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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보는 두산 김태형-NC 이동욱, 현 시대 포수의 교과서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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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보는 두산 김태형-NC 이동욱, 현 시대 포수의 교과서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2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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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한 팀에서 유일하게 외야를 바라보는 역할. 투수를 듬직하게 이끌며 수비 위치까지 조정해야 하는 안방마님.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할 만큼 돋보이는 게 투수라면 묵묵히 궂은일을 하며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하는 건 바로 포수다.

과연 포수란 무엇일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포수왕국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두 사령탑의 발언을 통해 포수의 정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승포수 출신 김태형(53) 두산 감독, 쟁쟁한 포수진을 갖추고 있는 이동욱(46) NC 감독 모두 양의지(33·NC 다이노스)를 포수의 교과서처럼 여긴다.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가 2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4회초 솔로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근 5년 국내 최고의 포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견을 달 이는 없다.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는 골든글러브 수상 내역만 봐도 양의지는 6년간 5차례 황금미트를 챙기며 명실상부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등극했다.

리그 초반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NC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만났다. NC는 지난 시즌 4년 125억 원에 두산에서 데려온 양의지 효과 속 2018년 최하위에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고 두산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양의지의 공백을 최소화한 박세혁의 활약 속에 6번째 우승 트로피를 챙겼다. 두 포수의 대결로도 관심이 쏠렸다.

단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양의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19일 주중 시리즈 첫 경기에서 NC가 5-4 승리를 거뒀는데, 양의지는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타선을 이끈 건 물론이고 불펜의 갑작스런 난조로 발생한 위기에서 투수진을 영리하게 리드하며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반면 박세혁의 리드는 다소 아쉬웠다. 이날 전까지 잠실 17연승을 달리던 이영하였지만 타격감이 좋은 박민우, 나성범, 양의지 등에게 1회부터 난타를 당하며 무너졌다. 막판 1점차까지 추격했던 걸 떠올려보면 더 아쉬운 결과였다.

 

홈런을 때린 양의지(왼쪽)가 더그아웃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똑같은 투수라도 팀에 따라서, 같은 왼손타자라도 나오는 스타일이 다르다. 같은 코스여도 어떤 투수냐에 따라 칠 수 있는 확률은 달라진다”며 “포수는 그런 걸 빠르게 캐치할 줄 알아야 한다. 맞더라도 카운트를 잡는데 목적을 둘지, 피해갈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혁의 운영 능력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것. 박세혁은 빠르게 성장하며 우승포수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여전히 김태형 감독의 눈엔 보완할 점이 많은 포수다. 20일 경기에서도 정상호에게 포수 마스크를 내줘야 했다.

양의지에 대해 평가할 땐 분명한 온도차가 있었다. 김 감독은 “의지 걔는 정말 우리를 너무 잘 안다”며 혀를 찼다. 양의지는 19일 경기 득점권 상황에서 김재호를 만나 같은 코스의 공을 요구하며 득점권 위기에서 2개의 탈삼진을 이끌어내며 리드를 지켰다.

이어 “결정적인 상황에서 (양)의지의 리드가 좋았다.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워낙 잘 알고 있어 약점 코스를 잘 잡는다”며 부진했던 정수빈을 교체한 이유에 대해서도 “수빈이가 의지와 ‘케미’가 너무 안 좋더라. 계속 말리더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동욱 감독은 20일 선발 투수 구창모의 놀라운 성장 비결 중 하나로 양의지를 꼽았다. 그는 “힘으로만 던지려던 구창모가 이젠 강약 조절과 구종선택을 다양히 하고 있는데 양의지가 그런 부분을 조절해주고 있다”며 “혼자 알아서 던지는 것보단 포수 사인을 전적으로 신뢰하다보니 불안감이 없다.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 던질 때 믿음이 있으니 고민도 덜어지고 인터벌도 짧아지는 선순환이 생긴다”고 밝혔다.

 

3회 수비 1루 커버 과정에서 발을 접질린 양의지(오른쪽)을 향해 코칭스태프가 우려스런 시선으로 다가서 상태를 살피고 있다.

 

20일 경기에서도 양의지는 주전포수로 나섰다. 두 감독의 극찬은 괜한 게 아니었다. 양의지의 노련한 리드 속에 구창모는 8이닝 동안 100구만 던지며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평균자책점(0.41), 탈삼진(25) 등 투수 지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양의지의 리드 없인 생각하기 힘든 발전이다.

타석에서의 활약도 여전했다. 마찬가지로 상대 선발 크리스 플렉센도 8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실점 호투했는데, 양의지는 4회 솔로포로 팀의 유일한 타점과 득점을 기록했다.

리그 최고 포수지만 여전히 게을러지는 법은 없다. 3회 수비 과정에서 1루수 커버를 위해 뛰어가다가 발목을 접질리더니 9회엔 2루타를 치고 슬라이딩을 하다 오재원과 충돌 후 허벅지 경련이 와 교체됐다. 양의지를 잃은 NC는 공교롭게도 11회말 대타로 나선 상대 포수 박세혁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아쉽게 연승행진이 마무리됐다.

김태형, 이동욱 두 감독만이 아니다. 양의지를 상대하는 적장들과 상대팀 선수들은 양의지의 뛰어난 실력과 영리함에 혀를 내두른다. FA 몸값에 대해 거품론이 거센 가운데서도 NC 팬들은 125억 원 몸값의 양의지에 대해 ‘돈 쓸 맛 난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한다.

두 감독은 정상급 포수가 되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한지, 포수가 얼마나 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강조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포수의 교과서와 같은 양의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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