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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떠난 박기원 감독, 배구판에 끼친 영향 돌아보니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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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떠난 박기원 감독, 배구판에 끼친 영향 돌아보니 [SQ인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5.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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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배구 만년 3위였던 인천 대한항공을 V리그 최강 팀으로 변모시킨 박기원(69)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프로배구판 사령탑 세대교체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했다. 안정보다 변화를 택한 대한항공이 차기 사령탑으로 어떤 인물을 낙점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구단과 박기원 감독은 선수단 리빌딩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공감했다”며 “이에 따라 4월로 계약이 끝나는 박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백지 상태에서 후임 지도자 선임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팀을 4년 동안 이끌며 정상에 군림시킨 명장과 결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기에 다소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박기원 감독과 대한항공의 4년 동행이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스포츠Q DB]

박기원 감독은 2016년 4월부터 2019~2020시즌까지 4시즌 동안 대한항공을 이끌었다. 부임 첫 시즌부터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렸고, 2017~2018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지만 포스트시즌 때 1, 2위를 모두 제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2018~2019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 우승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등 박 감독은 3차례나 팀을 파이널 무대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9~2020시즌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2위로 '강제' 마감했지만 1위 서울 우리카드와 승점 차는 단 2에 불과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었다. 3위 천안 현대캐피탈과 격차가 상당해 ‘봄 배구’를 통해 4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공산이 컸다.

박 감독은 대한항공에 프로 첫 우승을 안긴 감독이자 창단 49년 만에 첫 메이저 우승을 선사한 승부사로 남게 됐다. 매년 우승후보라는 평가에도 2% 부족했는지 현대캐피탈, 대전 삼성화재에 밀릴 때가 많았던 대한항공을 리그 최고의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율을 부여하면서도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최태웅(현대캐피탈), 권순찬(의정부 KB손해보험), 신진식(삼성화재), 장병철(수원 한국전력), 석진욱(안산 OK저축은행) 등 40대 중반 젊은 사령탑의 패기에 노익장으로 맞섰다.

대한항공의 역사는 박기원(오른쪽 5번째) 감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KOVO 제공] 

특히 2018~2019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은 정지석, 곽승석, 한선수, 김규민 등 주축 상당수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체력적인 부침을 겪을 거라 점쳐졌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편히 쉬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숙소 생활에서 자유로워진 선수들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화답했고 정규리그 정상에 섰다.

지난해 12월 OK저축은행전에서 지난 시즌 경기구가 사용되는 촌극이 발생했을 때 그의 한국 배구판을 향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경기력과 직결되는 요소인 만큼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크게 문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프로배구 발전을 위해선 실수가 건설적인 부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로 혹여나 분위기가 좋았던 배구 판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까 우려하기도 했다.

또 올 초 “남자배구 대표팀이 이번만큼은 꼭 올림픽 티켓을 땄으면 좋겠다”며 “배구인이라면 한국 배구 발전을 1순위로 생각해야 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빠듯한 일정 속에 선수들의 부상을 우려하며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다. 주전 4명을 국가대표로 내준 선두권 감독의 진정어린 소신 발언이었다.

어떤 스포츠나 세대교체의 바람은 언젠가 맞닥뜨려야만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성적까지 좋았던 감독과 이별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박 감독이 대한항공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 때문일 터다. ‘포스트박기원’ 체제 대한항공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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