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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한풀이' 김명운, '3김 저그' 우두머리 우뚝 [ASL9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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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한풀이' 김명운, '3김 저그' 우두머리 우뚝 [ASL9 결승]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4.27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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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집황상제’는 옛말이 됐다. ‘퀸의 아들’ 김명운(30)이 현 시대 최강 저그 대관식을 치렀다.

김명운은 26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아프리카스타리그(ASL) 시즌9 결승전(7전4승제)에서 이재호(테란)를 4-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프로데뷔 후 13년, 4669일 만에 이뤄낸 감격적인 우승이다. ASL 2번째 저그 우승자가 된 김명운은 이로써 이제동, 김정우, 김윤환, 김민철과 함께 종족을 대표하는 현역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김명운이 26일 ASL 시즌9 결승전에서 이재호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ASL 시즌9 중계화면 캡처]

 

유독 집에서만 강했던 김명운이다. 오프라인 대회에만 나서면 작아졌다. 집황상제(집+옥황상제)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따라붙었다. 마지막 결승 진출은 2011년 ABC마트 MSL 2011이었다.

특히 군 복무를 마친 뒤 돌아와선 날카로운 빌드 개발로 프로토스 사냥꾼으로 위세를 떨쳤으나 집황상제 이미지가 강했다.

이번 대회에선 완전히 달라졌다. 오프라인 대회에 대한 긴장감 탓인지 지나치게 안정적인 운영이 오히려 약점으로 꼽혔던 그였지만 이번엔 과감한 올인 전략과 운영을 섞으며 강자들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16강에선 강력한 우승후보 김택용과 도재욱(이상 프로토스)을 나란히 잡고 1위로 8강에 진출했고 동족전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임홍규마저 잡아냈다.

4강에선 9년 전 우승 문턱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좌절을 안겼던 ‘최종병기’ 이영호(테란)를 3-2로 잡아내며 우승 청신호를 밝혔다. ‘퀸의 아들’로 불릴 만큼 퀸과 디파일러 등 후반 고급 마법 유닛들을 잘 활용하는 그였지만 5세트 모두 빠른 승부를 펼치며 ‘갓’ 이영호를 잡아냈다.

 

김명운(왼쪽)이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로부터 우승상금을 전달받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SL 시즌9 중계화면 캡처]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1세트 4시에서 시작한 김명운은 6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 2해처리에서 빠르게 뮤탈리스크를 뽑아냈다. 정교한 컨트롤을 바탕으로 이득을 본 김명운은 뮤탈 올인 전략을 펼치며 기선제압했다.

심리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2세트 초반 저글링을 뽑아 앞마당 벙커 라인을 통과해 본진에 난입했고 SCV를 다수 잡아내며 GG 선언을 받아냈다.

3세트 뮤탈리스크와 저글링, 럴커 압박으로 우위를 잡는 듯 했지만 교전에서 실수가 나오며 사이언스 베슬을 잘 활용한 이재호에게 한 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이재호의 반격은 여기까지였다. 4세트 이재호는 팩토리 날리기 기습 전략을 준비했지만 철저히 준비한 김명운은 저글링 정찰로 이를 간파했다. 더불어 뮤탈리스크 전략인 척 심리전을 벌여 이재호에게 발키리를 뽑도록 유도한 뒤 럴커와 저글링 돌파 전략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미 승부는 기울어 있었다. 이재호는 허를 찌르는 발키리 생산 타이밍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김명운은 불리해 보이는 싸움에서도 뮤탈리스크 산개 전략으로 발키리의 강점을 무력화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김명운은 "우승이 처음이어서 얼떨떨하다. 트로피를 내가 들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너무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사진=ASL 시즌9 중계화면 캡처]

 

우승을 확정한 뒤 미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던 김명운은 “우승이 처음이어서 얼떨떨하다. 트로피를 내가 들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너무 감격스럽다”며 “무관중이라서 괜찮지만 관중이 있었으면 울었을 것 같다. 왜 우승자들이 눈물을 흘렸는지 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10년 넘게 노력을 해왔는데 이번엔 오히려 편하게 하려고 했다. 올라갈수록 욕심이 생겨서 긴장을 했지만 다행히 제 실력을 발휘해 우승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의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우승 한 번 없었는데 믿고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우승을 경험한 다른 저그 선수들의 반열에 나란히 올라선 것 같아 기쁘고 앞으로도 응원해주시면 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3김 저그 꼬리’로 불렸던 김명운이다. 현역 시절 승률 등 클래스는 비슷하지만 김윤환, 김정우와 달리 우승 트로피가 없었기 때문이다. ASL. KSL 시대로 넘어와서도 김정우, 김민철 등과 달리 유독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그다. 그러나 이젠 가장 ‘핫’한 저그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치게 된 김명운이다.

우승상금 3000만 원을 손에 쥔 김명운은 한계를 깨고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영호가 ‘랜덤 플레이어’로 변신을 선언한 가운데 ASL 시즌10 우승후보로 0순위로 급부상한 그가 2연패를 차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큰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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