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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함 장착' NC 구창모, 지옥서 건져올 가치 증명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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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함 장착' NC 구창모, 지옥서 건져올 가치 증명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20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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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리그 유일 ‘미스터제로’ 영예는 잃었지만 얻은 게 더 많았다. NC 다이노스 구창모(23)는 토종 에이스를 넘어 완성형 투수로 진화 중이다.

구창모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 8이닝 100구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치열한 투수전 속 팀이 연장 11회 1-2로 진 건 아쉬웠지만 결과 빼곤 많은 걸 얻은 구창모다. 팀에 무한한 신뢰를 심어주며 진정한 에이스로 변모 중이다.

 

NC 다이노스 구창모가 20일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세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경기 전까지 구창모는 2경기 14이닝 동안 무실점하며 2승을 챙기고 있었다.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평균자책점 0은 구창모가 유일했다.

이동욱 감독은 올 시즌 또 한 번 성장한 구창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투구 패턴이다. “항상 강하게 던지려고만 했는데 강약 조절을 하면서 어떨 땐 세게, 때론 변화구를 쓰면서 방망이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라도 가서 데려와야 한다’는 야구 격언이 있다. 그러나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공을 던지는 구창모지만 이전까진 힘을 영리하게 활용할 줄 몰랐다. 힘으로만 찍어 누르려다보니 투구 패턴은 단조로웠고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에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난해 가능성을 보였다. 23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더니 올 시즌엔 또 성장했다. 지난 2경기 평균 100구를 넘기며 역투를 펼쳤는데 효율적인 피칭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감독은 “(구창모 공이 빨라) 타자들도 빠르게 대응하려고 하는데 이를 이용해 방망이를 나오게끔 했다”며 “구종 선택이나 강약 조절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자기 공을 마음껏 던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8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구창모(오른쪽). 동료들이 그를 격려하고 있다.

 

이날도 반짝였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로 타자의 시선을 흔들어 놨고 때론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속구를 결정구로 택했다. 이날 삼진도 슬라이더로 4개, 속구로 2개, 포크볼로 1개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였다. 8회까지 투구수는 100개, 이닝당 12.5개에 불과했다. 통상 15개 안팎으로 효율적 투구를 판단하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경제적으로 던졌는지 잘 나타난다.

최근 3년간 시즌 초반엔 누구보다 잘 던졌지만 그 페이스를 끝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그렇기에 ‘미스터제로’라는 명예는 영광스럽지만 아직은 그 무게를 쉽게 견뎌내기 힘든 왕관과도 같았다.

이날 경기 1회부터 김재환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 큰 부담을 벗어버릴 수 있었다. 이후엔 더욱 훨훨 날았다. 이렇다할 위기도 없었다. 3회부터 6회까지 13타자를 상대하며 7개의 삼진을 쓸어 담았고 힘이 부치기 시작할만한 7회와 8회엔 더욱 힘을 내며 단 9구, 10구만 던지며 연속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조지했다.

22이닝 평균자책점(ERA) 0.41. 두 부문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구창모. 이닝당 출루허용(WHIP) 또한 0.55로 압도적이고 9이닝당 삼진(10.23), 볼넷당 삼진(6.25) 등 투수로서 내세울 수 있는 대부분 지표에서 하나 같이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의 신뢰는 물론이고 상대 타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연승행진은 7경기에서 마감됐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확실한 에이스를 얻은 NC다. 창원과 노스캐롤라이나에 수 많은 팬들이 패배에도 미소를 감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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