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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무한 헌신 염기훈과 수원 승리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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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무한 헌신 염기훈과 수원 승리 비결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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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염긱스’, ‘베테랑’, ‘왼발의 달인’ 등.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의 주장 염기훈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는 이번 경기에서 팀에 무한한 헌신을 보여주며 ‘양보·헌신의 아이콘’이라는 새 수식어를 얻었다.

수원은 지난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3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혀 쉽지 않은 경기가 이어졌지만, 염기훈이 후반 14분 김민우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결승골로 연결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염기훈의 활약 속에 시즌 첫 승리 거둔 수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염기훈 활약 속에 시즌 첫 승리 거둔 수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의 2020 시즌 시작은 불안했다. 수원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2패로 출발했고, 코로나19 여파로 뒤늦게 개막한 리그에서도 2연패를 당했다. 전북과 원정 개막전에서 0-1로 패한데 이어, 안방에서 펼쳐진 울산 전에서도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시즌 초반 부진이 이어지자 주장 염기훈 어깨도 무거웠다. 사실 염기훈도 팀 사정에 따라 계속되는 포지션 변경에 100% 컨디션을 내기란 어려웠고, 베테랑으로서 부담감도 많았다. 그래도 그는 이번 경기 승리를 위해 다시 힘을 냈다. 말보다는 직접 솔선수범하며 팀 동료들을 이끌었다. 염기훈은 “팀 주장이고 맏형으로서 어느 선수 못지않게 부담이 많았다. 선수들을 끌어가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동생들이 힘들 때 내가 한 발 더 뛰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며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밝혔다.

오랜만에 미드필더로 출전한 염기훈은 2선에서 맹활약했다. 자신의 장기인 볼 키핑과 부드러운 탈압박을 통해 상대 미드필더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갔고, 타카트와 크르피치가 버티고 있는 최전방으로 날카로운 전진 패스와 전매특허인 왼발 크로스로 공격에 힘을 실었다. 

수원이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풀어가자 인천 수비수들은 무리한 파울로 수원 공격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수원은 이를 적절히 이용했다. 2선 미드필더들이 빠른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고, 상대 수비 반칙을 영리하게 유도하며 좋은 위치에서 많은 프리킥을 얻어냈다.

수원 프리킥 찬스 시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염기훈 왼발이었다. 염기훈은 작년 33라운드, 서울 전에서 왼발 프리킥 득점을 성공시키며 에닝요와 함께 K리그 통산 프리킥 득점 공동 선두(17골)에 올랐다. 또한 K리그 첫 80-80클럽(80골, 80도움) 가입을 앞둔 염기훈은 현재 7골(73골 106도움)이 모자란데 문전 앞 프리킥은 기록 달성을 위한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대부분 프리킥은 염기훈이 아닌 고승범이 처리했다.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프리킥이 날카로운 그가 프리킥을 전담하지 않은 건 다소 의아했다. 이에 대해 염기훈은 “감각이 좋았지만, (고)승범이가 조금 더 감각이 좋았다. 지난 훈련 때도 승범이 프리킥 슈팅이 골대 안으로 향해 프리킥 찬스가 나면 경기 때 주겠다고 했다. 개인적인 욕심을 내기보다는 감각이 좋은 선수에게 양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프리킥을 고사한 이유를 밝혔다.   

팽팽하던 흐름은 후반 14분 염기훈 페널티킥으로 깨졌다. 명준재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이어받은 김민우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문지환 반칙을 얻어냈고,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염기훈은 정산 골키퍼를 속이며 깔끔하게 골망을 갈랐다.

그는 “연습대로 찼다. 정산 골키퍼는 페널티킥 키커를 기다리는 스타일인데, 골키퍼들의 성향을 늘 파악하고 있다. 평상시 느낌대로 차려 생각했고, 마지막까지 골키퍼 움직임을 봤던 것이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득점 상황을 설명했다.

염기훈의 이러한 헌신과 양보 때문일까.

수원은 올 시즌 공식 경기 4연패를 끊어내는 첫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과 동시에 앞선 경기들의 아쉬움이 남는 듯, 염기훈 표정은 복잡 미묘했다. 그는 “이번 시즌 공식 경기에서 4연패를 했다. 이번 경기만큼은 어느 변명도 필요 없다고 선수들한테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가 강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비장한 소감을 전했다.

수원의 올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출발은 다소 삐걱거렸지만, 이번 경기를 계기로 반등에 나선다. 이임생 감독도 “첫 승을 거뒀기 때문에 이제 한 발짝 올라섰다. 자만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을 만큼 다음 경기에 전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염기훈 역시 “시즌 시작 전부터 준비를 잘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경기 수가 줄어 여차하면 강등권으로 빠질 수 있기에 부담감을 갖고 리그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를 뛰다 보면 컨디션이 올라오고 더 재밌는 경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수원의 반전을 다짐했다.    

아쉬운 지난 시즌 성적을 뒤로하고 올 시즌 ‘명가 재건’에 나선 수원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염기훈의 헌신과 양보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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