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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인천 축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노잼 축구 vs 실리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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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인천 축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노잼 축구 vs 실리 축구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5.20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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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최근 인천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의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해 팬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인천은 개막 후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뒀다. 그 과정에서 극도의 수비 전술을 택해 ‘재미가 없다’는 의견과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점에서 ‘실리적이다’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 17일 펼쳐진 성남 전에서 상대 선수와 경합하는 인천 김준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17일 펼쳐진 성남 전에서 상대 선수와 경합하는 인천 김준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인천 축구는 ‘노잼 축구’

인천 축구가 재미없다고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극도로 수비적인 축구에 있다. 인천은 앞선 두 경기에서 스리백에 기반한 두 줄 수비를 펼쳤다. 수비 시 5-4-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구축하며 전원 수비 체계를 갖추고, 공격으로 전환했을 때도 좀처럼 라인을 올리지 않고 후방 안정감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이는 리그 상위권 팀들이 아닌 대구FC(이하 대구)와 성남FC(이하 성남)를 상대로도 수비 축구를 했어야만 하냐는 지적과 연결된다. 인천보다 전력이 크게 앞서는 전북과 울산 등을 상대로는 최소한 지지 않기 위해 수비 축구를 펼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대구와 성남은 해볼 만한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승점 1점을 위해 공격을 포기한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었다.

공격 시도 자체가 많지 않으니 득점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두 경기에서 나온 인천 슈팅은 도합 14개에 불과했다.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 라인을 부수고, 과감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두드리는 등 적극적인 공세가 필요했으나 인천은 무기력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또한 인천의 단순한 공격 패턴도 ‘노잼 축구’를 심화했다. 인천은 최전방 무고사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역습을 주 공격 패턴으로 삼고 있는데 상대 팀들은 무고사만 막으면 인천 공격력이 반감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고사가 상대 집중 마킹에 묶이고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가는 패스 줄기가 차단되자 인천은 경기 주도권을 잃고 계속 수비에 집중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 인천 축구는 ‘실리 축구’

개막전에서 대구 세징야를 봉쇄한 인천 마하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개막전에서 대구 세징야를 봉쇄한 인천 마하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처럼 수비에 치중한 인천 축구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봤을 때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실리 축구로 비칠 수도 있다.

리그 내에서 하위권 전력을 가진 인천은 매년 선수 유출로 애를 먹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김진야와 박용지, 허용준 등이 타 구단으로 이적했고, 장윤호와 명준재, 여성해 등도 모두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거나 계약을 해지한 상황에서 새로 영입된 선수는 단 7명에 그쳐 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란 어려웠다.

얇은 스쿼드 속에서 인천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천의 팀 콘셉트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짠물 축구’일 정도로 인천은 공격보단 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팀이다. 올 시즌 인천 사령탑을 맡은 임완섭 감독도 부임 인터뷰에서 “수비를 단단히 해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2경기가 진행된 지금 인천은 무실점을 달성하며 끈적하고 색깔이 확실한 축구로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 

대구 전에서는 마하지가 상대 에이스인 세징야를 꽁꽁 묶으며 공격 시발점 자체를 봉쇄했고, 성남 전에서는 파이브백이 후방에서 탄탄한 라인을 형성하며 틈을 주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인천이 작정하고 수비 축구로 나서니 파훼법을 찾지 못하고 물러났다.

또한 이번 시즌 인천의 첫 번째 목표는 잔류다. 재미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면 당면 과제인 잔류를 위한 좋은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올해는 군 팀인 상주가 연고 협약이 만료돼 강등 팀 한자리를 미리 차지했다. 상주가 최하위를 기록하면 K리그1 11위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상주가 최하위를 면하면 상주와 K리그1 최하위 팀이 강등된다. 현재 상주 전력이 최하위로 내몰릴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여서 인천은 꼴찌만 면하면 잔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인천은 해마다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면서도 시즌 막판만 되면 ‘잔류 본능’이 깨어나곤 했다. 시즌 초반 무리한 승부수를 던져 연패로 빠지기보다는 차곡차곡 승점을 쌓아놓고 후반기에 순위 상승을 노리는 것도 인천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승부수다.

인천의 향후 일정도 만만치 않다. 수원-포항-강원-전북으로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 또 다시 극단적인 수비 축구가 펼쳐질 공산이 커 인천 축구에 대해 엇갈린 평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인천의 목표인 잔류를 위해선 적어도 지지 않는 축구가 이어져야 하고, 그 안에서 임완섭 감독과 선수단이 밸런스 잡힌 축구를 구현하는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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