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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뷰캐넌-키움 최원태, '대홈런 시대' 수놓은 명품 투수전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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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뷰캐넌-키움 최원태, '대홈런 시대' 수놓은 명품 투수전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14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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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KBO는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에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KBO엔 오랜 만에 투고타저 현상이 벌어졌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기준치를 충족시킨 가운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홈런이 급증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한 달 이상 미뤄지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13일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뷰캐넌(31)과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23)이 수놓은 투수전은 야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뷰캐넌(왼쪽)과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가 13일 선발 맞대결에서 명품 투수전을 벌였다.

 

뷰캐넌의 투구는 상상 이상이었다. 큰 기대 속에 한국 땅을 밟았지만 연습경기와 실전은 달랐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3년간 뛰며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고 하지만 첫 경기 NC 다이노스를 만나 6이닝 5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2번의 실패는 없었다.

이날은 7이닝 동안 101구를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투를 선보였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2가지 종류의 패스트볼과 너클커브, 체인지업과 컷패스트볼까지 다양한 공으로 키움 타선을 공략했다.

6회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박준태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내준 뒤 서건창과 김하성을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지만 2루수 김상수의 실책으로 2사 1,3루에 몰렸다. 심지어 타석엔 4번타자 박병호.

그러나 뷰캐넌은 침착했다. 3-1으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연이은 체인지업으로 박병호를 유혹했다. 결과는 삼진. 무관중 경기 속에 고요한 고척스카이돔이었지만 그 순간 삼성 더그아웃에선 큰 환호가 울려퍼졌다.

경기 후 뷰캐넌은 “모든 투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려고 노력했다”면서 “강민호의 리드가 좋았다. 한 두 번을 제외하곤 고개를 젓지 않았다”고 공을 돌렸다.

 

뷰캐넌(왼쪽에서 2번째)이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첫 경기 때도 만족했다는 뷰캐넌은 “오늘은 장기인 변화구를 더 잘 섞으며 타자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며 “강민호의 리드가 함께 잘 이뤄졌다. 결과만 달랐을 뿐이지 원하는 대로 던졌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밝혔다.

최원태에겐 소설 ‘운수 좋은 날’과 같은 하루였다. 스스로는 매우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지만 운이 지독히도 따라주지 않았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던진 최원태는 삼성 타자들을 손쉽게 제압했다. 6회까지 단 한 타자만 출루시켰을 정도. 다만 그 한 명에게 결승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

6회까지 무려 12차례나 3구 이내 승부를 펼치던 삼성 타자들은 7회 노선을 바꿨지만 최원태는 3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력투를 펼쳤다.

이날 5회가 종료된 시점 경기 시간은 1시간 가량 소요됐었을 뿐이니, 두 투수의 호투가 얼마나 경기를 빠르게 진행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7회까지 난공불락이던 최원태(왼쪽에서 3번째)는 8회 급격히 흔들렸다. 불운까지 더해지며 결국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강판됐다.

 

문제는 8회였다. 7회까지 단 73구로 버티던 최원태였지만 김상수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줬고 이원석의 희생번트에 이어 이학주에게 안타를 맞고 흔들렸다.

3루수 테일러 모터가 2차례 실책을 범한 것도 최원태를 흔든 요소였다. 결국 최원태는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7⅓이닝 89구 4피안타 6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첫 패전을 떠안았다.

그러나 7회까지 투심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섞으며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상대 투수인 뷰캐넌이 “7,8회 때 스코어보드를 확인했을 때 나는 90개 정도를 던졌는데 최원태는 70구 정도, 볼도 15개 정도만 던져 놀랐다. 이기고는 있었지만 상대 투수에 대한 존경스런 마음이 컸다”며 “(최원태가) 8회에 투수 교체될 때 라이블리에게도 말했지만 아쉽다고 했다. 결과적으론 슬픈 상황인 것 같았다”고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홈런이 양산되고 있는 올 시즌 초반. 두 투수의 호투는 꼭 공인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주는 것 같았다. 잦은 홈런포와 ‘빠던’을 바탕으로 한 한국야구에 흠뻑 빠져 있는 미국 야구 팬들에게 투수들 또한 충분한 자질이 된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두 투수의 호투쇼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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