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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포 최주환, FA시장 태풍의 눈 될까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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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포 최주환, FA시장 태풍의 눈 될까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07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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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최주딱.’ 최주환(32)은 주전이 딱이라는 팬들이 지어준 애칭이다. 뛰어난 실력에도 늘 주전 기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기에 붙은 웃지 못할 별명이다.

최주환은 5일 개막전에도 벤치를 지켰다. 적지 않은 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연습경기 타율은 0.250으로 같았지만 장타율에서 0.400으로 오재원(0.250)보다 앞선 최주환이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6일 경기에 선발로 나선 최주환은 투런 홈런 포함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두산 베어스 최주환이 6일 LG 트윈스전 선발 2루수로 출장해 3회초 투런 홈런을 터뜨린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최주환의 프로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2006년 두산에 지명을 받고 프로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손시헌, 고영민 등이 지키는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두산 내야엔 좀처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2009년까지 주로 퓨처스리그에서만 시간을 보낸 최주환은 결국 상무 입대를 택했다. 전역 후엔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손시헌, 김재호, 오재원 등이 건재했지만 기회를 엿봤다.

기회가 올 때마다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타석에선 그의 진지한 눈빛은 유독 빛났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5년 두산이 업셋 우승을 차지한 시즌엔 100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오재원과 경쟁 체제를 굳혔지만 타격 능력에 비해 다소 아쉬운 수비로 인해 늘 백업 역할을 해야 했다.

2017년과 2018년엔 주전급으로 도약하며 2년 연속 3할 타율 시즌을 보냈다. 이젠 마음 편히 야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과 함께 약간의 슬럼프가 찾아오자 다시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태형 감독은 타율 0.164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오재원에 대한 믿음을 쉽게 저버리지 못했고 이는 최주환에게도 타격을 줬다.

 

개막전 벤치를 지켰던 최주환(오른쪽)은 선발 기회를 얻자마자 맹타를 휘두르며 무력 시위를 했다.

 

다시 찾아온 새 시즌. 기회는 오재원에게 먼저 갔다. 경기 중후반 오재원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때 최주환을 대타로 기용할 수도 있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을 고집했다. 경기 후 홀로 그라운드로 나온 최주환은 주루 훈련을 매진하며 결장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개막전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는 최주환은 6일 LG 트윈스전에서 3회말 송은범의 높은 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최주환의 한 방으로 상대 선발 송은범은 결국 물러났고 LG는 이후 실점하지 않았음에도 무려 6명의 투수를 소모해야 했다.

이날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5회말엔 오지환의 빠른타구를 점프캐치로 멋지게 잡아냈다. 더그아웃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다만 6회 수비는 자신에게 드러워져 있는 꼬리표를 떼어내기에 다소 부족했다. 팀이 5-0으로 앞서가던 무사 1,2루 2루수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며 주자 만루를 만든 것. 이후 실점이 이어져 더욱 아쉬움은 컸다.

그러나 3회 최주환의 투런포로 인해 큰 폭의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승부는 5-2 승리로 마무리됐다.

일부 팬들은 김태형 감독이 오재원을 편애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억측이다. 김태형 감독은 김재호와 오재원이 이루는 키스톤 조합의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고 수비에 중심을 두는 경기엔 최주환의 후반 대타 기용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날처럼 상대 투수 선발 투수나 전력이 약할 땐 최주환을 선발로 내보내기도 한다.

 

수비에선 실책이 나오며 여전히 아쉬움이 보이기도 했지만 타선의 무게감 자체만으로 주전의 자격을 어필한 최주환이다.

 

허나 두산이 올 시즌을 끝으로 FA 시장에 나오는 최주환을 잡을지 확신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두산은 올 시즌 뒤 최대 9명의 FA를 배출한다. 내야에서만 보더라도 거포 오재일, 붙박이 3루수 허경민과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까지 있다. 투수 중에도 유희관과 이용찬 등까지 있다.

과거 두산은 팀의 상징과 같이 여겨졌던 김현수(LG 트윈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등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냈다. 100%까진 아니어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있을 경우엔 무리해서 잡지 않았다. 심지어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까지 내줬다. 잡을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성장 중인 박세혁이 있기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하물며 최주환은 지금도 확실한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하는 상황. 예비 FA 9명 중 절반만 잡아도 성공이라고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두산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보면 시장에선 충분히 최주환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수비와 타격을 동시에 만족시킬만한 2루수를 찾기는 쉽지 않은 가운데 최주환은 주전으로 꾸준히 기용할 경우 3할 타율이 보장되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2018년엔 26홈런을 날릴 정도로 장타력도 보유했다.

특히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 등 몇몇 구단에선 최주환에 욕심을 나타낼 만하다. 최주환이 이날 같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충분히 FA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어찌보면 최주환에겐 팀 주전이 되는 것보다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게 더 쉬운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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