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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캡틴' 김현수 존재감, LG '두산 포비아'는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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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캡틴' 김현수 존재감, LG '두산 포비아'는 잊어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05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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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잠실 라이벌이라고 했지만 야구 팬들 대부분은 이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러한 논쟁에서 LG 트윈스는 비아냥을 사기 일쑤였다. 반박하기 어려운 이유는 최근 성적이 보여줬다.

2018년 LG는 두산 베어스를 만나 15연패에 빠졌다. 마지막 가까스로 1승을 챙기며 전패 굴욕은 벗어났지만 두산은 넘기 어려운 것 같은 벽처럼 다가왔다.

창단 30주년과 함께 당차게 우승을 목표로 내건 LG. 올 시즌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남긴다. 그 중심에 두산 ‘성골’ 출신 김현수(32)가 있다.

 

LG 트윈스 김현수(왼쪽)가 5일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에서 8회말 쐐기 1타점 2루타를 날리고 김호 코치와 팔꿈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현수와 두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방망이 재능을 뽐내던 김현수였지만 외야수로서 발이 느리고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복합적인 이유로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의 손을 잡아준 게 두산이었다. 2006년 김현수는 동료 선수들이 억대 계약금을 손에 넣은 것과 달리 최저연봉 2000만 원에 두산에 입단했다.

그러나 두각을 나타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당당히 타격왕에 오르며 ‘타격기계’라는 별명을 얻게 된 김현수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의 중심에 섰다. 이어 두산이 2000년대 이후 최고의 강팀으로 우뚝 설 수 있는데 한 몫을 차지했다.

2015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온 김현수는 친정팀이 아닌 LG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행을 희망했지만 대체 자원들이 많았던 두산과 김현수 사이엔 금액 차이가 있었다.

어색한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된 김현수지만 타율 0.362로 타격왕에 오르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자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2연패를 이뤄낸 두산과 달리 LG의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LG는 그해 8위에 그치며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3회말 투런 홈런을 날린 김현수(아래)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두산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해 두산전 성적은 1승 15패. 김현수는 타율 0.381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팀은 웃지 못했다. 그해 어린이날 시리즈에서도 두산에 스윕패를 당해 ‘엘린이(LG+어린이 팬)’들을 좌절에 빠뜨렸다.

김현수의 승리 DNA와 함께 반등한 LG는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과 어린이날 시리즈에선 또다시 스윕패했지만 상대전적은 6승 10패로 직전 시즌보단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맞은 2020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미뤄지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프로야구) 첫 경기부터 어린이날 라이벌 매치가 성사됐다. 무관중 경기이기에 팬들은 없어도 LG로선 팬들에게 반드시 승리를 선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주장 김현수 또한 마찬가지. 이를 갈고 나선 그는 팀이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3회초 라울 알칸타라의 시속 153㎞ 바깥쪽 빠른공을 좌측 담장으로 날려보내며 팀에 승기를 안겼고 8회엔 담장을 맞히는 대형 2루타까지 터뜨렸다.

김현수의 홈런은 올 시즌 전체 1호이자 개인 통산 개막전 4번째 홈런이자 잠실에서만 3번째로 더욱 의미가 컸다.

류중일 감독은 “공격에서 김현수가 고비 때마다 타점을 올렸던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주장은 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만큼 욕심이 큰 탓이다. LG 팬들이 그를 더욱 듬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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