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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 OK-빠던은 NO? 예절도 알려주는 프로야구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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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 OK-빠던은 NO? 예절도 알려주는 프로야구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20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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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야구의 본고장 미국이 KBO리그를 주목한다. 메이저리그(MLB)가 멈춰선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야구 고유의 문화는 KBO리그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만들고 있다.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NC 다이노스 선발 투수 마이크 라이트는 팀이 4-0으로 앞선 4회말 박세혁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라이트는 즉각 모자를 벗어 박세혁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고의가 아니었음을 표한 것. KBO리그에선 흔한 일이지만 경기를 중계하던 에두아르도 페레스 미국 스포츠매체 ESPN 해설위원은 이 장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19일 두산 베어스전. NC 다이노스 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박세혁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 모자를 벗고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찾아볼 수 없는 문화다. 이러한 문화가 한국에서 발달한 건 야구판이 좁아 한 다리만 걸치면 대부분 직간접적인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는 영향도 있다.

하지만 페레스 눈엔 이 장면이 다소 특별하게 여겨졌을 수 있다. 미국에선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는 등 사과를 하는 게 기싸움에서 지는 것이라는 사고가 있기 때문이다. 페레스는 이 장면을 보곤 마음에 드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문화가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겐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과거 더스틴 니퍼트 등 몇몇 투수들도 이 같은 행동을 한 일이 있다. 한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인 동시에 동업자인 타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새로운 문화를 습득한 결과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 적장인 김태형 두산 감독도 “보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국 문화와 예절 등에 대해 교육을 했는데, 라이트는 특히 굉장히 오픈 마인드로 이를 받아들였다”며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로 언어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야구만의 문화인 배트플립도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MLB에선 금기시되고 있지만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요소로 재해석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MLB는 언제 개막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 KBO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이슈가 된 건 이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던 배트플립, ‘빠던’이었다. ESPN을 통해 생중계된 개막전부터 모창민의 빠던이 나오며 화제를 끌었다. MLB에선 배트플립이 홈런을 허용한 투수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금기시되는 행동이지만 정작 팬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던져줄 수 있는 흥미로운 세리머니라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死(사)구 후에도 타자를 위한 사과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굳이 따지면 ‘빠던’은 상대방의 기분에 대한 배려고 사구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어떤 행동이 더 상대를 존중하는 일이고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인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동방예의지국의 생소한 야구 문화가 본토에는 새롭고 짜릿한 경험이 되고 있다. 야구가 한국의 문화와 예의범절까지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은 퍽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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