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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EPL 결산] 잊혀질 것 같은 레스터의 두 번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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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EPL 결산] 잊혀질 것 같은 레스터의 두 번째 드라마
  • 김대식 명예기자
  • 승인 2020.05.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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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기약 없는 기다림이란 표현만큼 유럽축구를 기다리는 축구팬들의 심정을 잘 헤아린 말이 있을까. 유럽에 퍼진 코로나19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 리그가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추후 어떻게든 시즌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리그가 재개되기 전에 지금까지 이어진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EPL)를 미리 복습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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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는 EPL 상위권 판도를 뒤집었다. 연승을 달리던 레스터 기세는 5000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우승을 차지했던 2015-16시즌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다시 한 번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뒷심이 부족한 모양새다.

# 젊음과 바디의 조합

이번 시즌 레스터가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부임한 후 팀이 단단해졌지만 EPL 상위권 클럽들에 비해 전력이 부족하다는 시선이 일반적이었다. 이적시장도 비교적 조용하게 보낸 편이었다. 뉴캐슬에서 아요세 페레즈를, 임대였던 유리 틸레망스를 완전 영입한 걸 제외하면 확실한 보강이 없었다. 주축 해리 매과이어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시키며 발생한 수비 공백은 걱정거리로 남았다.

선수단 변화가 크지 않았기에 베스트 라인업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레스터가 가진 장점이었다. 로저스 감독이 원하는 방향성은 명확했다. 경기장에서 레스터 선수들이 점유율도 가져오면서 속도까지 보여주길 원했다. 로저스 감독과 레스터 선수들의 특징은 잘 융화됐다. 레스터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많았고 제이미 바디를 비롯해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들이 많았다. 6라운드까지는 자리가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레스터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유는 팀 뼈대가 잘 잡혔기 때문이었다. 윌프레드 은디디-찰라르 쇠윈쥐-카스퍼 슈마이켈가 중심인 수비진이 전반기 16경기에서 9실점하면서 리버풀 다음으로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갑작스럽게 성장한 쇠윈쥐는 매과이어 공백을 제대로 채웠다.

공격에선 제임스 메디슨과 제이미 바디가 중심이었다. 4년 전 우승 득점이 감소했던 바디는 후방에서 좋은 패스가 연결되자 다시 득점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바디가 8경기 연속 득점을 올리며 득점 선두를 달리는 동안 팀도 8연승을 달리며 순항했다.

# 한계 그리고 추락

레스터는 파죽지세로 2위로 올라가면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거기까지였다. EPL의 시즌 판도를 결정하는 박싱데이가 포함된 12월에 레스터는 급격히 무너졌다.

갑자기 부진에 빠진 주전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반기 레스터는 선발 명단에 큰 변화가 없었다. 나오던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며 대부분 풀타임 경기를 뛰었다. 레스터 선발 명단은 젊은 축에 꼽혔지만 빡빡한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레스터는 핵심 선수들을 쉬게 해줄 백업 멤버가 필요했지만 마땅한 후보 자원이 없었다.

결국 주전 선수들이 지치기 시작했고, 특히 중원에서 기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를 증명했던 경기가 리버풀과의 맞대결이었다. 레스터가 우승 희망을 살리기 위해선 리버풀 전 승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중원이 무너지며 0-4 대패했고, 현실적으로 우승은 멀어졌다.

중원 문제는 공수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쳤다. 먼저 바디가 외로워졌다. 바디의 득점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전반기 16골을 퍼부었던 바디는 후반기 10경기에서 단 3골이 전부였다.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도맡던 은디디가 부상 문제로 허덕이자 튼튼했던 수비도 흔들렸다. 결국 레스터는 후반기에 4승밖에 챙기지 못했고 3위로 떨어졌고,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됐다.

# 올해의 선수

레스터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제이미 바디 [사진출처=레스터 공식 SNS]
레스터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제이미 바디 [사진출처=레스터 공식 SNS]

레스터의 핵심 자원들은 이번 시즌 모두 골고루 활약했다. 거물 수비수로 성장한 쇠윈쥐부터 중원 핵심인 은디디와 메디슨, EPL 풀백으로 성장한 히카르도 페레이라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바디가 없었더라면 현재 레스터가 만들어낸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격의 마무리를 맡아야하는 역할에서 바디만큼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은 전 세계에 많지 않다.

# 3위 자리 굳히기

레스터는 현재 애매한 위치다. 3위만 유지하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에 직행하기 때문에 굳이 2위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4위 첼시와 승점 차가 5로 여유도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남은 상대들이 UCL 진출권을 노리는 팀이거나 강등권 팀이다. 자칫하다가는 3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레스터는 애매한 순위라는 점이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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