, MLB, NHL, NFL 커미셔너 등은 물론 빈스 맥마흔 WWE 회장까지 함께하는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WWE는 정식 스포츠는 아니나 스포츠를 근간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쇼라는 측면에서 미국 내 다른 스포츠단체와 결을 같이 하기도 한다.

최근 그들이 가고 있는 무관중 행보는 다른 단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데, 이번 레슬매니아 36을 통해 WWE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프로레슬링은 로프로 둘러싸인 사각의 링과 그 주변에서 갖가지 소재를 활용해 미리 짜여진 각본과 콘셉트대로 싸우는 '쇼'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도로 훈련된 선수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스포츠 못잖은 감동과 희열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3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본래 올해 레슬매니아 36은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홈구장 레이몬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같은 주 올랜도에 위치한 훈련 센터에서 관중 없이 녹화 방송으로 진행됐다.

은퇴한 미식축구 레전드 롭 그론코우스키가 호스트로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지만 관중의 호응 없는 레슬매니아는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 

서사를 극대화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파이어플라이 펀 하우스 매치. [사진=WWE 공식 유튜브 캡처]

WWE는 빈 객석의 썰렁함을 디테일한 연출과 무관중 경기만의 매력으로 돌파하고자 했다. 함성 대신 선수들이 서로를 상대하며 내는 리얼한 신음과 비명소리는 물론 미리 준비한 대사까지 생생히 전달됐다.

첫 날 메인이벤트로 AJ 스타일스와 언더테이커의 ‘본야드(Boneyard)’ 매치가 펼쳐졌다. 상대방을 무덤 안에 파묻는 자가 승리하는 방식인데, 관중이 없기 때문에 사전에 제작한 세트를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튿날 존 시나와 브레이 와이어트의 ‘파이어플라이 펀 하우스(Firefly Fun House)’ 매치 역시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지난 몇 년 간 WWE 중심에 서 있던 존 시나의 서사를 극대화해 색다른 재미를 자아냈다는 분석이다. 

물론 지속성에서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고 있는 현 미국 스포츠산업 안에서 유의미한 시도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MLB)와 KBO리그(한국 프로야구)는 무관중 개막을 논의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달 18일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스포츠산업 예상 손실액을 최소 50억 달러(6조3560억 원)에서 최대 100억 달러(12조7300억 원) 이상으로 내다봤다. 올해 흥망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따르는 WWE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벌어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들이 보여준 고심의 흔적은 WWE 올드 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충분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