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0:36 (금)
'선방쇼' 경남FC 손정현의 '설기현표' 공격축구 프라이드 [SQ초점]
상태바
'선방쇼' 경남FC 손정현의 '설기현표' 공격축구 프라이드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5.18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경남FC 주전 골키퍼 손정현(29). 이날만큼은 ‘빛정현’이라 불러도 손색없었다. 그의 마지막 3연속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경남은 시즌 첫 승을 뒤로 미루는 것은 물론 원정에서 첫 패배를 안고 돌아가야 했다.

손정현은 17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 2020 하나원큐 K리그2(프로축구 2부) 2라운드 방문경기에 선발 출전해 경남 골문을 지켰다.

비록 2실점하긴 했지만 손정현의 활약은 대단했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공격수 박창준(경남), 레안드로(이랜드) 등이 아닌 그가 경기 공식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건 그 순도 높은 활약을 방증한다.

경남FC 손정현(사진)이 17일 서울 이랜드FC전에서 어마어마한 선방쇼로 팀에 승점을 안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모든 대회 15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올 시즌 개막전부터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전남 드래곤즈전 무실점을 기록하더니 이랜드 원정에서도 날아다녔다.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이날 이랜드가 기록한 유효슛 10개 중 9개를 막아냈다.

전반 32분 수쿠타-파수의 슛을 막아낸 뒤 몸을 던져 레안드로의 쇄도를 무력화했다. 후반 3분 김민균이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강하게 때린 슛도 걷어냈다.

손정현 활약의 백미는 후반 44분부터 시작된 ‘선방쇼’였다. 레안드로가 측면을 허물고 원기종에게 완벽한 일대일 기회를 열어줬지만 손정현이 각을 좁혀 쳐냈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일대일 찬스를 한 번 막아내고, 완벽한 컷백 기회를 받아내며 무승부를 지켜냈다.

경기를 마친 뒤 설기현 경남 감독은 “손정현은 빌드업 또한 뛰어난 골키퍼다. 첫 경기부터 자신감이 넘쳤고, 오늘 비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 경기력이라면 K리그 어떤 골키퍼와 견줘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적장 정정용 이랜드 감독도 “누가 더 90분, 95분 끝까지 집중하냐에 달렸다. 그런 면에서 손정현이 MOM”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설기현 경남FC 감독도 손정현에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손정현은 자신의 선방 순간을 돌아보며 "짜릿했다"면서도 “지면 안 된다. 다음 경기에선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덤덤한 소감을 밝혔다.

아산 무궁화에서 의경 복무하던 때를 제외하면 경남에서만 5시즌째 소화하고 있는 손정현은 “지금까지 경남에서 많은 지도자 선생님들을 만나봤는데, 올해가 제일 축구를 새로 배우는 듯한 기분이다. 특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빌드업 등 좀 더 많은 걸 배우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며 설기현 신임 감독 체제에 고무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공을 전개할 때 그 시작은 골키퍼다. 수비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은 골키퍼가 시작하니까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시절 전국 단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설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경남에서 프로 첫 지휘봉을 잡았다. 비시즌 선수들과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사실상 공격수 5명을 선발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자세로 경기한 경남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강등된 경남의 재건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왔다.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경남은 첫 2경기 고전하며 경기력에 다소 의문부호가 붙었지만 손정현은 설기현 감독에 대한 굳은 신뢰를 나타냈다.

“우리가 강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상대가 극단적으로 내려앉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 우리가 공격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역습을 당하는 것이니 각오해야 한다. 우리도 소극적으로 나서면 ‘K리그2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우리는 공격 숫자를 많이 둔다. 감독님께서 ‘자신 있게 슛 많이 하고, 저돌적으로 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일수-제리치-박창준 스리톱에 기반한 4-3-3 전형을 내세웠다. 중앙 미드필더 조합 중 2명이 전남전 측면에 배치됐던 백성동과 고경민이었을 만큼 공격 일변도였다. 역습 부담을 안고 올라선 만큼 최후방 손정현도 바쁠 수밖에 없었다. 손정현은 이날 공격수들이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도록 뒤에서 제 기량을 120% 발휘했다.

설기현 감독은 “많은 공격 숫자를 통해 기회를 만들려는 전술을 들고 왔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상대가 수비 시 극단적인 5백 수비를 했기 때문에 1라운드보다 공격수를 1명 늘린 셈이다. 색다른 시도가 아니라 그동안 준비했던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좀 더 수비를 안정화시키는 게 숙제가 아닌가 싶다”고 총평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