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22:35 (화)
'욕받이' 프로축구연맹의 놀라운 변화, 기대가득 K리그
상태바
'욕받이' 프로축구연맹의 놀라운 변화, 기대가득 K리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07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해 K리그는 오랜 만에 흥행 순풍을 맞았다. 관중이 무려 50% 이상 증가했다.

올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연기돼 2개월 가량이나 축구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K리그에 대한 정보는 계속 쏟아졌다.

여기엔 모두 달라진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노력이 있었다. 보다 젋어지고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고 과거 무슨 일을 해도 욕만 했던 팬들의 마음을 우호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K리그는 개막이 미뤄진 2개월 동안 끊임없은 콘텐츠로 축구 팬들과 밀착감을 유지했다. 2020 하나원큐 K리그는 8일 대장정을 시작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코로나 사태로 인해 4대 프로스포츠가 ‘올스톱’ 됐다. 프로농구와 배구는 결국 시즌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시즌을 준비 중이던 KBO리그(프로야구)도 당황해하긴 마찬가지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K리그 관련 기사는 쉼 없이 쏟아졌다. 개막을 기다려온 팬들을 위해 인기 축구게임 FIFA(피파)온라인4를 활용한 랜선 개막전을 열더니 나아가 각 팀 선수들이 직접 참여한 랜선 토너먼트도 열었다.

글 쓰는 걸 취미로 삼고 있는 K리거에 대한 참신한 내용을 포함해, 미리보는 시즌 MVP와 영플레이어 투표, K리그 엠블럼 변천사 등 뻔하지 않은 내용들을 진행해 팬들의 관심을 샀다.

이 중에선 K리그 역대 직접 프리킥, 결승골, 해트트릭, 홈 어드벤티지, 페널티킥, 코너킥 등에 대한 상세한 통계를 담은 내용들은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도 흥미로운 소재로 화제가 됐다. K리그 경기장 곳곳을 둘러보며 특색을 담아 소개하기도 해 곧 개막을 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종권 연맹 홍보팀장은 “홍보팀 입장에선 하루 하나 정도씩은 흥미로운 소재를 발굴해 미디어에 노출시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온라인 관련 이벤트는 뉴미디어팀에서 전담했는데, 팬들과 SNS 등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면서 개막을 기다리는 동안 팬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대처했는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무리하게 리그를 운영하기보다는 당초 38라운드 체제에서 27라운드로 축소 운영을 결정했다.

 

연맹은 개막을 앞두고 각 팀 선수들을 영상통화로 연결해 랜선 출사표를 들었다. 이밖에도 개막이 연기된 기간 동안 다양한 랜선 콘텐츠로 팬들의 지루함을 달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회적 분위기를 최대한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종권 팀장은 “중계권과 관중, 스폰서 수익 감소 등으로 인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무리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연맹과 구단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개막일을 8일로 잡으면서 K리그 선수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 조사를 마쳐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아 심리적인 불안감 없이 시즌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비용 10억 원 가량을 들여 미디어센터를 건립하며 한류화에 준비했고 10개국에 중계 판권을 판매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축구가 멈춰서며 관심은 더욱 커졌고 개막전은 독일과 스위스, 호주, 홍콩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생중계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연맹은 발빠르게 움직여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2판까지 배포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월드리그포럼을 통해 세계 40여 나라에 소개돼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성기 시절을 떠올릴만큼 흥행 성공을 거둔 K리그 뒤엔 연맹의 혁혁한 공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변화된 연맹의 다양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팀장은 “연맹의 노력으로만 이뤄진 건 아니고 전 구단이 함께 노력한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연맹 내부적으론 작년 뉴미디어팀을 신설한 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과거엔 홍보팀이 홍보와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을 총괄하기도 했지만 이젠 각자의 분야에 전문성을 띄고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기비용 10억 원을 들여 건립한 미디어센터. 올 시즌부터는 자막이 덧입혀진 K리그 영상이 해외에 판매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해외 중계권 판매로 인한 그림도 나무보다는 숲을 보면서 진행하고 있다. 이 팀장은 “어떤 종목보다도 세계적인 축구가 가진 가능성과 장점을 그동안은 잘 활용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 “뉴미디어팀이 활약하면서 세계에 공식적으로 중계권을 판매하면서 평가 받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선 중계가 되기도 했는데, 유럽 등 축구 선진국에서 관심을 갖는다는 게 무엇보다 K리그를 알릴 수 있어 고무적인 일”이라며 “당장은 금전적 이득보다는 해외에 노출이 계속되면서 K리그에 대한 인지도를 올리고 장기적으로 중계권료는 물론이고 스폰서십과 선수들의 인지도 또한 올라가면 결국 금전적 이득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맹 직원들은 지난달 초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급여 일부도 반납했다. 임원은 월 20%, 직원은 10%씩 반납해 개막 이후 경기 개최와 리그 운영에 필요한 각종 경비들을 정상적으로 집행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리그 규모를 축소했고 당분간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 상당한 손실이 추산되고 있다. 손실을 전부 메울 수는 없지만 고통분담 차원에서 솔선수범하고 나선다는 입장이다.

뼈를 깎는 행동이기에 축구 팬들로부터는 박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에서도 손을 내밀어 연맹과 연봉 삭감 등을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며 팬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리그의 흥행은 무엇보다 경기력이 가장 먼저 뒷받침돼야 하지만 연맹의 홍보와 마케팅, 깔끔한 일처리 등도 결코 무시못할 요소다. 이러한 점에서 달라진 연맹의 태도는 축구 팬들의 마음까지도 돌려놓으며 흥행을 위한 긍정적 발판이 되고 있다. 개막을 코앞에 둔 K리그가 올 시즌엔 얼마나 더 날아오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