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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뛰어야 산다' 백승호가 말하는 스페인 독일 축구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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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뛰어야 산다' 백승호가 말하는 스페인 독일 축구의 차이
  • 한찬희 객원기자
  • 승인 2020.04.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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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한찬희 객원기자] 백승호(23)는 올 시즌 이적 마감 시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독일 분데스리가2 SV 다름슈타트 98로 둥지를 옮겼다. 10여 년의 스페인 생활을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그에게는 무엇보다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일이 절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FC바르셀로나 유스팀 시절, 백승호는 FIFA 징계로 인해 1년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이후 같은 리그 지로나FC로 팀을 옮겼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1군 경기에 단 3차례밖에 나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사진=SV 다름슈타트 98
[사진=SV 다름슈타트 98]

이렇듯 백승호는 유소년시절부터 ‘경기 출전’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경험했기에 이적 시장 막바지에 결단을 내렸고 극적으로 팀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비록 이적 시점은 ‘아슬아슬’ 했지만, 그가 선택한 결과는 확실했다. 그는 코로나 19로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분데스리가2에서 17차례 선발 출전하며 주전으로 확실히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빌드업 전술을 펼쳤던 드미트리오스 그라모지스 감독이 최근 팀을 떠났지만, 백승호가 10년 이상 해외에서 생존하고 있는 선수라는 사실은 분명 그의 미래를 더욱 기대케 한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어리지만 당찬 축구선수 백승호, 5월 리그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백승호와의 인터뷰는 구단을 통해 이메일로 진행했다.

- 지로나에서 꾸준한 출장 기회를 원했지만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그런데 빠른 결단을 내리고 다름슈타트로 이적했다. 지금 다름슈타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 참 현명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나?

“일단 개인적으로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컸고 주위 선배님들도 제 나이 때는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그래서 최대한 뛸 수 있는 팀을 찾고 있는 시기에 운이 좋게도 다름슈타트에서 큰 관심을 보여 줘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

- 스페인에서의 생활과는 다르게 지금 다름슈타트에서는 많은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뛰고 싶어도 뛸 수 없었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행복할 듯하다.

“정말 행복하다. 일단 선수는 경기에서 뛰어야 자기 가치를 증명 할 수 있는데 지금 다름슈타트에서 많은 기회를 받으면서 뛰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 데뷔골을 넣었을 때, 팀도 7경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무슨 생각이 들었나?

“팀 전체가 걱정도 많이 하고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였다. 데뷔 골도 넣고 팀의 승리에 보탬이 돼 기뻤다.”

- 팀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동료는 누구인가?

“세바스티안 헤르트너 선수와 팀 스카크 선수랑 가장 친하다. 라커룸 옆자리라 항상 장난도 많이 치고 같이 식사도 자주 한다. 함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팀에서 나를 가장 많이 챙겨주는 형들이다.”

사진=SV 다름슈타트 98
[사진=SV 다름슈타트 98]

- 팀이 하나의 대형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고 자주 대형을 바꾼다. 큰 틀을 바꾸지는 않지만, 백승호 선수의 위치가 대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같은 대형일 때도 종종 다른 위치에 서기도 한다. 이에 따른 어려움은 없는가?

“나는 팀이 요구하는 포지션이 어디든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 중에 뛰어야 하는 포지션이 종종 달라지는 부분이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내가 여러 가지 위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김학범 감독님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지션에 상관없이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분데스리가에서 뛰면서 한국 선수들을 경기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서로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가?

“해외 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또 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되면 각자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이 서로에게 큰 자극이 된다. 평소에 많이 만나지는 못한다. 서로 지내는 곳이 조금 더 가까우면 자주 만나고 밥도 같이 먹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 지로나(스페인)에서의 훈련과 다름슈타트(독일)에서의 훈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선수로서 경험한 분데스리가와 라리가의 차이점은?

“지로나에서의 주된 훈련은 패스 훈련이었다. 그리고 경기에 맞춰 전술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 반면에 다름슈타트에서는 조금 긴 훈련 시간을 갖고 피지컬적으로 많은 훈련을 한다. 라리가 팀마다 볼을 점유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분데스리가에서는 공수전환에 중점을 둔다.”

- 현재 본인의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체력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평소에도 시간을 내서 틈틈이 체력운동을 하고 있다.”

- 독일에서의 일과가 어떻게 되는가. 독일어 공부도 하는지?

“스페인에서의 생활과 비슷하다. 하루에 한 번 팀 훈련을 진행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와서는 낮잠을 자거나 운동을 보충한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TV도 보며 대화도 나눈다. 독일어 공부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독일어가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팀에서 영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 시즌이 시작되고 지금 팀으로 이적했다. 그런데도 적응을 빨리 했다. 스페인에서의 10년 동안의 생활이 큰 도움이 됐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스페인에서의 10여 년 생활은 나의 선수 생활에 있어서 큰 자산이다. 바르셀로나와 지로나에서 미드필더 선수에게 필요한 역량들을 배웠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독일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스페인이 그립다.”

사진=SV 다름슈타트 98
[사진=SV 다름슈타트 98]

- 그렇다면 스페인 시절로 잠시 되돌아가 보자. 그곳에서는 힘든 일이 정말 많았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데 어떻게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나?

“스페인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정말 힘든 일들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렵고 힘든 일을 많이 겪어서 힘든 일을 당할 때 좌절보다는 어떻게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 2010년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해 청소년기 전체를 바르셀로나에서 보냈고 1군 훈련에도 참여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오랜 기간 바르셀로나에서 습득한 축구가 지금의 프로 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비록, 바르셀로나에서의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최상의 축구 시스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자체가 선수로서 성장 할 수 있는 기회였다.”

- 7년 동안 FC바르셀로나의 축구를 경험했다. FC바르셀로나는 어떤 팀인가?

“바르셀로나는 축구 철학이 뚜렷한 팀이다. 빌드업 축구에 있어서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 스페인에서 축구를 하던 시절부터 지금의 독일에 이르기까지 어머니께서 돕고 있다. 선수 본인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인가? 또 스페인과 독일의 축구 선수를 둔 부모님들도 이렇게 한국의 부모님들처럼 헌신적인지 궁금하다.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정말 크다. 한국에서의 모든 일을 내려놓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묵묵히 나를 위해 헌신해주시고 있는 까닭이다. 선수로서 열심히 노력해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스페인에서의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곁에서 어머니가 큰 힘이 돼주셨기 때문이다. 물론 아버지는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지만 먼 곳에서 항상 조언도 해주고 힘이 돼주신다. 내가 유럽에서 만난 모든 축구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헌신적이다. 우리는 그 감사함을 알고 노력해서 보답해야 한다.”

-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고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은가?

“활동량이 넓고 빌드업 과정에서 큰 강점을 갖는, 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 끝으로, 한국에 있는 축구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항상 먼 곳에서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기에 용기를 내고 선수 생활에 전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보답은 운동장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축구 팬들이 축구를 더 즐길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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