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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리얼돌 논란', 진짜 문제가 뭐냐면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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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리얼돌 논란', 진짜 문제가 뭐냐면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1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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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7일 FC서울과 광주FC의 2020 하나원큐 K리그1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지만 서울 응원단 측엔 일부 관중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본 결과 사람과 매우 흡사한 마네킹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다.

얼핏 신선한 시도로도 보였지만 결과적으론 망신살만 뻗쳤고 서울은 사과문을 남겨야 했다. 성인용품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수호신 대신 들어섰던 마네킹들. FC서울의 의도와는 달리 성인용품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기치 않게 ‘리얼돌’ 논란이 일었다. 리얼돌이란 사람과 흡사하게 만든 성인용품용 마네킹이다. 영국 더선과 프랑스 AFP통신 등도 경기 후 이 기이한 사태에 주목했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프로야구에선 관중의 사진을 설치하기도 하고 무관중 시대에 맞게 무를 자리에 배치하며 센스 있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마네킹을 제공하겠다는 달콤이라는 업체의 제안은 FC서울로선 그야말로 달콤했다. 신선한 시도일 뿐아니라 무나 사진에 비해선 더 생동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다.

정작 FC서울의 예상과 달리 관심은 온통 ‘리얼돌’ 여부에 쏠렸다. 서울은 사전 확인 결과 해당 업체가 리얼돌 사업엔 관심이 없고 패션회사나 백화점 등에 마네킹을 납품하는 회사라고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아가 일부 마네킹은 기존에 업체에 납품했던 마네킹을 돌려받아 설치하는 과정에서 성인제품과 관련 있는 회사와 그 마네킹의 모델이 된 BJ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문구를 노출한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 19조 1-금지광고물 규정엔 ‘구단은 다음 각 호를 내용으로 하거나 이와 관련된 사업, 상품, 업체, 단체의 명칭이 포함된 광고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만약 위반하였을 경우 마케팅 규정 제32조 제5항에 따라 제재를 받는다’라고 명시돼 있는데 특히 ‘3.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 ‘4.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이 직접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응원에 나선 마네킹들이 사실은 성인용품으로 쓰이는 것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FC서울이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은 이후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날 설치된 마네킹은 우려하시는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들이라고 처음부터 확인했습니다”라며 “다만 설치 마네킹 중 기납품했던 마네킹을 되돌려받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성인제품과 관련이 있는 회사와 특정 BJ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문구가 노출됐습니다.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변명 없이 저희의 불찰입니다”고 밝혔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분명 억울한 점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이 팀, K리그의 격을 일부러 떨어뜨리기 위해 그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실수가 분명하다. 그러나 몇 차례나 확인 작업을 거치고도 성인용품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캐치하지 못했다는 점은 퍽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달콤 홈페이지에 가보면 “달콤은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 제조하는 브랜드”라고 소개하며 마지막엔 “性(성)은 더 이상 감추고 터부시돼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다.

달콤 측에선 납품한 ‘소로스’라는 업체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실상은 두 업체가 한몸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볼 때 FC서울이 본의는 아니었지만 확인 과정이 미흡했다고 본다면, 달콤 측에선 광고 효과를 노리고 실수를 가장한 홍보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축구 계에선 FC서울의 허술한 관리 및 확인 과정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개막을 하며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처리가 자칫 흥행의 불씨를 약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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