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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란 은퇴, '디그여왕'이 박수칠 때 떠나는 이유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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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란 은퇴, '디그여왕'이 박수칠 때 떠나는 이유 [SQ인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4.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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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배구 ‘디그여왕’ 인천 흥국생명의 리베로 김해란(36)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마지막 무대로 생각했던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됐고, 그는 어머니가 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김해란은 10일 구단을 통해 “선수 생활은 아쉽지만 여기서 마무리한다. 진로는 앞으로 천천히 생각할 것”이라며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출산과 올림픽 연기 두 이슈가 겹치지 않았다면 그는 올림픽 본선에서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몸을 던져 멋진 수비를 펼쳤을 공산이 크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만큼이나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도 최고의 리베로가 유니폼을 반납하는 일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디그여왕' 김해란이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스포츠Q DB]

김해란은 V리그가 출범하기 전 2002년 김천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데뷔했다. 2014년 대전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리베로 연봉 2억 원 시대를 열며 흥국생명으로 옮겼다. 2018~2019시즌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에 그가 세운 공은 지대했다. 이번에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선수 생활을 여기서 마무리한다. 

그는 명실상부 프로배구 최고 수비수였다. 2005~2006시즌 이후 9시즌이나 디그 1위에 올랐다. 2007~2008, 2008~2009, 2011~2012시즌 수비상을 받았다. 통산 수비 부문에서는 남자배구까지 아울러 가장 많은 1만4428개를 기록했다. 

수비 1만5000개 대기록을 단 572개 남겨두고 있었다. 2019~2020시즌에도 팀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세트당 디그 6.20개로 부문 2위, 수비 3위를 차지했고, 역대 디그 성공 9800개 돌파(총 9819개) 금자탑도 세웠다. 통산 1만 디그까지 단 181개만 채우면 됐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기량도 여전했다. 지난 1월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은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서 공격수와 세터의 뒤를 받쳐줬다. 지난해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에서 디그 부문 1위(세트당 3.95개)에 오르는 기염도 토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2012 런던 올림픽 4강,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영광을 함께했다.

그동안 김해란-오지영(KGC인삼공사) 리베로 체제였던 대표팀도 변화와 마주한다. 올림픽까지 1년 3개월이 남았고, 새 얼굴 발탁이 불가피하다. 올 시즌 베스트7 리베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베테랑 임명옥(한국도로공사), 최근 리그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준 김연견(수원 현대건설), 한다혜(서울 GS칼텍스) 등이 김해란의 공백을 메울 카드로 꼽힌다.

김해란이 은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의지다. [사진=스포츠Q DB]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잔부상이 없지 않았지만 선수 생활을 당장 그만둬야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없었다. 구단도 처음에는 김해란의 결정을 만류했다.

하지만 김해란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왜일까.

김해란은 지난 10일 연합뉴스를 통해 “더는 출산을 미룰 수 없었다”며 “지금 아기를 갖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기록을 앞둔 상황에서 은퇴하는 게 아쉽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내게는 아기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흥국생명에서 한 번 더 도전하는 것과 출산하는 것을 두고 고민했던 그다. 당시 가족이 선수 생활 연장의 뜻을 이해해줬고, 흥국생명에서 염원하던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출 수 있었다. 

김해란은 또 “(신)연경이나 (도)수빈이의 기량이 올라오고 있어 내 빈 자리에 관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할 때라고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그다. 하지만 추후 코트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김해란은 “나중에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다. 만약 그때 몸 상태가 괜찮다면 플레잉코치로 복귀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여지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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