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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 제주 감독으로 부천에 돌아오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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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 제주 감독으로 부천에 돌아오다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5.26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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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기일(46) 감독이 제주 유나이티드 부임 첫 승을 따냈다. 아이러니하게도 1997년 부천 SK에서 데뷔했던 그가 올 시즌 무패를 달리던 부천FC를 무너뜨리고 얻은 결과다. 2006년 부천을 떠나 제주로 연고이전한 팀을 이끌고 추억의 운동장을 방문한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26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부천과 제주의 2020 하나원큐 K리그2(프로축구 2부) 4라운드 맞대결이 열렸다. 2006년 응원하던 팀을 잃은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와 시민들이 만든 구단 부천이 꿈에 그리던 제주와 일전을 벌였다.

좁혀진 양 팀의 실력 차만큼 팽팽했던 승부는 결국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헤더 결승골로 갈렸다. 제주가 1-0으로 이겨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달성했다. 부천에서 프로에 입문해 이제는 제주 감독이 된 남기일 감독을 향해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부천SK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남기일 감독은 “2연패를 당해 큰 부담을 안고 치른 경기였다. 조직력이 좋은 부천을 상대로 어느 정도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축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 고맙다“고 밝혔다.

남 감독은 “선수 시절이 즐거웠고, 또 ‘잘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부천에서 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팬들의 열렬한 성원도 있었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팬들도 있을 만큼 아직도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오늘 선수들에게 내가 과거에 가졌던 감정들, 에너지에 대해 알려주고 전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남기일 감독은 과거 광주FC, 성남FC를 이끌고 K리그2에서 두 차례나 승격을 경험했다. 당연히 당시에도 부천종합운동장을 여러차례 방문해 부천을 적으로 상대했다. 하지만 이날은 부천과 라이벌 아닌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제주의 수장으로 부천을 다시 방문하게 됐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터다.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운을 뗀 뒤 한참을 고심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선수 시절 너무 좋았다. 추억이 많은 운동장이고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곳이다. 항상 가슴 속에 안고 있는 팀이다. (제주) 감독 입장에서 말하자면 부천도 잘 되고 우리도 잘 되서 함께 경쟁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송선호 부천 감독 역시 “제주와 경기를 한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받았고, 팬들도 꼭 이겼으면 했을텐데, 패한 것에 대해 팬들에게 미안하다. 비록 졌지만 제주를 상대로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고맙다. 내 전술적인 아쉬움이 크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다시 잘 준비해 남은 두 경기는 이길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팬들이 염원하던 승리를 따내지 못한 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천FC와 제주 유나이티드는 K리그에서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남기일 감독과 송선호 감독은 이날 경기를 준비하고 또 치러내며 많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두 사령탑은 앞으로 부천과 제주의 경기가 K리그에서 어떤 의미를 갖기를 바랄까.

남기일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리그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천 팬들이 뜨거운 것은 사실이고, 우리도 부담을 안고 시작했던 경기다. 앞으로도 서로를 상대해야 한다. ‘더비’라는 표현이 그렇듯, 중요한 점은 서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리그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처럼 좋은 경기를 하다보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뜨거운 더비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송선호 감독 역시 “부천 팬들이나 시민들 모두 라이벌전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축구 흥행에 플러스가 되는 라이벌전이 됐으면 한다. 그래서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팬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로 이어지면 감사하겠다”며 남 감독과 뜻을 같이 했다.

두 사람 모두 부천 팬들이 지난 세월 가졌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꺼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고, '더비'라는 표현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부천과 제주의 만남이 K리그에서 하나의 콘텐츠가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역사는 또 새롭게 쓰여질 예정이다. 두 사령탑의 말에는 이왕이면 두 팀의 관계가 축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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