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0:36 (금)
프로야구 개막, 코로나가 바꿔 놓은 이색풍경
상태바
프로야구 개막, 코로나가 바꿔 놓은 이색풍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06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세계 스포츠가 멈춰선 가운데 KBO리그(프로야구)의 개막은 시선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재난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내며 프로야구를 시작하는 한국의 광경엔 특이한 점들이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5일 6개월 가량 멈췄던 프로야구가 대망의 막을 올렸다. 관중은 없었지만 전국 5개 구장에서 동시에 열린 경기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생중계되며 더욱 이슈가 됐다.

야구는 결국 같다지만 다른 부분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였다. 낯설고도 신기하고 어색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잠실=스포츠Q 손힘찬 기자] 5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20 프로야구 개막전. 무관중 경기로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우선 무관중 경기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개막했지만 늘 만원사례를 이루는 프로야구의 축제 중 하나인 어린이날 관중을 찾아볼 수 없다는 건 퍽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각 구단들은 각종 이벤트를 마련했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서 개막전을 가진 KT 위즈는 어린이회원 이라온 군을 시구자로 초청했다. 다만 감염 위험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온 군은 대형 투명 워킹볼 안에 들어가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걸어가며 안전하게 이색 시구를 마쳤다.

잠실에서 한 지붕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대결을 펼친 LG 트윈스는 ‘엘린이(LG+어린이 팬)’ 3명을 시구자로 선정했다. 단, 영상시구라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KT 위즈는 어린이회원 이라온 군(가운데)을 초청해 투명 워킹볼을 활용해 안전하게 시구를 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또한 코로나19와 관련한 인물을 초청했다. SK는 명절 용돈을 모아 마스크 100개, 라텍스 장갑 200개, 휴대용 티슈 86개를 기부한 노준표 군을 시구자로 불렀다.

삼성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막심한 대구·경북 지역이 훌륭히 사태를 극복해낼 수 있도록 전국 의료진의 지원을 이끌어낸 이성구 대구시 의사협회장을 모셨다. 노 군과 이성구 협회장은 마스크를 쓴 채 힘껏 공을 뿌렸다.

관중은 없었지만 응원단은 제 임무를 다했다. 팬들의 새 응원가를 소개하기도 하고 열심히 뛰고 즐기며 TV로 지켜볼 팬들을 대신해 열렬히 응원을 펼쳤다. 팬들은 영상응원전을 펼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는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승리 투수가 된 LG 차우찬은 경기 후 “힘이 좀 안 나는 것도 있지만 조용하니 위기에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처럼 장단점이 있다”며 “더그아웃에서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릴 때 관중이 없다는 게 느껴진다.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말은 서로 안했다. 자극하진 말자는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선 화재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구장 인근인 광주시 북구 신안동 주택가 세탁소에서 불이 난 것. 경기장까지 연기가 덮을 정도로 영향을 미쳤고 결국 경기는 중단됐다. 4회 멈춘 경기는 30분 만에 화재가 진압되며 재개됐지만 해외 매체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개막전 광경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KBO의 해외 중계권 대리업체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는 미국 ESPN, 일본 스포존과 해외 생중계 계약을 맺었는데, 첫 날엔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됐다. 5개 구장 전역엔 미국과 일본 등 외신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외신들은 생소한 한국 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국난을 잘 이겨내고 개막을 하게 된 한국의 방역 시스템 등에도 박수를 보냈다. 이젠 한류화를 노린다. 한국만의 개성을 지닌 KBO리그가 미국과 일본에서 뜨거운 붐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