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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청용-성남 양동현 '왕의 귀환'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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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청용-성남 양동현 '왕의 귀환' [K리그1]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5.1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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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왕의 귀환'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11년 만에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미드필더 이청용(32·울산 현대)과 2년간 분투했던 일본을 떠나 국내로 복귀한 공격수 양동현(34·성남FC)이 개막 라운드부터 ‘클라쓰’를 입증했다.

2020 하나원큐 K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이적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이청용이었다. 2009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2(2부) 등 유럽에서 활약하다 다시 K리그에서 뛰게 됐다. 게다가 기성용(31·마요르카)의 FC서울 리턴이 좌절된 직후 이뤄진 이동이라 더 큰 기대감을 자아냈다.

지난 9일 상주 상무와 홈 개막전부터 선발 출격한 이청용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공간과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로 경기를 지배하며 울산의 4-0 승리를 리드했다.

지난 2009년 7월 19일 강원FC전 이후 3947일 만에 나선 K리그 무대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경기가 끝나고 들려준 각오는 더 큰 기대를 낳는다.

11년만에 K리그에 복귀한 이청용(왼쪽)이 개막전부터 클래스를 뽐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04년 서울에서 데뷔해 2009년 8월 볼튼을 통해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했던 그는 울산에 입단하며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K리그에 돌아오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첫 경기부터 이를 증명했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이자 울산 공격의 핵심이었던 김보경이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이청용은 윤빛가람, 김인성, 이상헌 등과 시너지를 발휘하며 최전방의 주니오를 지원했다. 감독단, 주장단, 기자단이 선정한 '미리 보는 MVP'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유를 보여줬다. 

월드컵에 두 차례 출전하고, 유럽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청용은 예전 같은 속도를 뽐내기보다 한층 더 노련하고 군더더기 없는 경기 운영능력을 자랑했다. 그는 이날 공격지역 패스 18차례(16회 성공)로 팀 내 1위에 올랐다. 경기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AC밀란 시절 피를로 같았다’며 반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청용은 경기를 마친 뒤 “힘든 시기에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경기를 앞두고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기대가 더 컸다.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는 없어도 K리그에 복귀해 의미가 큰 날”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또 “연습경기를 많이 해보지 못해서 우리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는데, 오늘 생각한 만큼 나왔다. 이게 울산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내 임무는 공을 잘 연결해 많은 기회를 만드는 거다. 또 수비를 도와 최대한 실점을 차단해야 한다. 팀플레이와 승리가 최우선이다. 공격 포인트도 중요하겠지만 팀이 이긴다면 큰 욕심은 없다”고 덧붙였다.

양동현 역시 3년 만에 돌아와 변함 없는 기량을 자랑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아비스파 후쿠오카를 거쳐 3년 만에 성남FC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들 곁으로 돌아온 양동현도 첫 경기부터 멀티골을 뽑아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같은 날 승격팀 광주FC와 원정경기에 스타팅 멤버로 나서 킥오프 4분 만에 유인수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7분 뒤 문전에서 침착한 발기술로 수비 2명을 따돌린 뒤 추가골을 기록, 2-0 승리를 견인했다.

키 186㎝ 장신 양동현은 2017시즌 포항 스틸러스에서 19골로 리그 득점 2위를 기록, 제2 전성기를 열었다. 이듬해 일본 J리그1(1부) 세레소 오사카에 진출, 해외 무대에 도전했지만 16경기 1골에 그치며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지난해 J2리그(2부) 아비스파 후쿠오카로 적을 옮겨 32경기 10골로 반등했고, 김남일 성남 신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누빈 K리그 피치에서 높이와 파괴력을 자랑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정통파 스트라이커다운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40골만 내주며 수비력을 인정받은 성남이지만 30골에 그친 빈약한 공격력이 약점으로 대두됐다. 양동현은 김남일 감독이 그리는 성남식 공격축구의 선봉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올 시즌 울산은 전북과 우승 경쟁, 성남은 잔류를 위한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이청용과 양동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베테랑의 복귀전 활약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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