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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이영호 잡은 김명운, '집황상제'는 잊어라 [ASL9 4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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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이영호 잡은 김명운, '집황상제'는 잊어라 [ASL9 4강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4.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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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연일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이번엔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최종병기’ 이영호가 쓰러졌다. 통산 10회 우승, 아프리카 스타리그에서만 4차례 정상에 올랐던 ‘갓’을 무너뜨린 건 ‘퀸의 아들’ 김명운(저그).

김명운은 12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내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ASL 시즌9 4강 1경기에서 이영호(테란)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다전제에서 이영호를 잡은 선수를 꼽기 힘들 정도로 ‘갓’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영호에 무게감이 쏠리는 경기였지만 김명운은 15%의 확률을 뚫어냈고 ASL 4강에서 최초로 잡아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명운이 9년 만에 공식 대회 다전제에서 이영호에게 앙갚음을 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ASL 시즌9 중계화면 캡처]

 

ASL 첫 결승 진출이다. 이젠 커리어 최초 우승에 도전한다. 2011년 ABC마트 MSL 2011에서 결승에 올랐던 상대도 공교롭게 이영호. 당시엔 0-3 대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군 전역 후 복귀해 날카로운 빌드 개발과 날이 선 컨트롤 등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인 그였지만 오프라인 대회에만 나서면 아쉬운 결과를 보여 ‘집황상제(집+옥황상제)’라는 웃지못할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이영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한 듯 예리하게 경기를 준비했고 컨트롤도 살아 있었다. 퀸명운으로 불릴 정도로 퀸을 잘 활용하는 그지만 이날은 단 한 마리의 퀸도 찾아볼 수 없었다. 디파일러도 없었다. 이영호 또한 저그전에서 자주 쓰이는 사이언스 베슬을 뽑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양상의 저그 대 테란전 양상이 펼쳐졌다. 그만큼 김명운으로서도 날카롭게 이영호전을 준비한 게 눈에 보였다.

매치포인트에서 시작한 첫 세트에선 뮤탈리스크를 중심으로 병력을 꾸렸지만 발키리와 바이오닉(마린+메딕)으로 맞선 이영호에게 흐름을 빼앗겼다.

호라이즌 달기지에서 열린 2세트. 4시에서 6시 상대를 마주한 김명운은 빠른 테크트리와 멀티 확장으로 다수의 뮤탈을 모았다. 이영호는 바이오닉과 골리앗으로 맞섰지만 2부대 가까이 모인 뮤탈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승부는 원점.

 

불리한 상황에서도 심리전과 날카로운 컨트롤로 대역전극을 이뤄낸 김명운(오른쪽). [사진=아프리카TV ASL 시즌9 중계화면 캡처]

 

3세트 발키리와 바이오닉 조합으로 다시 한 번 패배의 쓴 맛을 본 김명운은 4세트 네오실피드에서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고 뮤탈 운영으로 착각한 이영호는 본진에 미사일터렛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명운은 저글링과 함께 럴커 조합으로 허를 찔렀고 상대 앞마당을 초토하며 승부를 마지막세트까지 끌고 갔다.

히치하이커에서 열린 마지막 세트. 이영호는 바이오닉과 함께 시즈탱크를 조합했고 발키리로 김명운의 뮤탈에 대비했다. 이영호는 상대 앞마당 쪽으로 전진했는데 성큰 콜로니를 도배한 김명운의 방어라인을 뚫어내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그 사이 드랍십을 활용한 공격을 펼치려던 이영호의 의도를 간파하고 이를 저지했고 7시 지역으로 돌린 저글링 4기로 이영호의 6시 멀티를 견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후퇴하는 이영호의 병력을 뮤탈로 격침시켰고 다수의 스컬지까지 활용해 발키리의 수도 줄여냈다.

1가스로 12분 가까이 경기를 펼친 이영호는 고급 유닛 생산에 애를 먹었고 3가스를 마련한 김명운은 자원의 우위를 놓치지 않고 다수의 뮤탈로 본진까지 장악하며 결국 9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김명운은 "이영호를 이기니 욕심이 난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아프리카TV ASL 시즌9 중계화면 캡처]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 나선 김명운은 “이길 자신은 있었다. 초반에 첫 판 이기면 3-0까지도 생각했다”면서도 “역시 이영호는 이영호였다. 힘들게 갔는데 이겨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4강 2경기는 KSL 직전 시즌 우승자 이재호(테란)와 아마추어지면 무서운 신예 ‘짭제동’ 박상현. 김명운은 “솔직히 동족전보다는 저그 대 테란으로 종족이 다른 게 보는 입장에서 좋을 것 같다”며 “그런 것 생각안하더라도 오늘 이영호 이겼는데 이재호 못 이기겠나(웃음). 혹시 이재호가 져서 결승에서 저그전이 성사되면 변수가 많아서 아직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도와준 동료들,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한 그는 “드디어 결승에 올라갔는데 한 번도 못해본 우승을 해야할 것 같다. 나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영호를 이겼기에 욕심을 내야할 것 같다”고 팬들에게 응원을 당부했다.

김명운의 상대는 오는 19일 오후 7시 4강 2경기에서 결정된다. 물이 오를대로 오른 테란과 저그 유저 두 명 중 누가 결승에 향하게 될까. 이재호의 양대 리그 우승이냐 박상현의 첫 결승 진출이냐에 김명운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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